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중국 협력 기대 말아야"
"북핵 문제, 중국 협력 기대 말아야"
  • 최성민 기자
  • 승인 2021.05.06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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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워싱턴서 '중국 역할론' 회의 깊어져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미국과 한국의 협력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워싱턴에서 확대되고 있다고 VOA가 6일 보도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 도움을 끌어내려는 전략은 한국과 미국에서 공통적으로 시도돼 왔다.

북핵 문제는 역내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중국에도 중요한 현안인 만큼 미-중 간 첨예한 갈등을 떠나 중국의 영향력과 긍정적 역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를 뒀다.

중국의 대북 역할론은 특히 과거 중국 등과의 다자 틀을 통해 북핵 문제에 접근했던 미국 국무부 협상가들에 의해 강조돼 왔는데, 이들은 여전히 중국과의 협력을 선호하고 있다.

1994년 북핵 1차 위기 당시 미-북 제네바 합의를 이끈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나는 동북아시아에서 중국과 미국이 갖는 이해관계가 동일하진 않지만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항상 믿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를 보호하려는 미국의 대응을 유발할 수 있는 북한의 잠재적 도발을 제거하는 것이 공통의 이해관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들 ‘협상가 그룹’은 바이든 행정부의 최근 의회 연설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북한을 억제할 만한 동기가 중국에 남아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중국을 북한 비핵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이해 당사국이자 잠재적 파트너로 규정해온 워싱턴의 이같은 전통적인 인식은 미국에서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다.

비핵화의 현실성에 대한 미-중 양국의 부정적인 인식과 격화되는 미-중 패권경쟁이 두 나라의 안보 협력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진단이 우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독일마샬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만, 두 나라 모두 가까운 미래에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미-중 양국이 의견을 달리하는 한반도 비전의 또 다른 측면은 한미 동맹”이라며 “전략적 경쟁이 미-중 관계의 중심적 요소가 된 상황에서 두 나라가 한반도 긴장을 낮추는 접근법에 대해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고위 관료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 “우리의 외교적 노력 지원과 유엔 대북제재 이행 등 양쪽 측면 모두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4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이란 문제 등 여러 현안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중국 역할론에 대한 워싱턴의 평가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또다시 중국 카드를 꺼내든 미국 정부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친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특히 시진핑 정권 아래 중국 공산당이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이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려 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고 중국 또한 미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상황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런 회의감은 워싱턴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중국은 현재 미-한 양국이 공유하는 안보 문제를 해결할 동기가 거의 없다”며 지난 몇 년간 급속히 악화된 미-중 관계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전 중국 고위 당국자와 1년 반 전 나눴던 대화를 소개하면서 “중국이 도움이 될 만한 건설적 역할을 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중국이 미국의 부탁을 들어주려 했던 시절은 지났다’고 매우 직설적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과 각종 국제 현안에서 마찰음을 키우는 현 상황이 두드러지긴 하지만, 중국은 미-북 관계가 악화되기 전에도 북한 문제 해결에 영향력을 행사할 의지가 애초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안정”이라며 “중국은 통일을 반대할 것이고, 북한의 위협이 미군의 동아시아 주둔을 영속화하는 근거가 되지 않는 선에서 미국이 한반도에 얽매이는 상황에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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