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700일 주당남편 혼내려다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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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700일 주당남편 혼내려다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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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잔에(上)

"술이 지긋지긋하지도 않은지 우째 남정내들은 매일같이 그렇게 마시고도 멀쩡하게 살아가는지 모르겠십니더."

L기업의 전이사 마누라가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다. 자신은 단 하루지만 술 때문에 고생해보니 술병조차도 보기 싫은데 남정내들은 허구한날 술병을 끼고 도니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이사의 실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1년에 700일'급 주당이다. 때문인지 술을 마시는 상대방에게 항상 잊지 않는 인사가 "한 달에 몇번 정도 술을 마십니까"라는 질문이다. 그것도 자신의 1년 700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조금은 나사 풀린 아저씨라고나 할까.

이런 주당을 모시고 사는 마누라 속인들 어찌 편하겠는가. 허구한날 입가에는 알코올 향기만 머금고 사는 주당이니 아마도 그녀의 속은 까만 숯 덩이가 돼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전이사의 1년 700일 논리는 점심에 반주로 한잔 땡기고 저녁에 또 퍼고, 하루 두 번으로 계산하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여간 오늘은 이런 주당을 날잡아 혼을 내주려고 마누라가 큰 마음먹고 입에 술을 댔다가 도리어 큰코다친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이런 것을 글로 쓰면 본인이야 창피하겠지만 어쩌겠나 독자들은 배꼽잡는디).

오랜지기인 P기업의 장부장이 그동안 알뜰살뜰 돈을 모아 30평 아파트 시대를 마감하고 38평 아파트로 짐을 옮긴지 몇 일 안되는 날이었다.

일명 집들이라고 할까 그동안 정을 나누고 살았던 벗들을 초청해 한턱 쏘기에 이르렀다. 남자들은 큰 차를 좋아하고 여자들은 큰 집을 좋아한다고 이날은 부부동반으로 초청 됐다.

38평 이하에 사는 아지매들은 부러운 마음으로, 38평 이상에 사는 아지매들은 그저 그렇게 집안구조를 한번씩 둘러보고 술판에 앉았다. 남자들은 소주와 양주로, 여자들은 맥주를 꺾으면서 본격적인 술판 분위기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몇 순배 돌아가더니 술잔이 돌기 시작했다. 항상 여럿이 모이다보면 꼭 짓궂은 주당 한 명은 있기 마련이다. 못 먹는 술잔 건네기 기네스북에 올라 있을 정도인 노이사란 주당이 전이사 마누라를 향해 술잔을 건넸다.

그런데 술잔이 넘어오기도 전에 전이사 마누라는 쌍수를 흔들며 "저는 술 못합니더, 저가 한잔 따라 줄께예."

"아이고 독약이라도 한잔은 마시겠다. 그러지 말고 좋은 말 할 때 한잔 받으세요."

노이사의 본격적인 실력에 시동이 걸렸다.

"남편이 1년 700일 선생인데 오늘 한잔하고 술 힘 빌려 푸념한번 하세요."

그래도 잔 받을 생각을 하지 않자 노이사는 다른 방법을 구사했다.

"정 마시기 싫으면 벌주로 남편이 글라스로 한잔하기 어떻습니까 여러분."

아무리 주당 남편이지만 글라스로 퍼마시고 쓰러지면 큰 일이다 싶었는지 갑자기 마음이 돌변 잔을 달라는 것이었다. 대형사건이 벌어질 조짐이 감지되고 있었다.

<다음호에 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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