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에 물든 우리말-(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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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에 물든 우리말-(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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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용어 거의가 일본풍

요즈음 우체국에 들러 편지나 책을 우송하려면 창구 직원이 묻는 첫 마디가 등기우편으로 하겠냐고 묻는다. 보통우편으로 하겠다면 분실해도 책임 못 진다는 답변이다. 전달이 늦는다면 몰라도 분실책임을 못 진다는 얘기는 직무의 본분을 떠난 처사이며 등기우편으로 보낼 것을 강요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근래에 와서 전화와 전자메일 이용으로 우체국 이용객이 예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어 수입역시 줄었기에 수입을 올리려는 사업시책의 하나로 당연한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우체국은 돈을 벌어드리는 사업관청이 아니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우정사업의 부진으로 미국에서도 기구축소와 인원감축, 영업방식 개선을 구상중이라며 일본에서는 2003년부터 관영사업에서 공사화 하여 우정공사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전한다.

우체국은 우리 생활에서 없으면 큰 불편을 겪게 되는 의존기관이기도 하다. 때로는 새 소식을 전하고 상대로부터 각종 소식을 전해 듣는 기관으로 우리 곁을 떠나서는 안 되는 이웃사촌이다.

때때로 집배원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 소리가 귓전을 스치면 가슴이 설렌다. 오늘은 누구의 반가운 소식을 받을 것인가? 기대를 한다.

가끔 우체국을 들러 보면 아직도 일본어에 물들어 있는 우정용어를 그대로 사용해 마음에 걸린다. 왜정 때에 부르던 우편국(郵便局)이 우리정부 수립 후 우체국(郵遞局)으로 바꿔 부르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옷은 갈아입었는데 몸 덩이는 아직도 그 옛날 그대로 여서 개운치가 않다. 그 주된 용어가 우편이란 말이다. 예를 들면 우편번호, 우편집중국, 민원우편, 전자우편, 우편엽서, 경조우편, 부가우편, 맞춤형우편, 등이다.

그다음으로 듣는 것이 소포(小包)란 말이며 그밖에 속달(速達)이란 얘기도 자주 듣는다. 일본이 1871년(명치4년) 우편제도를 도입한 이후 우편(유우빙-ゆうびん-郵便)이란 용어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도 일본말에서 옮겨온 글자를 우리발음으로 고쳐 읽고 있는 실정이다.

우편을 우체로 바꿨으면 부수적으로 관련된 용어도 바꿔야 하는데 옛 우편을 그대로 쓰고 있음은 이름을 바꾼 의의가 없다. 그리고 소포(고쓰스미-こづつみ-小包)역시 일본말인데 우리발음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소포란 글자그대로 보자기에 꾸린 작은 보퉁이를 뜻한다.

그래도 같은 일본말인 속달우편(소꾸다스유빙-そくたつゆうびん-速達郵便)을 빠른우편으로 바꾼 것은 다소 이해는 가나 속달을 빠른 으로 바꿨을 뿐 우편이란 말은 그대로 따라다닌다.

흔히 쓰는 우편엽서(유우빙하가끼-ゆうびんはがき-郵便葉書)역시 일본말이다. 내용은 아주 감상적이다. 나무 잎사귀에 쓰는 편지란 뜻이니 시감(詩感)은 느껴지나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지금의 등기우편은 일본시대의 가끼도메 우편(가끼도메유우빙-かきとめゆうびん-書留郵便)을 바꿔놓은 것이다. 여하튼 일본냄새가 나는 명칭은 하루속히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 이다.

우리나라의 우정(郵政)사업은 1882년(고종 19) 12월 구한국 정부의 행정직제의 개편을 통해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統理交涉通商事務衙門)안에 우정사(郵政司)를 설치했으며 초대 협판에는 홍영식(洪英植)이 임명되었다.

이듬해 홍영식이 보빙부사(報聘副使)로 미국을 방문, 미국의 우정제도를 시찰하고 돌아와 고종 왕에게 건의하여 1884년 3월 군국사무아문(軍國事務衙門)안에 우정총국(郵政總局)을 설치했다.

근대적 우정제도 실현을 꿈꾸며 우정총국 청사를 두고 우정총관 홍영식(洪英植)이 일련의 법령을 준비하는 등 개국준비를 한 끝에 그해 10월 1일부터 우정업무를 시작했다. 이때 인천에도 분국이 설치 됐었다.

그 해 12월4일 우정총국의 개업을 알리기 위한 축하연을 베푸는 자리에서 김옥균 등이 갑신정변을 일으켜 1884년(고종 21)에 우정총국이 폐지되고 말았다.

그 후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우편제도가 유입되며 일본식 우편사무를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명칭의 일부가 일본식 명칭에 물들어 있어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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