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혹은 그리움 속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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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김형수 첫 소설집 <이발소에 두고 온 시> 펴내

 
   
  ^^^▲ 김형수 <이발소에 두고 온 시> 표지
ⓒ 문학동네^^^
 
 

교정을 보고 나니 이가 아팠다.
속상해서 너무 앙물었던가보다.
꽤 자중했음에도 아직 능력과 열정이 모자란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문학동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창 밖의 바람 소리가 크다.
마음을 괴롭히는 숱한 생각들이 더불어 쓸려가고 있다.
또 쓰자.

"또 쓰자", 갑자기 마음이 아파 온다. 이 글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형수(44)가 <이발소에 두고 온 시>라는 첫 소설집을 문학동네에서 내면서 쓴 작가의 말이다. "교정을 보고 나니 이가 아팠다/속상해서 너무 앙물었던가보다" 라는 글을 읽고 있으면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찡해진다.

이 같은 일은 이 땅의 글쟁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김형수의 첫 소설집이 되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생각은 글쟁이라면 누구나 책을 낼 때마다 매번 일어나는, 일종의 회한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자신의 속내를 누군가에게 모조리 들켜버린 듯한 그런 감정. 그래서 그날따라 " 창 밖의 바람 소리가 크"게, 아니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렇게 크게 들리는 것이다.

80년대 운동권 문학을 좋아한 독자들은 대부분 아시다시피 김형수는 1959년에 고구마가 유명한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985년에 무크 <민중시 2>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1988년에 문학평론가 백진기, 시인 오봉옥 등과 더불어 무크 <녹두꽃>을 창간, 잠시 시를 밀쳐두고 본격적인 비평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동구권의 몰락과 더불어 고민에 휩싸인 김형수는 1996년에 들어서면서 계간 <문학동네>에 소설까지 발표한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란 수식어가 그의 이름자 뒤에 늘 따라다니던 그에게 이제 소설가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그가 마침내 첫 소설집 <이발소에 두고 온 시>를 펴낸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그는 <나의 트로트 시대>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묶어낸 적도 있다.

이번에 김형수가 펴낸 <이발소에 두고 온 시>는 모두 6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과부촌을 꿈꾸는 군인들의 이야기(구름의 파수병 하나)로 시작하여, 과부촌의 실상을 그린 '구름의 파수병 둘', 리감초의 능청맞은 선거 이야기를 다룬 '나뭇잎 옷을 입은 거짓말쟁이', 그리고 표제작이 된 '그 이발소에 두고 온 시', 알콜중독자 병득이의 이야기를 그린 '겨울귀(鬼)', 그리고 데뷔작인 '들국화 진 다음' 등이 그것들이다.

그렇다. 이 소설집은 어쩌면 김형수의 청춘에 대한 회억이며, 그 청춘의 시절에 못다한 어떤 꿈에 대한 안타까움 혹은 좌절이다.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훌쩍 4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김형수. 그의 이름자 뒤에 붙어 다니는 여러 개의 수식어처럼 그는 이 세상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그토록 치열했던 자신의 청춘의 시절을 다시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구름의 파수병' 연작을 훑어보자. '구름의 파수병'은 다름 아닌 '꼴리니'라는 별명을 가진 선상병을 주인공으로 한 군인들의 이야기다. 소설 속의 '꼴리니'는 연좌제에 걸려 철책근무도 하지 못하고 전방 사단에서 예비훈련만 받아야 하는 딱한 사병이다. 하지만 꼴리니 선상병은 늘 꿈꾸듯이 말한다. "과부촌에 가고 싶다! 하루라도 좋으니 과부촌에서 자고 싶다!" 라고.

이처럼 '구름의 파수병 하나'는 최전방 철책 밑에 있는 과부촌을 꿈꾸는 군인들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러나 '구름의 파수병 둘'은 그 과부촌에 가서 과부촌의 실상을 알게 되는 이야기다. 그 과부촌은 군인들의 꿈처럼 성적 욕망을 해결하는 그런 곳과는 달리 한국전쟁으로 인해 여자들만 남을 수밖에 없었던...

'나뭇잎 옷을 입은 거짓말쟁이'는 밀래미 장터의 대표적인 '안거서공', 즉 앉았다 하면 거짓말이요, 서면 공갈이라는 리감초의 능청맞은 선거 이야기를 다룬 중편소설이다. 주인공은 외삼촌의 연락을 받고 급히 밀래미 장터로 내려간다. 그런데, 주인공이 장난삼아 바꾼 '대통령 시계'가 '안거서공'으로 호칭되는 리감초의 손에서 싯가 십수만원대를 웃도는 '애국자표 대통령 하사품'이....

표제작 '그 이발소에 두고 온 시'는 젊은 때, 누구나 한번쯤 겪었음직한 흑백필름 속의 사랑이야기다. 이 소설은 남자(아마 김형수 자신이었을 것이다)가 마흔 번째 생일을 맞는 날, 느닷없이 주례를 맡아달라는 후배의 부탁을 받고 담양 땅 관방천변을 방문한다. 관방천변은 15년 전, 남자가 두세 달 머물렀던 곳이기도 했다.

15년 전, 소설 속의 남자와 아줌마 면도사 희순이는 잠시나마 연인 사이로 지낸다. 하지만 그 남자에게 옛날 사랑했던 여자가 찾아온다. 그와 동시에 둘의 사랑은 허무한 꿈으로 끝나게 된다. 서로의 애타는 속내는 남자와 여자가 바라보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그런데 그 희순이가 아줌마 면도사로...

그 밖에도 알콜 중독자였던 아버지를 닮아 아이 때부터 알코올 중독에 빠져드는 병득이의 삶을 따스한 사랑으로 다룬 '겨울귀', 그리고 호스티스 국희와 노총각의 애달픈 사랑을 그린 '들국화 진 다음' 등도 김형수 특유의 그리움들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작품들이다.

그래. 김형수는 50년대생이라고 부르기는 좀 어정쩡하고, 그렇다고 명백히 60년대생은 아닌, 1959년생 돼지 띠다. 하지만 1959년생들은 여기 저기에서 애매하게 치기 십상이다. 한국전쟁을 빼고는 굵직굵직한 역사의 현장을 실제 겪으며 자랐지만 이상하게 그랬다. 그래서 이번에 김형수가 쓴 소설들을 읽어보면 1959생만이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시선들이 곳곳에 묻어있다.

이 소설의 해설을 쓴 한신대 서영채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김형수의 소설은 특이한 인물들의 삶이 뿜어내는 활기와 소설 전채를 관류하고 있는 풍부한 서정성이 특징이라고. 그리고 잊혀져가는 그리운 것들이 소설 전면 혹은 작품의 한 배경으로 등장해 강한 정서와 그리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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