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꺼낸 이른바 ‘환빠(환단고기 추종)’ 논쟁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되받아 논란으로 키웠다. 참으로 느닷없이 일어난 어이없는 논란이다.
설령 두 정치인이 한국 고대사에 대해 박식하다고 치자. 그러나 역사는 매우 전문적인 과학의 영역이며, 좀 안다고 공식적인 공간에서 나설 문제는 아니다. 두 사람이 막걸리 마시는 자리에서 나온 거라면 얼마든지 건전한 토론일 수도 있다. 지난 12일 대통령 주재 정부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나온 이 주제는 정말 주제넘은 이슈이다. 나는 두 정치인이 역사에 전문적 식견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일이 없다.
아니, 백보를 양보해서 대통령이 고대사에 대해 진심으로 애정을 가졌다면 이런 논쟁을 일으킬 게 아니라 정책적인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날 환단고기 주제는 그저 대통령과 박지향 동북아재단 이사장이 주고받은 논쟁 수준이었다. 여기에 이준석 대표가 숟가락을 얹는 모양새다.
‘환단고기(桓檀古記) 논란’은 매우 복잡한 이슈이다. 모든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이 책 한 권을 둘러싸고 일어난 위서(僞書) 논란이 고조선이나 단군 이전의 우리 민족 상고사를 가름할 수는 없다. 주류 역사학계는 이 위서 논란에 매몰되어 우리 상고사의 유적과 유물, 심지어 중국 역사 기록마저 도외시하는 비과학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환단고기가 마치 우리 고대사의 X맨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제대로 된 학술토론조차 없었다.
따라서 사료와 증거 위주의 역사를 말하는 박 이사장에게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닌가?”라고 따지는 이 대통령의 말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그 이상의 학술적 가치는 없는 논쟁이었다. 만약 역사학을 아는 대통령이라면 “사료 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만주지역 유적이나 주변 기록을 폭넓게 수용해서 오랜 논란의 국민적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애써 달라”라고 당부했어야 옳다.
한 민족의 고대사는 국민적 정체성은 물론 문화적 영역, 외교적 명분과도 무관하지 않은 매우 중요하고도 민감한 문제다. 특히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비과학적 역사관을 앞세워 상징조작(象徵操作)에 열을 올리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가 대응해 나가야 할 유일한 전략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방법론이다.
역사는 정치인들의 막걸리 안주가 아니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