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는 이민 입국 반대, 교황은 이민 차별 반대
- 미국 내 가톨릭 신자의 60%가 트럼프 이민 정책 지지
- “예수님도 난민이었음”이 간과되고 있어
- 트럼프, 교황과의 갈등 국면이 ‘선거에 유리’ 판단
- 복음과 불일치의 고위직 가톨릭 신자들

최초의 미국인 출신 교황 레오 14세(Leo XIV)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수색이 짙은 미국의 가톨릭 팟캐스트인 제시 로메로(Jesse Romero)는 레오 14세 교황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고 영국의 BBC 뉴스가 24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인 로메로는 “교황은 우리에게 천국에 가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면서 “교황은 정부에 대한 권한이 없으며, 자신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교황과 미국 주교들은 “트럼프의 대규모 강제 추방 정책”을 비판한 것에 대해 로메로는 분노하고 있다. 미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약 20%)이 ‘가톨릭 신자’라고 밝힌 만큼, 미국 가톨릭교회는 미국인의 삶과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우선주의의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는 JD 밴스(JD Vance) 부통령과 영향력 있는 법률 운동가 레오나드 레오(Leonard Leo) 같은 가톨릭 신자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과 린다 맥마흔(Linda McMahon) 교육부 장관이 핵심 직책을 맡고 있는 등, 이들은 내각의 중심에도 자리하고 있다. 그들은 특히 대외정책에서 강경노선을 달리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 이민 문제, 갈등의 씨앗
그러나 “이민 문제”는 가톨릭교회 지도부와 정부 사이, 그리고 신자들 사이에서도 갈등의 불씨가 됐다.
지난 5월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비밀투표)에 추기경들이 모였을 때, 로메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트럼프 같은 교황”을 기대했었다.
그러한 기대와는 달리 교황 레오 14세는 미국에서 이민자들이 어떻게 대우받는지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하며, 지난 11월 이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deep reflection)을 촉구했다. 교황은 마태복음(the gospel of Matthew)을 인용하며 “예수님은 세상이 끝날 때, 우리는 '외국인을 어떻게 대했는가’라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후,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USCCB=United States 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는 이례적으로 “미국 내 이민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 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특별 메시지”를 발표했다.
미국 가톨릭 의 주교들은 “두려움과 불안의 분위기”라고 부르는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무차별적인 대규모 강제 추방에 반대하며, 비인간적인 언사와 폭력이 종식되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가 12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한 성명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교황 또한 이 성명을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하며, 모든 가톨릭 신자와 선의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주의 깊게 경청해 줄 것을 촉구했다.
* 교황에게 싸움 걸다
미국 포드햄 대학교(Fordham University) 종교문화센터 소장인 데이비드 깁슨(David Gibson)은 “두 사람의 관계는 상당히 긴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깁슨에 따르면, 미국의 가톨릭계 보수주의자들은 “교황 레오가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가 사회 정의와 이민 문제에 집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변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레오 14세 교황은 보수주의자들의 기대와는 달랐다. 그들 중 상당수는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교회가 입을 다물고 낙태와 같은 문제에만 집중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게 깁슨의 설명이다.
미 백악관 국경 문제 책임자인 톰 호먼(Tom Homan, 가톨릭 신자)은 “가톨릭교회가 틀려먹었다”며, 교회 지도자들이 “가톨릭 교회를 바로잡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Karoline Leavitt)이 시카고 출신인 교황이 미국의 이민자 처우가 “비인간적이며 생명 존중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깁슨은 정부의 계산에 대해 “미국 가톨릭 신자들, 특히 백인 가톨릭 신자들 가운데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기 때문에, 결국 교황과 갈등을 빚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라며, ‘이는 전례 없는 계산’”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종교연구소(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백인 가톨릭 신자의 거의 60%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가톨릭 신자 인구의 37%를 차지하는 히스패닉계 신자의 경우 이 수치는 약 30%이다.
한편, 미국 부통령 JD 밴스는 자신의 가톨릭 신앙이 정치에 미친 영향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우익(보수) 가톨릭 신자들의 영향력과 위상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JD 밴스라는 인물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는 가톨릭으로 개종한 인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는 신앙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밴스는 현행 정책이 교회 가르침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불법 체류자들의 인간성을 존중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밴스의 ‘이중적 판단’으로 보인다.
* 예수님도 난민이었어
그러나 진보 성향의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부터 주교에 이르기까지 가톨릭교회가 이민자들에게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가톨릭 신자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그들은 본래의 인간 존엄성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보스턴 인근의 한 가톨릭교회는 “예수님이 난민이었다”(Jesus was a refugee.)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구유 장식’을 활용했을 정도로 이러한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매사추세츠주 데드햄에 있는 성 수잔나 성당(St Susanna Parish)은 아기 예수 조각상 대신 손으로 그린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여기 왔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을 정도이다.
일부 지역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보스턴 가톨릭 대교구는 해당 전시물이 분열을 조장하고 성물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다며 철거를 명령했다. 그러나 성 수산나 성당은 아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많은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낙태와 같은 문제에 대해 교회의 입장에 따라 보수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공화당에 투표한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보다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반면 백인 가톨릭 신자 중 약 3분의 1은 꾸준히 민주당에 투표해 왔다.
미국 가톨릭 신자 중 거의 3분의 1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 데이비드 깁슨은 “이 교회는 이민을 기반으로 세워졌다”며, “미국 가톨릭은 이민자들의 교회”라고 말했다.
* 복음과 불일치의 고위직 가톨릭 신자들
“무차별적인 추방을 지지하는 공직에 있는 가톨릭 신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깊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한다. 이는 생명의 복음과 양립할 수 없다.”
그러나 가톨릭 팟캐스트 ‘제시 로메로’는 미국 주교들과 교황이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고 있다고 억지 주장을 편다. 그는 가톨릭 교리서에 이민자들은 체류 자격에 관한 법률을 포함하여 모든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고 말한다.
율법과 구전을 엄격히 지키며 대중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유대교 지도자 집단으로, 부활·천사·영을 믿고 회당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바리새인의 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가톨릭교회에는 성경과 신학에 대해 보다 현대적이고 자유주의적이며 진보적인 견해를 가진 주교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로메로는 (자신은) 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한다“면서 ”교황과 주교들을 신앙의 지도자로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개인적인 의견이 모두 옳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도 인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이 아닌 성직자는 있을까? 성직자를 인간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로메로와 미국 보수주의 가톨릭계의 ‘우물 안의 개구리(井底之蛙) 시각’에서 그들이 벗어나길 기대해 본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