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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연히...>의 표지 ⓒ 박소영^^^ | ||
본문 중에 그녀가 자신을 변호(?)하는 '내 아침을 돌려다오'을 보면서 그녀에 대한 세상(문단)의 평가에 좀 당혹스러웠지요. 그녀에 대한 비평이나 기사를 보고 그녀를 안 것이 아닌 저로서는 어쩌면 그녀의 진정한 독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로지 그녀의 작품으로만 그녀를 만나왔으니 말이죠.
최영미 하면 그 유명한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추억의 시집으로 떠오릅니다. 친구가 손수 그 시집을 일일이 적고 꿰매어 제게 선물을 했으니까. 당시 저는 그 시집이 어떤 시집이길래 그토록 정성을 들였는가 궁금해 그녀의 시들을 여러 번 들춰보았습니다. 그후 몇 년이 지나 <시대의 우울>을 접했고, 보다 그녀를 구체적으로 알게됐지요.
이 책은 그녀가 1990년대 말에 여타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산문집이에요. 얇은 책 두께로 봐서 하루면 족히 읽을 분량입니다. 이번에도 그녀를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직접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한 인간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이런 것이구나 싶습니다.
저는 그녀를 화가이면서 작가인 황주리와 비슷한 인물로 생각해 왔답니다. 황주리의 <날씨가 맑아요>와 흡사한 형식과 내용이라고 나름대로 정리해봅니다. 하지만 최영미만의 독특한 점이 분명 있을 테지요. 그 비밀을 찾는 게 아직은 이른 것인지, 제 눈썰미가 둔한 것인지 모르겠군요.
도대체 그녀는 누굴까
그녀의 문체는 일상적입니다. 그렇다고 매너리즘에 빠진 시시한 리얼리티는 절대 아닙니다. 그녀의 솔직한 감상들, 모호하거나 뭉뚱거리지 않는 선명한 감정이입이 그녀가 제게 주는 미덕이지요.
그녀의 따뜻한 냉소(冷笑)로 더듬는 글들은 숭문주의의 채색에 일침을 가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녀가 좋습니다.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인 저는 결코 그녀의 책을 '우연히' 펼치지 않는 까닭이 여기 있지요.
책을 열기 전 '사랑을 주고 떠나신 할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첫 장에 씌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시작되지요. 우리들 할머니는 가슴에 첫 번째로 부르는 이름은 아니지만, 유년의 한 곁에 늘 그만큼의 자리로 간직되어 있는 아득한 그리움의 이름이지요.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책을 바치는 경우보다 떠나신 할머니에게 사랑을 전하는 그녀의 인상적인 첫 글귀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또 초반부에 실린 글들은 그녀가 되돌아보는 유년의 시절의 기록입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게 거기 있다'는 그녀의 말을 통해 저 또한 그저 그런 기억들을 다시 음미하고 반추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됐습니다.
이 책은 90년대 말 떠들썩한 세기말의 사회의 단면이 있고, 그녀가 혼자 사는 여자라서 겪는 작은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여자가 독신으로 살면서 겪는 여러 어려운 문제들, 공인으로서 겪어내는 모욕적인 말들을 감수해나가는 그녀의 생활을 이곳저곳에 서 감지할 수 있지요.
여기 그녀의 등단소감을 인용합니다. 그녀를 이해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줄 테니까요.
내가 정말 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멀쩡한 종이를 더럽혀야 하는
내가 정말 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신문 월평 스크랩해가며 비평가 한마디에 죽고 사는
내가 정말 썩을 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아무 것도 안 해도 뭔가 하는 중인 건달 면허증을 땄단 말인가
내가 정말, 여류신인이 되었단 말인가
술만 들면 개가 되는 인간들 앞에서 밥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고,
고급 거시기라도 되었단 말인가
'맨발로 잔디를 밟던 어느 여름날 오후'의 그녀처럼 이 뜨거운 한낮의 열기를 그녀와 함께 한다면 어떨까? 그녀는 제가 따라 할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임을 이 책에서도 말해줍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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