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의 몰락, 언론의 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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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의 몰락, 언론의 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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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 개나 돼지 미물도 기자” 시대, 누가 진실을 감시하는가

대한민국의 지방 관공서 한켠, 기자실이라는 공간은 언론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최전선이다. 그러나 이곳은 점차 공적 감시의 본분을 잃고, 무료 커피와 점심을 즐기는 ‘카페 언론’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 깡문칼럼 | 이강문, 양파TV뉴스 총괄사장 / 대구천사후원회 이사장
✍️ 깡문칼럼 | 이강문, 양파TV뉴스 총괄사장 / 대구천사후원회 이사장

사회 어둠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대신, 공무원이 건네는 보도자료를 복사-붙여넣기 하는 ‘자료 중개인’들이 자리를 지킨다. 지금 지방 기자실은 언론의 미래를 좀먹는 병폐의 온상이며, 이대로라면 “기자란 누구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지방 기자와 기자실의 현실, 취재 대신 편집

기자는 본디, 발로 뛰는 직업이다. 진실은 현장에 있고, 시민의 목소리는 거리에서 들려온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지방 기자들은 더 이상 ‘뛰지 않는다’. 오히려 책상 앞에 앉아 관공서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의 제목만 바꾸고, 때로는 전문을 복사하여 기사를 송고한다. 이들에게 현장은 필요 없다. 취재원은 공무원이며, 정보원은 시청 메일함이다. 편집기자는커녕 심지어 광고 영업사원인지, 기자인지 전혀 분간이 가지 않는 이들이 판친다.

한 언론사의 지국장이라는 이는 취재보다 “이번 달 광고 얼마 채웠냐”를 더 중요시한다. 공공기관 행사에 얼굴만 비치고 기념품을 챙기는 이들에게, 언론의 윤리는 사치일 뿐이다. 기자증은 출입증이자 영업증이며, 기자실은 노트북을 펼쳐놓고 유튜브를 보는 안식처다.

기자실, 공공정보 차단의 울타리

기자실은 원래 언론과 공공기관 간의 신속한 소통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나 현재의 기자실은 정보의 거름망이자 독점적 권력 공간으로 전락했다. 출입이 제한되고, 소수 기자단만이 정보를 공유하며, 이를 통제하는 구조는 사실상 공적 정보에 대한 카르텔을 형성한다. 이들은 때로 외부 기자의 출입을 막고, 브리핑 참여조차 제한한다. “기자단”이라는 명분 아래, 이들은 ‘언론의 특권’을 내세워 자신들의 기득권을 고수한다.

문제는 이 특권이 취재력이나 공공성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관공서에 충성하고, 눈치 보며 비판을 피하는 언론은 결코 언론이 아니다. 기자단은 어느새 권력을 감시하는 집단이 아니라, 권력에 기대어 기생하는 존재가 되었다.

기자 자격, 누가 심사하는가

오늘날 ‘기자’라는 호칭은 더 이상 전문성과 윤리를 담보하지 않는다. 인터넷 언론 등록만으로 누구나 기자증을 만들 수 있고, 자칭 언론사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말 그대로 “소나 개나 돼지도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지방마다 수백 개의 언론사가 존재하지만, 이들이 생산하는 ‘보도’는 실상 내용 없는 복사물이며, 클릭 장사에 불과하다.

이 같은 언론의 홍수 속에서 시민은 무엇을 신뢰해야 하는가? 기자란 타이틀 뒤에 숨은 사이비 언론인들이 횡행하는 지금, 진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광고와 협찬이 기사 가치의 기준이 되었다. “기사 한 줄 써주면 광고 한 칸”이라는 음성적 거래는 공공연한 비밀이며, 이는 곧 언론에 대한 시민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브리핑룸으로의 전환, 공정의 시작

기자실은 폐쇄하고, 브리핑룸을 도입하자. 특정 기자단에만 정보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구조는 해체되어야 하며, 모든 언론과 독립 언론인에게 동등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정보는 공개되어야 하며, 브리핑은 생중계로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시민은 언론의 보도를 검증할 수 있고, 언론은 다시 감시자로서의 책무를 되찾을 수 있다.

정부는 언론 자유를 외치지만, 그 자유는 책임 없는 무질서가 아니다. 브리핑룸은 정보의 개방성을 상징하며, 언론사 간 공정 경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자란 이름의 무임승차자들이 설 자리는 사라지고, 진정한 취재자들이 언론의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언론은 민주주의의 심장이다. 심장이 멈추면 사회는 숨을 쉬지 못한다. 지방의 기자실에서 시작된 무기력한 언론의 현주소는, 곧 대한민국 언론 전체의 신뢰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발로 뛰는 기자, 시민을 위한 펜, 권력 앞에 당당한 시선은 어디로 갔는가?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썩어빠진 관행을 도려내고, 언론 본연의 역할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권력의 테두리 안에서, 광고와 커피에 영혼을 팔며 ‘기자 흉내’를 계속할 것인가. 답은 이미 자명하다. 시민이 진실을 원한다면, 언론도 다시 진실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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