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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이 맑기로 소문이 난 남일대 해변 ⓒ 경상남도^^^ | ||
"최치원 선생이 남녘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이라꼬 이곳을 남일대(南逸臺)라꼬 불렀다 안 카더나"
"이야, 이 모래 좀 봐라. 마치 미숫가루 같네"
"그라이 여기로 모래실이라 안카나. 퍼뜩 누부라(눕거라). 여기 온 김에 니도 모래찜질이나 한번 하고 가야 안되것나"
"니부터 시험적으로 한번 누워 봐라?"
이곳 남일대는 내가 스무 살 시절에 자주 온 곳이다. 나는 그때 주말만 되면 참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남해안 일대를 비롯한 남도 곳곳에 있는 산과 들, 그리고 한적한 시골마을을 그냥 그렇게 떠돌아 다녔다. 그리고 다니는 길에 주막이 보이면 어김없이 들어가 막걸리를 마셨다.
날마다 가슴 깊숙히 밀려드는 무언가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그리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문득 문득 달겨드는 외로움. 그랬다. 스무 살 시절의 나는 까닭도 없이 밀려드는 그리움과 외로움의 뿌리를 찾기 위해 그렇게 여기 저기를 마구 떠돌아 다녔다. 그리고 토할 정도로 많은 술을 마셨다.
하지만 끝내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서른 살 정도가 되었을 때, 몸살 같은 그리움과 외로움 뒤에 남은 것은 되지도 않는 시 나부랭이 몇 줄뿐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세월이 흘러 벌써 내 나이도 사십대 중반으로 훌쩍 접어들었다. 하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랬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화두 같은 그 그리움과 외로움의 뿌리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도 끊임없이 백사장을 적시고 가는 저 파도처럼, 나 또한 이 세상을 그렇게 철썩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늘 같은 몸짓을 하고 있지만 늘 새롭게 다가오는 남일대의 얼굴처럼 말이다.
손을 적시면 금방이라도 파란 물이 들 것만 같이 맑은 바닷물도 예전 그대로 출렁이이고 있다. 바다에 코를 박고 우뚝 서 있는 코끼리 바위도 예전 그대로 우뚝 서 있다. 활처럼 휘어진 해변도, 모래사장 위에 수없이 찍힌 발자국들도 예전 그대로다. 담쟁이넝쿨이 용비늘처럼 매달린 해송도 그랬다.
하지만 자세히 다가가 보면 예전 그대로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생긴 모습은 예전 그대로이지만 내 마음 깊숙히 그림자처럼 다가오는 느낌은 예전의 그 느낌이 아니었다. 그래. 그때는 시 나부랭이를 쓴답시고 저 코끼리 바위와 기암절벽을 엉뚱하게 묘사하기도 했었지.
"코끼리 바위도 바위요, 기암절벽도 바위로다"
"아쭈! 돌아가신 성철스님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요기 살아 계셨네"
"그래. 이제서야 대자연을 바라보는 색안경이 벗겨지는 것 같구먼"
"그래. 그라모 인자부터는 술도 안 마실끼가?"
"술은 술이고 물은 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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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방이라도 바다로 뚜벅뚜벅 걸어나갈 것만 같은 코끼리 바위 ⓒ 경상남도^^^ | ||
사천, 그러니까 예전의 삼천포 시내에서 동남쪽으로 2km 지점에 드러누워 있는 남일대 해변. 이 해변은 길이 700m에 폭 500m로 2만여 평 정도 되는 반달형의 아담한 백사장을 안고 있다. 백사장 좌우에는 긴 세월 바닷물에 몸을 내맡긴 바위들이 기기묘묘한 형태의 갈빗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동쪽 해안에는 마치 남일대로 들어오는 바닷물의 맑기를 일일이 검사라도 하려는 듯이 코끼리바위가 우뚝 서 있다. 금방이라도 바다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나갈 것만 같다. 하지만 진종일 바라보고 있어도 코끼리바위는 그 긴 코를 들어 물 한번 내뿜지 않는다.
아니, 저 코끼리바위는 지금도 바닷물을 들이마시고 내뿜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긴 코가 닿아 있는 곳에서는 진종일 하얀 물거품이 일고 있다. 그래. 어쩌면 저 코끼리 바위가 긴 코로 바닷물을 정화시키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곳의 바닷물이 이렇게 맑은 것이 아니겠는가.
"무엇이 좀 낚이나요?"
"아, 직접 한번 낚아 보이소. 그라모 금방 알 거 아입니꺼"
"죄송합니다. 제가 낚시를 하는데 방해가 된 것 같군요"
"이 아재 인상 좀 보모 모르것나. 말장난 하는 거 아이가"
"허허 내 참. 삼천포 사는교?"
"노래미 몇 마리밖에 못 낚았네요"
코끼리바위 주변에는 낚시꾼들이 띄엄 띄엄 앉아 있다. 하지만 입질이 그리 잦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꼼짝 않고 찌만 바라보고 있는 낚시꾼들이 마치 사람바위처럼 보인다. 여름철이면 모래찜질로도 유명하다는 백사장 위에서는 연인 몇 쌍이 추억처럼 발자국을 찍으며 걷고 있다.
야트막한 산이 삼면을 둘러쌓고 있는 남일대는 바닥까지 환히 들여다 보이는 투명한 바닷물이 자랑거리다. 또 조개와 미숫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뒤섞인 백사장 앞 해안은 수심이 늘 1~2m를 유지하고 있단다. 게다가 해안 40m까지는 바닥이 5도 내외의 경사를 지니고 있어서 여름철이면 자녀들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백사장 위로는 울창한 송림 속에 해안선을 굽어보는 비좁은 도로가 뱀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이곳에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온통 쏴아아 쏴아아, 하는 소리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소리가 송림이 바람에 스치면서 내는 소리인지, 바위를 두드리는 파도소리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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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망대 주변도 온통 낚시터다 ⓒ 경상남도^^^ | ||
이곳에서 서쪽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어가면 모례마을로 건너가는 작은 현수교인 남일교가 나온다. 남일교를 지나 왼쪽 오솔길로 5분 정도 더 걸어가면 한려수도의 비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이 전망대가 진널전망대다. 이 진널전망대 주변의 방파제와 해변에도 낚시꾼들이 제법 눈에 띈다.
"저기 저 산이 그때 니하고 같이 갔던 와룡산 아이가. 생각보다 웅장하제?"
"저어기 뱃고동 소리가 나고 배가 들락날락하는 저 곳이 삼천포항인가?"
"인자 니도 삼천포 사람 다 됐네. 가자. 소주나 한 잔 걸치구로"
"또?"
"와? 인자 생선회도 술도 다 응걸징(몸서리)이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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