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 대종상, 올해는 명예회복할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수난의 대종상, 올해는 명예회복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상처투성이 영화제의 변화를 위한 노력

오는 20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되는 대종상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 영화의 산실이다. 올해로 벌써 출범 40회째, 사람의 나이로 치면 불혹에 이르렀지만 아쉽게도 고인 물은 썩는 법인지, 대종상은 그동안 국내를 대표하는 영화제로서의 이름값을 ‘전혀’ 하지 못했다.

^^^▲ 사진은 제39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 장면영화 <집으로...>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튜브픽처스. 주인공 유승호군과 사회자 홍은철 아나운서와 박나림 아나운서.
ⓒ daejongsang.com^^^

대종상의 해묵은 문제점은 역시 공정성 시비에서 시작된다. 매년 되풀이되는 제작사간 나눠먹기 공방과 심사과정의 불투명성은. 시상식이 끝난 이후에도 결과를 놓고 항상 무성한 뒷말이 따라다니게 만들었고, 지난 해에는 금품 로비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영화제의 권위는 치명타를 맞고 말았다.

몇 년전부터 계속된 국내 유명 배우들의 대종상 불참, ‘오아시스‘등 검증받은 우수한 작품들의 대종상 출품 거부 소동, 시상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냉소적인 영화계의 무관심 등은 신뢰를 잃은 대종상의 현주소가 어디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종상, 무엇이 달라지나?

그러나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하루하루 다가오는 시상식을 준비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대종상 영화제 집행위(위원장 신우철)는 그동안의 오명을 씻어내고 달라진 대종상의 모습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해 대종상의 최대 목표는 크게 나누어 ‘참여’와 ‘변화’로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수년간 계속된 공정성 시비를 의식한 듯, 집행위는 이번 심사 과정에서 일반인의 참여를 크게 늘리면서 시상식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하여 선정된 네티즌 100명은 5일까지 계속된 대종상 예심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일반 관객이 심사에 참여한 것은 대종상 역사상 첫 시도이다.

최종 수상작을 결정한 본심은 전문 심사위원단 10명에 의해 선정되지만, 이 과정 역시 공개적으로 개방할 것을 집행위는 선언하고 있다. ‘그들만의 행사‘라는 폐쇄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이다.

대종상을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로 변화시킨다는 목표 아래 올해는 여러 가지 이벤트도 크게 강화되었다. 케이블 TV로 방영되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시상식이 공중파(SBS 예정)로 전국에 생중계된다.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대학로에서 영화제 상영작의 포스터 전시회도 개최하는 등 홍보팀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홍보 부실로 인하여 대종상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던 작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영화제의 규모를 외부로 확장하기 위해, 할리우드 유명 스타 몇 명을 영화제의 특별 게스트로 초빙하자는 방안이나, 남북 교류의 차원에서 국내에서 보기 힘들던 북한 영화 <청자의 넋>을 상영하기로 한 것 등의 시도도 돋보인다.

<청자의 넋>은 한 평범한 도공이 고려청자를 완성하기까지 벌어지는 고난의 과정과 장인정신을 다룬 영화로, 북한의 대표적인 영화제작사인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의 상영과 더불어, 북측 영화 인사의 초빙도 고려되고 있다.

진정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하지만 이런 변화를 위한 노력은 인정함에도, 대종상이 과연 성공적인 영화제로 다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유보적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축제의 당사자인 영화인들의 무관심이다. 이미 지난 몇 년간 대종상은 수상 후보로 선정된 배우와 감독, 심지어는 수상한 당사자들까지 줄줄이 시상식에 불참하면서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물론, 영화 촬영 등의 개인적인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상식의 권위와 무관하게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영화가 상을 받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대중에게 중요한 것은 스타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수상한 스타의 텅빈 좌석만을 보여주면서, 대리인이 나와서 ‘감사하다고 전해달랍니다’ 따위의 멘트를 듣는 것을 좋아할 관객은 없다. 무심한 영화인들과 신뢰를 잃은 영화제가 모두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집행위가 외적인 변화에만 신경쓴 나머지, 지나치게 이벤트 위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도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몸 값 비싼 할리우드 스타들을 모셔오는 등의 이벤트도 좋지만, 그보다는 등돌린 영화인들의 관심을 영화제로 돌리기 위한 내실있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스크린쿼터 문제와 국내 영화들의 부진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영화계와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보겠다는 노력보다는, 자신들끼리 미리 무대만 만들어놓고 알아서 올라와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아쉽다.

대종상은 생각보다 가난하다. 오래된 영화제라는 전통에 걸맞지 않게 예산을 지원할 변변한 스폰서 기업하나 없고, 정부 지원 예산도 매년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난한 살림에 거창한 이벤트만 벌여놓기 보다, 소규모라도 다같이 공감하고 즐길수 있는 시상식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집행위의 신우철 위원장은 ‘올해는 영화 전래 100년, 춘사 나운규 선생탄생 100주년을 맞는 만큼, 대종상이 민족화합의 축제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호언장담이 실언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