삭제·복자·발행금지 문학작품 통해 식민지 검열 실상 조명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그날이 오면’ 등 원문과 기록 전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소설과 시, 잡지 등에 가한 출판 검열의 흔적을 통해 당시 조선인의 생각과 표현이 어떻게 억압됐는지를 되짚어보는 전시가 경남에서 열린다.
경상남도기록원과 경남대표도서관은 일제의 검열로 일부 문장이 삭제되거나 복자 처리되고, 발행 자체가 금지됐던 문학작품을 재조명하는 공동기획전 ‘금서(禁書), 다시 읽다’를 지난 12일부터 오는 9월 2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 문학작품과 조선총독부의 검열 기록을 함께 소개해 작품에 담긴 시대정신과 식민통치가 문학과 언론을 통제했던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관람객들이 검열로 지워진 문장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직접 살펴보며 당시 문인들의 목소리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장에는 세로로 긴 패널을 서가처럼 배치해 관람객이 그 사이를 걸으며 작품 원문과 검열 흔적을 마주하도록 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 근대문학 작품과 발행인 정보, 조선총독부의 처분 내용과 삭제 사유를 나란히 전시해 작품이 어떤 이유로 검열 대상이 됐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조선 통치를 비판했다’, ‘군인의 태도를 야유했다’ 등 당시 검열기관이 기록한 구체적인 처분 사유도 공개한다. 이를 통해 문학작품 속 문장 하나와 표현 하나까지 통제했던 일제 식민지 검열의 실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전시장 안쪽에는 붉은 삭제 도장이 찍힌 심훈의 ‘그날이 오면’ 검열본을 배치했다. 작품을 지우려 했던 식민권력의 억압과 그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문인들의 저항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금서와 관련 자료를 직접 펼쳐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관람객들은 삭제되거나 발행이 금지됐던 책을 읽으며 검열로 사라진 문장과 그 안에 담긴 시대상, 표현의 자유가 지닌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다.
경상남도기록원과 경남대표도서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기록을 통해 검열의 흔적을 살펴보고 도서를 통해 당시의 목소리를 다시 만나는 협업 전시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삭제되고 지워졌던 문장을 다시 읽으며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목소리와 표현의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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