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의 마차가 거니는 강릉 경포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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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의 마차가 거니는 강릉 경포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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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 흐르는 관동별곡(1)

^^^▲ 경포호쭉 뻗은 경호
ⓒ 김대갑^^^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오오...'
내 마음이 호수처럼 넉넉하고 맑으니, 사랑하는 그대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오라고 슬며시 고백하는 마음. 거울처럼 투명한 호숫가에 서서 떠오르는 은색의 달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포옹하는 연인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은 언어의 묘사가 필요 없는 한 폭의 그림이다.

두 연인의 마주잡은 손 사이로 달빛이 미끄러져 들어오면 그들 사이에는 어느새 다섯 개의 달이 묘려하게 떠오른다. 하늘의 달이 호수와 바다, 술 잔 속을 맴돌다가 애인의 눈동자로 곱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 경포대경포대 전경
ⓒ 김대갑^^^
석양 무렵 현산의 철쭉꽃을 잇따라 밟으며,
신선이 탄다는 마차를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십리나 뻗쳐 있는 잔잔한 호수물이
흰 비단을 다리고 또 다린 것 같구나.
맑고 잔잔한 호수물이 큰 소나무 숲으로
둘러싼 속에 한껏 펼쳐져 있으니,
물결이 잔잔하기도 잔잔하여
물 속 모래알까지도 헤아릴 만하구나.

새 깃으로 뚜껑을 만든 마차인 우개지륜은 신선이나 귀인만이 탈 수 있는 귀한 마차이다. 평범한 마차를 타고 경포호를 구경하는 것이 마치 실례라도 되는 양, 송강은 부러 우개지륜을 들먹여 경포호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 신사임당신사임당 동상
ⓒ 김대갑^^^
군자호 혹은 경호라고도 하는 동해안 지역의 대표적인 석호, 경포호. 예전에는 바다였지만 흘러내린 토사에 의해 바다와 이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 이별은 호수에게는 불행이었지만 인간에게는 다행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동해의 일출과 호수의 월출을 동시에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경포호는 하늘의 모습을 하늘보다 더 푸르게 비추는 거울 같은 호수이다. 또한 호수에 비치는 미인의 얼굴을 원래 모습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준단다. 이 경포호를 낮은 언덕 위에서 말없이 굽어보고 있는 소담한 정자가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경포대’이다. 그런데 이 경포대의 역사가 예사롭지 않다. 고려의 관리였던 박숙정이 인월사 옛터에 지은 경포대를 조선 시대의 강릉부사 한급이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 마차경포호의 마차
ⓒ 김대갑^^^
그만큼 경포호와 그 주변의 경치가 사람의 넋을 빼앗을 정도로 뛰어났던 모양이다. 아니면 경포대라는 건물이 주는 미학적 가치가 경포호와 너무나 잘 어울리기에 두 존재의 합궁을 감행한 모양이다.

아마 경포대와 경포호는 전생에 오래된 연인이었을 것이다. 월출을 바라보며 미래를 기약했던 연인들의 단골 장소가 경포대였으며, 별리의 아픔을 간직한 여인의 한이 고요히 스며있는 곳도 경포대였다. 그렇게 수 백 년 간 경포대는 경호를 바라보며 북풍한설과 춘향의 계절을 견디었던 것이다.

경포대를 제대로 즐기려면 춘 사월이 가장 좋다. 왜냐하면 호수 주변에 수많은 벚꽃이 있기 때문이다. 경포호 주변에 화려하게 핀 벚꽃은 자연이 주는 최대의 혜택이다. 더군다나 달이 뜨는 밤에 보는 벚꽃의 야경이란 그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훌륭한 경치를 쉬엄쉬엄 즐기면 그뿐이다. 거기에 향긋한 술과 맛있는 음식이 함께 하면 더욱 좋고.

칠흑 같은 밤하늘에 보름달이 떠오른다. 달은 여인의 늘어뜨린 머리칼처럼 긴 여운을 경포호에 점점이 뿌리며 서서히 올라온다. 경포호에 비친 달빛은 달 탑이 되기도 하고 달기둥이 되기도 한다. 달기둥과 달 탑은 어느새 달 물결이 되어 호수를 적신다. 송강의 말처럼 경포호의 월출은 넓고도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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