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그날의 커피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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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그날의 커피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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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내 발길을 잡아 끈 그윽한 향기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서울의 거리를 지나가다가, 갑자기 버스에서 내려버렸다. 바로 그곳에 무언가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상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마로니에 공원이었다. 지금부터 약 15년 전. 서울에 직장을 구해 처음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때 그곳은 적어도 나에겐 그런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나에게는 이름도 낮선 그곳에 서서 나는 한동안 우두커니 주위를 둘러보다가, 몇 발자욱 걸음을 걸어보았다. 발밑에 수북이 밟히는 낙엽의 감촉을 느끼다가, 고개를 들어 낙엽을 떨어낸 시원한 나무들의 가지가 하늘을 가리고 있는 모양을 바라보았다. 겨울의 막바지, 따뜻한 남쪽에서 갓 올라온 나에게 서울의 날씨는 무척 추웠다.

그래 바로 이곳이 서울인가 보다. 내가 그토록 오고 싶어 하던 곳. 그곳이 바로 여기다.

벤치에 앉아. 무언가 알 수 없는 생각들이 눈앞을 스쳐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어색해서 걸어보았다. 아침 일찍은 시간.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한적함이 더욱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낙엽을 밟으며 듬성듬성 들어선 건물들 사이로 횡하니 부는 바람을 따라 여기저기 거리를 밀려다녀 보았다.

복잡한 아파트가 끝없이 들어선 서울의 모습에 놀라다가. 끝없이 주택이 들어서 있는 달동네를 구경하고 다시 놀라고, 명동과 종로거리의 번잡함을 바라보면서도, 만족되지 않던 그 무언가가 바로 그곳에 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이런 것을 찾아서 서울에 온 것이 아닌데...’ 하는 알 수 없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던 나에게, 그날의 마로니에 공원은 무언지 알 수 없는 깊은 매력을 내 가슴에 심어주었다.

거리에는 각종 공연의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벽마다 형형색색의 포스터가 도배를 하듯 붙어 있었다. 바람이 불대마다 낙엽과 함께 바닥에 떨어진 전단지가 이리저리 날려 다녔다. 건물들의 명판을 보았다. 미술회관, 문예회관, OO예술극장, OOO 미술관. OOOO카페. 그랬다. 내가 갈망하던 그런 것들이 바로 이곳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한동안 길에 서 있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마침 코끝에 감겨드는 커피향기에 사로잡혀서 어색한 몸짓으로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횡하니 비어있는 실내에서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아가씨가 들고 온 복잡한 커피메뉴 중 아무것이나 손가락으로 짚어버리곤 촌사람답게 어색한 발음으로 주문을 한다. “이거주세요”

음악의 리듬을 따라 낙엽은 천천히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고, 가끔 무언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경쾌한 걸음으로 한적한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왠지 그 걸음이 카페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우울한 음악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래 이제 이곳이 내가 살아가야 할 곳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오랫동안 나를 굶주리게 만들었던 그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자리를 마침내 찾았던 것이었다.

테이블에 턱을 괴고 기대어 않아서, 지극히 감은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나에게 누군가가 커피를 가져다 놓았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커피의 향이 내 코를 자극했다. 무어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그날의 커피는 그날 아침 내가 느끼는 그 느낌과 합치되어 내 가슴에 깊이 자리를 잡았다.

그날의 커피는 무척 향이 좋았다. 나는 그날의 커피 향을 잊을 수 없다. 그 커피의 이름이 무엇인지, 그 커피의 향이 무엇인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아직도 커피를 대할 때마다 문득 그날의 그 커피에 대한 그 아름다운 추억이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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