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진료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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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진료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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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도래하겠지만 아직은 이르다


몇 해 전 이야기입니다. 당시 아마도 의약분업이 막 시행되던 무렵 의사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하나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 젊은 의사가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곤, 자신과 인터넷으로 상담을 한 환자들에게 일정한 진료비를 입금시키면, 이 메일로 처방전을 전송해주는 방식의 진료를 하였던 것입니다.

아이의 엄마는 온라인상에서 그 선생님과 통신으로 증상을 이야기 하고, 선생님은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답을 얻은 후 전자메일로 처방전을 보내면, 환자는 그 메일을 프린트해서 약국에 가서 약을 짓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의사사회에는 한바탕 홍역이 치러야 했고, 잘은 모르지만 그 선생님은 아마 사법처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법에선 ‘진료란 환자와 진찰을 한 후 처방을 하는 것’ 이란 뜻으로 규정이 되어있는데, 온라인상에서 상담을 통해서 건강상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진찰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내용의 법해석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 뒤부터 인터넷상의 여러 가지 온라인 진료사이트에서는 ‘인터넷 상담은 진료를 대신 할 수는 없습니다. 자세한 상담은 의사선생님을 찾아서 하세요.’ 라는 식의 주의문이 항상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의료에 관한 글을 올립니다. 그것이 법률상의 진료행위는 아니겠지만, 의료지식을 전한다는 점에서는 어떻게 보면 광범위의 진료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엄마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서도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육아상식을 주로 전하지만 ‘필요하시면 주치의 선생님을 찾아가세요.’란 말을 곧 잘 사용합니다.

그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상의 의료지식이나 상식은 엄마가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경우에 어떤 병원에 찾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도움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직은 인터넷 진료가 오프라인상의 진료를 대신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인터넷과 각종 언론 매체에 난무하는, 각종 의료지식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각종매체를 통해서 말하는 이야기는 의사인 제가 볼 때는 틀림없이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폭넓고 균형 잡힌 의학지식이 없는 일반인에게, A라는 증상은 B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고, C라는 치료를 받으면 된다는 식의 지식이 득보다는 해가 될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충분한 교육을 받은 의사에게는 최신자료나 참고자료가 될 수 있지만, 일반인에게는 그것만이 맞는 것처럼 잘못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과대학을 다니거나 전공의 과정에 갓 입문하는 거의 모든 의학도들이, 의학교과서에 있는 그 모든 병들이 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나마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 의대생이나, 전공의까지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일반인들은 어떻겠습니까. 일반인에 대해 전문지식을 무분별하게 유포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무차별적으로 난무하는 의료지식은 때로는 좋은 충고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불필요한 걱정을 낫기도 하고, 잘못된 치료를 받도록 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의료관련 인터넷 사이트들이 거의가 상업적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의료기관으로의 환자의 유도와, 의료소비를 유도하게 됩니다. 물론 좋은 병의원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입수 할 수 있는 장점도 있겠지만, 때로는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진료를 유발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입니다. 요즘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이런 유행은 사실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나 환아 부모의 입장에서는 손쉽게 건강문제에 대한 정보를 얻어서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진찰은 불확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잘못된 결론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인터넷 진료를 완전히 단속해야 한다거나,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서 인터넷 진료란 새로운 문명의 혜택은 점차보다 완벽해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적인 진찰을 하지 않아도 보다 정확한 진단에 도달할 수 있는 표준화된 문진 프로그램이 곧 개발될 것이고, 꼭 진찰이 필요할 경우엔 사이버기구를 통해서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는 방법들도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란 문명의 이기는 분명히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앞으로 언젠가는 거의 모든 진료가 이 글의 처음에서 소개한 의사선생님의 에피소드처럼 그런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시대가 반드시 찾아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간단한 질병인 경우에는 아예 의사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잘 정리된 표준화된 진료 프로토콜과, 집에서 구비할 수 있는 진료도구를 온라인에 연결하고 프로그램에 따라 클릭만 계속하면 아마도 필요한 약의 목록이 처방되어 나오는 100% 완벽한 사이버 진료도 언젠가는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까지는 의사의 진찰을 대신할 만한 완벽한 사이버 진료방법은 없습니다. 아직은 인터넷상의 통신상담도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통신상에서 의료지식을 올리는 의사도 자신이 올리는 글이 환자에게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 인터넷 진료상담을 받는 환자들도 인터넷상의 상담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조금 더 기술이 발전되어 안전한 인터넷 진료가 구축되는 세상이 오기까지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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