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행정체제 개편으로 새롭게 출범한 서해구가 민선9기 공약 123건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이행 단계에 들어갔다. 인구 40만 명이 넘는 대규모 자치구인 만큼 공약의 수보다 재정 여건과 지역별 생활수요를 반영해 실제 사업으로 얼마나 연결하느냐가 민선9기 성과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해구는 지난 10일 구청장 주재로 ‘민선9기 구청장 공약사항 확정을 위한 검토 보고회’를 열고 30개 부서가 참여한 가운데 사업별 추진 방향과 실행 가능성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날 확정된 공약은 모두 123건이다. 구는 이를 ‘건전한 재정, 책임있는 구정’, ‘소통과 상생으로 행복한 도시’, ‘모두를 품는 따뜻한 복지 도시’, ‘미래를 여는 도시재생, 활력 넘치는 원도심’, ‘자연과 미래가 공존하는 지속가능 도시’ 등 5대 분야로 분류했다.
서해구는 올해 7월 1일 인천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기존 서구에서 분리돼 출범했다. 인천시가 공개한 개편 자료에 따르면 서해구 인구는 40만5633명, 면적은 71.36㎢이며 검암경서동과 연희동, 청라1~3동, 가정1~3동, 신현원창동, 석남1~3동, 가좌1~4동 등 16개 행정동을 관할한다.
이 같은 규모는 공약 이행이 단순한 사업 목록 관리에 그치기 어려운 이유다. 청라와 가정지구처럼 비교적 최근 조성된 주거지역과 석남·가좌 등 기존 원도심이 한 자치구 안에 함께 있어 교통과 복지, 주거환경, 도시재생 등 정책 수요가 생활권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첫 번째 구정방침으로 ‘건전한 재정’을 내세운 점은 신설 자치구가 처한 재정 여건과도 맞닿아 있다. 인천시는 지난 7월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재정예산개혁TF’를 출범시키고 시 전체의 숨은 부채와 중장기 재정부담을 점검하는 구조개혁에 착수했다. 대규모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공약 확대보다 재원 조달과 사업 우선순위 설정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전국 지방재정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5년 지방자치단체 총예산은 326조 원으로 전년보다 15조9000억 원, 5.1% 증가했다. 지방정부의 사업 영역이 커지는 만큼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 주민 체감성과 재정 효율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서해구가 제시한 5대 공약 분야 가운데 원도심 재생과 복지는 지역 간 생활환경 격차와 직결된다. 신도시 지역에서는 교통과 교육, 생활SOC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기존 원도심에서는 노후주택과 상권 침체, 고령화 등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동일한 정책을 일괄 적용하기보다 생활권별 수요를 반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공약 이행 과정에서 주민 참여와 공개도 중요한 과제다. 행정안전부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주민이 직접 사업을 제안하거나 다른 주민이 제안한 사업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우수사례에서는 주민자치회가 발굴한 44개 마을의제, 8억9000만원 규모 사업을 본예산에 전액 반영하는 등 주민 의견을 실제 예산과 연결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서해구도 공약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사업별 추진상황을 공개할 계획이다. 공약이 완료됐는지 여부만 표시하기보다 사업비와 재원조달 방식, 연도별 목표, 실제 수혜인원 등을 함께 공개해야 주민들이 이행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특히 123개 공약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사업 간 우선순위 설정이 중요하다. 법적 의무사업이나 안전·복지처럼 즉시성이 높은 분야와 대규모 재원이 필요한 도시개발·재생사업을 구분하고, 재정 여건에 따라 단기·중장기 사업으로 나눠 추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구재용 서해구청장은 “민선9기 공약은 구민과의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책무”라며 공약별 추진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해구는 앞으로 공약별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추진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사업 과정에서 주민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공약 이행의 책임성과 투명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신설 서해구의 민선9기 공약은 123건이라는 숫자보다 실제 생활 변화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인구 40만5633명의 대규모 자치구에서 신도시와 원도심의 서로 다른 수요를 조정하고, 재정 부담을 관리하면서 복지와 도시재생, 환경 분야 사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추진하느냐가 향후 공약 이행의 실질적인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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