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영국 남동부 해안 도시인 도버의 벌판에서 금속탐지기를 돌리다가 동전을 주웠다는 사람의 보도가 있었다. 찾아낸 동전 한 닢의 가격은 무려 8억 원. 동전은 로마 시대의 금화였다. 취미로 금속탐지기를 돌리던 것치고는 횡재를 한 셈이다. 그런데 아무리 금화라고 해도 8억 원이라니, 그렇다면 가장 비싼 동전은 얼마나 할까.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동전은 무려 400억 원을 호가했다. 이것도 금화이기는 하지만, 만들어진 지는 채 100년도 안 되는, 역사가 미천한 동전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골동품이 비싸기 위해서는 희소성이 있고, 역사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 400억 원이 넘는 금화는 희소성과 역사성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애초 미국은 금화 자체가 화폐로 쓰이는 금본위제를 시행했다. 금화 발행 담당은 미국 재무부 산하 조폐국이었고, 금화는 정식 유통을 목표로 발행할 때였다. 당시 미국 대통령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그런데 루스벨트는 당시 미국 내에 통용되고 있던 금화가 촌스럽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1905년 미국 주화를 가장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야심 아래 예술가 오거스터스 세인트 고던스에게 디자인을 의뢰했다.
당시 보통 미국 금화는 10달러짜리였지만, 금 함량을 높인 20달러짜리를 계획했다. 그래서 10달러의 두 배라는 ‘더블 이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세인트 고던스는 너무 과욕을 부렸던 까닭인지 작업은 느리게 진행되었다. 몇 년에 걸쳐 완성된 디자인은 아름다웠다. 그런데 부조 높이가 너무 두꺼워서 동전 제작이 어려웠다. 그래서 두 번 겹쳐 찍어내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했다. 세인트 고던스는 더블 이글의 발행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더블 이글의 앞면은 자유의 여신이 오른손에는 햇불, 왼손에는 올리브 가지를 들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자유의 여신 뒤쪽에는 태양광선이 부챗살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뒷면에는 부챗살처럼 퍼지는 태양 빛을 배경으로 미국의 국조인 흰머리수리가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이었다.
1932년 선거에서 후버 대통령을 물리치고 시어도어의 조카인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당선되었다. 대공황이 세계를 휩쓸고 있을 때였다. 1933년 루스벨트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금본위제를 폐지했다. 민간인의 금 소유를 금지하고 국유화를 단행했다. 모든 시민은 금화를 포함한 모든 금을 연방은행에 반납하고 대신 화폐를 받아 가야 했다. 그 유명한 뉴딜정책의 시작이었다.
금 국유화가 시행되자 조폐국에서도 금화 발행을 중단했다. 그때 이미 발행되어 시중에 유통하려고 대기하고 있던 금화는 용광로로 보내졌다. 이미 만들어졌다가 햇빛을 보지 못한 1933년산(産) 더블 이글은 445,500개였다. 금화는 녹여서 금괴로 만든 다음 포트 녹스의 금 보관소나 연방은행의 지하 금고에 보관되었다.
미국에서 금화 소유는 불법이 되었다. 그런데 1944년에 1933년산 더블 이글 10장이 시중에 불법 유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재무부 산하 비밀경호국에서 이 동전을 도난품으로 규정하고 9개를 찾아내어 몰수했다. 그러나 1개는 그러지 못했다. 범인은 필라델피아 조폐국 직원이었던 조지 맥켄이었다. 조지 맥켄은 금화 담당 위치에 있으면서 옛날 금화와 1933년산 금화와 바꿔치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4년에도 1930년대 더블 이글 10장이 추가 발견되었다. 소유자는 조지 맥켄에게 더블 이글을 사들인 필라델피아의 보석상이자 동전 수집가의 자녀였다. 미국 정부는 소유자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끝에 정부의 도난품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더블 이글을 반환받을 수 있었다. 이 동전은 전시용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으로 용광로 행을 피할 수 있었다.
미국 정부가 수거하지 못한 더블 이글은 한 개.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것은 단 한 개의 더블 이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1933년의 더블 이글은 현재 40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 한 개의 소유자는 이집트의 파루크 왕이었다. 파루크 왕은 1944년에 이 금화를 사들였고, 미국 재무부로부터 정식 수출 허가를 받아 반출한 합법적 금화였다.
그런데 미국 재무부는 미국 시민에게는 악착같이 뺏어 오면서 이집트 왕에게는 왜 수출 허가를 해 줬을까. 아마도 1940년대라는 시대 상황이 그랬거나, 아니면 상대가 이집트 국왕이라는 정치적 이유가 있었거나, 아니면 담당 직원이 돈 많은 국왕에게 뭘 좀 받아먹었거나 등등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덕분에 세계 유일의 단 하나라는 금화의 전설이 탄생할 수 있었다.
파루크 왕이 퇴임하고 금화는 경매에 나왔다가 1966년 영국 수집가가 소지하고 있던 것을 미국 비밀경호국이 압수했다. 긴 소송 끝에 미국 정부는 이 동전을 판매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2002년에 약 72억 원에 낙찰, 2021년에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211억 원에 낙찰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동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는 400억 원이 넘는 귀하신 몸이 되었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