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믹 영화에 대한 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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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믹 영화에 대한 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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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음 뒤에 슬픔이 어린 한국 코미디가 좋다

한국영화들이 코미디 일색이라는 평이 많다. 적은 투자에 최대한의 흥행을 이루기 위한 아이템을 고르다 보니 늘 비슷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코메디를 소재로 해야만 흥행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한국 코메디의 특징은 우리가 살면서 부딪치는 현실을 약간 코믹하게 변형시켜 만들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가볍게 미소를 짓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억지로 부자연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환상적인 내용의 초현실적인 것이라고도 한다.

그렇다. 내가 보아도 한국 코메디는 정말 황당하다. 황당하다 못해 웃음이 피식 나온다. 그러나 최소한 나는 그러한 황당한 한국 코메디에 길들여졌다. 아니 단순히 길들여졌다가 보다 그러한 초현실적인 코메디를 보며 하루의 긴장을 푸는 것은 요즘 내 삶의 소중한 한 부분이 되었다.

어차피 웃으려고 보는 것이 코메디 영화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낮에는 진지한 직장인이다.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갈만한 시간도 없다. 그러나 저녁에 비디오로 빌려 남보다 늦게 보는 영화들의 목록에는, 인테넷에서 또 언론에서 뭐라고 비평을 하던 상관없는 나 나름대로의 패턴이 있다.

진지한 영화는 진지하게, 가볍게 보는 영화는 가볍게. 그리고 가볍게 보는 영화에서 또한 메시지까지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게 또 어디 있으랴. 사실 나는 한국 코미디에서 황당한 웃음만을 보지 않는다. 그 황당함에서 일종의 컬트적인 비평과, 씁쓸함을 느낀다. 허황된 웃음뒤에 따라오는 공허함, 그 공허함이 허황되지 않은 것은 그것이 오늘날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러한 정서에 맞아떨어지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허황된 한국영화에 관객이 몰리는 것은, 물론 저투자, 고수익을 노리는 기획의 산물일 것이다. 그 기획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런 관객의 페이소스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한국인이 힘들게 살아가는 삶에서 우러나는 공감이 아니겠는가. 관객과 웃음. 그리고 웃음 뒤에 숨은 공허와 일말의 분노란 코드가 맞아 떨어질 때 관객은 영화를 찾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한국코미디에서 한국영화의 희망을 본다. 헐리우드 영화와 정면으로 대결할 수 없는 한국영화가 살길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요즘 유행하는 조폭 시리즈도 좋고, 대규모 물량을 쏫아 부은 대작 영화도 좋다. 오히려 헐리우드 영화들의 화려한 액션보다 이런 영화들의 수준이 낮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한국인의 역량으로 만들어 낸 우수한 영화들 중에서도 내 수준에서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영화는 역시 컬트적 이미지가 풍기는 코믹영화다. <동갑내기 가외하기>, <로드무비> 등 수준이 높은 영화도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황당한 영화다.

진지함을 원한다면, 혹은 버라이어티한 것을 원한다면, 세련된 스토리와 감동을 원한다면 아직은 한국영화는 헐리우드의 것을 따라가기가 멀었다. 그러나 코미디에 관한한 한국영화의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 평범한 관객에 불과한 나의 짧은 소견이다.

<가문의 영광>의 그 황당함. 유동근과 박근영의 그 깨소금 같이 고소한 잔재미를 어디에서 느낄 수 있겠는가. 박근영이 알까지를 하는 장면의 그 재미를 헐리우드 영화 어디에서 느낄 수 있겠는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나의 정서와 코드가 딱 맞는다.

<도둑맞곤 못살아>의 그 멍청한 박상면의 연기는 황당함의 극치를 달리면서도, 나와 같은 보통 현대인의 비애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슬픈 이야기를 지루하고, 식상하지 않게 웃음에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나도 한때는 꽤 진지한 삶을 살았다. 고전이 아니면 읽지를 않을 때도 있었다. 이젠 좀 인생을 편안하게 보고 싶다. 혹, 사람들의 지적수준을 하향평준화 시킨다고 비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나는 반문하고 싶다. 요즘 한국인은 참 똑똑하다. 그래서 어설픈 진지함엔 오히려 식상해 한다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매트릭스는 과연 진지한가? 호접몽의 화두를 접목시키기도 하고, 성서적 테마를 갖다 붙이기도 하지만 동양인인 우리가 보기엔 그다지 철학적이지도 않다. 그냥 그렇게 보일려고 애써 만든 영화일 뿐이다.

차라리 영화를 만들려면 우리에겐 다소 정서에 맞지 않긴 하지만 <007시리즈>나,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게 재미있지 않은가.

나는 그다지 인기 없는 영화를 좋아한다. 멀리는 <바보선언>에서부터, 가까이는 <지구를 지켜라>에 이르기까지, 나는 굳이 설득하고 싶지 않다.

그냥 나는 그런 영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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