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30일로 '인천화재학생참사'가 일어난 지 꼭 3년이 되었다. 이 사건은 당시 당국의 행정 지도만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도 막을 수 있는 대참사였다는 점에서 정부당국과 인천시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리고 비등해 있던 시민들의 관심 등에 따른 영향으로 사망자 가족에 대한 보상은 어렵지 않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음 일보 직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아니 살아남았다기 보다는 가까스로 목숨만 부지하게 된 부상자들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상에 대한 합의에조차 이르지 못하고 있다. 100여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낸 참사에서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일을 두고 이번에는 다시 행정기관과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문제는 다 접어두더라도, 공무원의 행정지도 미비로 영업을 할 수 없는 곳에서 영업을 하다 발생한 사건에 대해 1차 화재 발생 장소가 그곳이 아니므로 직접적인 행정 책임이 없다는 인천시의 주장이나, 여론에 떠밀렸건 어쨌건 인천시 명의로 부상자 가족과 합의한 '합의서'에 대해 합의서는 엄밀한 의미에서 계약서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합의 이행을 하지 않고 있는 인천시의 행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한 법리적인 해석이 무엇이건 '죽음보다 더 깊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부상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는 마음이 있다면, 부상자를 사이에 둔 보상 문제가 3년이 지나도록 '깜깜'한 어둠 속을 헤매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이 사건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뉴스타운에서는 원래 3주년이 되는 10월 30일에 이 사건을 특집기사로 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뉴스타운의 취재진 부족으로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음은 지난 여름 현장을 다녀온 뉴스타운의 네티즌 회원 한 명이 쓴 르뽀성 기사이다. 후속 취재가 이루어지지 않아 파일 형태로 남아 있던 것이다. 우선 이를 실으면서 곧 후속기사를 내보낼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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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화재'사건이 일어났던 건의 모습 | ||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인천인현동학생화재참사 현장을 찾았을 때, 무고한 어린 학생들을 떼죽음으로 몰고 갔던 그 건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변한 것이 있다면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층의 호프집이 노래방으로 변해 있는 것일 뿐.
지금도 동인천역 앞 광장은 3년 전의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중고생들로 붐볐다. 역앞에서 만난 노점상들은 아직도 그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적어도 필자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한목소리로 부상자가족들에 대해 '나몰라라' 하는 인천시의 행위에 분노를 표했다.
'죽도록 놔두지.. 왜 살려냈어'
'죽는 게 차라리 좋았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는 부상자들을 만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죽은 아이들이 오히려 행운아라고,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아이들이 복 받은 아이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부상자와 그 가족들은 힘들어 하고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의식만이 살아남은 학생들은 어쩌면 구조대를 원망하며 소리라도 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소리를 지를 수조차도 없다. 뜨거운 열기를 들이마셨기 때문에 호흡기를 잘라내고 목에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말은 고사하고 겨우 숨만을 쉴 수 있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가족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거울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때로는 뭐든 때려부순다고 한다. 화상을 입어 일그러진 얼굴과 몸뚱이는 자신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마치 괴물 같은 모습이기에 외출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일을 극도로 두려워 한다. 부상자 가운데 한 아이는 생살이 찢기는 듯한 치료의 고통을 당하다 보면 단숨에 손목 동맥을 끊고 안식으로 빠지고 싶은 유혹에 빠져든다고 하였다.
그들은 죽음의 화염 속에서 용케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인천시는 법적인 배상책임이 없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00년 4월 7일, 당시 최기선 인천시장은 '상실수익액에 대한 보상문제는 시의 배상책임이 없는 상황에서 행정적으로 이를 검토하여 지급하기에는 불가하다'고 하는 일방적인 보상방안을 발표하면서, 당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든 부상자의 치료비 지불보증을 2000년 4월 30일자로 중단하였다.
이에 부대위(인천화재 학생참사 부상자대책위원회)는 4월 14일 인천광역시 시의회에 '향후 치료비 전액과 위자료, 간병비, 교통비, 상실수익액(장해율에 의한 금액), 개호비(의사의 판단에 의한 금액), 특별 위로금' 등을 요지로 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사망자의 보상금 지급기준과 동일하게 합리적으로 산정하여 형평성의 원칙에 부합되도록 지급하기를 청원하였다. 시의회는 부대위의 청원을 5월 3일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시의회는 또한 '본 청원은 청원의 내용상 예산이 수반되는 내용으로 시 집행부에서 처리함이 타당하다고 사료되는 청원으로서 사망자 보상기준에 부합되도록 전문인으로 하여금 전문적으로 재검토하도록하여 부상자에 대한 보상이 적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보상대책을 촉구하여 아울러 치료비는 우선 보상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줄 것을 촉구함'이라는 심사의견을 채택하였다.
그리고 청원심의내용을 인천시로 하여금 이행하고 6월 3일까지 보고토록 요구하였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를 이행하지도 않았다. 결국 인천시장은 부대위(인천화재 학생참사 부상자대책위원회)는 물론이고 시의회의 의견까지 무시한 셈이다.
부상자 가족들에 따르면, 인천시 담당자는 모든 것을 탁상행정으로 일관하였다. 단적인 예로, 부상자의 부상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병원 출장조차 없었다. 당연히 화재사고 부상자에 대한 예산은 문자 그대로 탁상 행정에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총손해액의 2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산을 책정하는 데 그쳤고, 잘못 책정된 예산에 맞춰 부상자에 대한 보상을 끝내기 위하여 부상자 가족들과의 합의사항을 파기하였다.
살아남은 학생들의 비참한 모습
이들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눈물
필자가 보는 이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당시 사건이 발생한 라이브Ⅱ 호프집은 무허가 영업행위를 하다 인천 서부경찰서에 적발되어 99년 10월 22일 관할인 인천 중구청으로부터 영업장 폐쇄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무허가 영업을 계속했고, 결국 10월 30일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만일 인천 중구청이 호프집의 무허가 영업을 제대로 막았더라면 끔찍한 학생들의 희생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고유*, 이선*, 한재*, 허희*, 곽은*, 정석* 등의 부상 학생들은 흔히 주위에서 보는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학생들이 지금 말도 못하고, 간신히 몸의 일부만을 움찔거릴 수 있는, 주사기로 음식물을 찔러 넣어 주어야 하는, 평생 아무도 만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모습으로 거의 식물 인간과도 같이 누워 지내고 있다.
이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길바닥으로 내쫓길 수 있다는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직장을 버리고 자식을 돌볼 수밖에 없는 부상자 가족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 사건이 이렇게 잊혀져서는 안된다. 우리의 아들 딸들, 그리고 우리의 이웃이 겪고 있는 이 아픔에 다시한번 우리의 관심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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