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되고 싶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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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가 되고 싶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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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동북아역사재단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른바 ‘환빠 논쟁’을 화두로 언급하는 이재명 대통령/전주MBC 뉴스화면 캡처
12일 동북아역사재단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른바 ‘환빠 논쟁’을 화두로 언급해 논란을 일으킨 이재명 대통령/전주MBC 뉴스화면 캡처

세종과 성종은 경연(經筵)을 좋아했던 조선 왕이었다. 경연을 가장 싫어한 왕은 광해군이었다고 한다.

조선조에서 가장 치열한 경연을 펼치기로 유명한 정조(正祖)는 학문의 깊이나 넓이가 신하들을 압도했다고 한다. 정조의 경연은 문신들과의 열띤 토론을 통해 나라의 앞날을 개척해 나가려는 개혁의 심장부와 같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 부처 수장들과 경연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짙게 든다. 생중계까지 하는 그 의도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지만, 나타난 형식으로는 그렇다. 한 나라의 리더가 경연을 좋아하는 현상은 아주 바람직하다. 신하들과 소통하면서 배우고, 나라의 정치 이념을 세우는 데에도 토론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경연에서 리더가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은 권위주의적 태도다. 토론에서 권위란 장벽이 되어 잘못된 길로 결론을 유추하기 때문에 금기사항과 같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기관장들과 나눈 대화를 보면 거의 강압과 힐난, 그리고 말싸움에 가깝다. 단지 토론이라는 형식을 취할 뿐 질문해서 원하는 답을 구하는 식이다.

서양 역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과 이른바 ‘환빠’ 논란을 일으킨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은 가히 경악할 수준이었다. 그것은 환단고기(桓檀古記)가 정통 사학계로부터 위서(僞書)로 치부된 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진정한 환빠가 되어 아주 깊은 상고사 지식을 가지기 전에는 성립하기 어려운 토론이라는 의미다.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라는 대통령의 질문 자체가 그런 모순을 내포한다.

역사학에서 문헌은 유적, 유물을 통해 상호 검증이 가능한 기록을 말한다. 환단고기는 그런 점에서 기록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조선 시대 이전에도 국가 형태의 시스템이 있었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개인적으로 믿는다. 그러나 역사는 신념의 영역이 아니다. 검증의 영역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정말 환단고기에 진심이라면 “고조선 이전 유적과 환단고기 기록을 교차 검증해 주기 바란다”라는 정책적 의견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자신의 권위 혹은 지식을 과학의 한 영역인 역사학에 투영하려는 시도는 매우 무모하고도 무모하다. 역사에 관해 거의 처음 의견을 낸 대통령의 논리는 학술적인 조건을 갖추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적 신념을 설파하고 실행하는 자리가 아니다. 권위주의를 버리는 게 먼저다.

정조처럼 지적인 왕(王)이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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