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그대로의 세상 엿본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원시 그대로의 세상 엿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병국 · 성낙송씨 생태보고서 <우포늪> 펴내

 
   
  ^^^▲ <우포늪>표지
ⓒ 지성사^^^
 
 

"'모든 것은 자연이 써 놓은 위대한 책을 공부하는 데서 태어난다'고 했던가요. 자연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무한한 자비를 베풀고, 사람들에게는 과학문명의 기초를 제공하였으며 많은 예술직품의 소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오랜 세월 동안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마구 짓밟히고 무참히 훼손되어 왔습니다."

현재 <국제신문> 사회부 기자로 재직하고 있는 강병국씨가 글을 쓰고, (사)푸른 우포사람들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성낙송씨가 사진을 찍은 <우포늪>이라는 책이 지성사에서 나왔다. '원시의 자연습지, 그 생태보고서' 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억 4천만 년이란 천문학적인 세월을 지켜온 자연 생태계의 보고, 우포늪의 속내를 샅샅히 훑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요즈음 나온 신간은 아니다. 이미 몇 개월 전인 1월 중순에 나온 책이다. 그런데 왜 뒤늦게서야 이 책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이 글을 쓰는 기자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저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주저리 주저리 쏟아져 나오는 우포늪에 대한 전설 같은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어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디겠는 것을 어찌하랴.

경남 창녕에 자리잡고 있는 우포늪은 1997년 환경부의 자연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1998년에 우리 나라가 습지보전국제협약(람사협약)에 가입하게 되면서 강원도에 있는 대암산 용늪과 더불어 국제습지목록에 등록된, 말 그대로 지구 생태계의 보석으로 평가받고 있는 습지이다.

<우포늪>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절로 한숨 같은 탄성이 비어져 나온다.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사진과 한 편의 동화 같은 글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우포늪에 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우포늪의 식물에서부터 곤충, 물고기, 새,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뿐만 아니라 우포늪에서 살아가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이 책 곳곳은 온통 싱싱한 원시 그 자체다.

이 책의 목차에도 1억2천만 년 전의 원시가 그대로 배어 있다. '하늘에는 천지, 땅에는 우포'란 머리글로 시작하여 '우포늪 가는 길', '초록물결 사이로 냇버들 손짓하고', '낮엔 잠자리, 밤엔 반딧불이 축제', '조개의 몸 안에 알을 낳는 각시붕어', '달밝은 밤에 기러기떼 날면', '타작마당엔 너구리가 도망가고', '논우렁을 캐는 아낙들'등 어느 곳 하나 원시 그대로가 아닌 것이 없다.

처음 이름을 들어보는 식물들도 수없이 많다. 4개의 잎이 밭 전(田)자 모양을 닮았다 하여 '전자초(田字草)'라고도 불린다는 '네가래', 물속에 살면서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인 '통발', 잎사귀의 모양이 마치 범의 귀와 닮았다 해서 '범의귀'라고도 불린다는 '바위취, 어리연, 대가래 등.

"자연스레 형성된 늪은, 동식물이 썩어서 만들어진 흙이 깊이 쌓이고 그 위로 물풀이 무성히 자라기 때문에 생물들이 터전을 이루어 살기에는 더없이 좋은 서식처이자 먹이 제공처가 됩니다."

 

 
   
  ^^^▲ 남생이와 붉은 귀 거북
ⓒ 지성사^^^
 
 

물 속에는 물자라, 각시 물자라, 물방개, 애기 물방개, 점박이물땡땡이, 게아재비 등과 더불어 각종 곤충들의 애벌레가 살고 있다. 이들은 물 속에서 헤엄을 치며 놀다가 가슴이 답답해지면 물 위로 슬며시 올라와 잠시 숨을 내쉬고는 이내 다시 물속으로 숨어버린다. 하지만 물방개와 물땡땡이 등은 호흡관이 없어 몸에 공기방울 주머니를 달고 다니며 물 속에서도 숨을 쉰다.

물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주둥이가 화살대처럼 길쭉한 줄공치, 큰가시고기, 뱀장어, 가물치, 참몰개, 끄리, 큰납지리, 흰줄납줄개, 긴몰개, 돌마자, 기름종개, 밀어, 긴꼬리투구새우 등 약 42종의 물고기들이 저마다 날렵한 몸매를 은빛으로 번뜩이고 있다.

물 바깥 세상도 마찬가지다. 물 밖에는 벌호랑하늘소, 줄각다귀, 섬서구메뚜기, 중국청남색잎벌레, 남색초원하늘소, 두쌍무늬노린재, 사향제비나비, 흰점팔랑나비, 꼬리 명주나비 등 이름도 생소한 곤충들이 포물선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오목눈이, 논병아리, 물닭, 쇠물닭, 댕기물떼새, 댕기흰죽지, 꺅도요, 알락도요 같은 조류들이 하늘과 땅을 이어준다.

그밖에도 늪 주변에서는 긴호랑거미, 연두어리연왕거미, 황닷거미 등이 꼬리에서 투명한 줄을 뽑아 거미줄을 치고 있다. 풀숲과 물가에서는 줄장지뱀, 남생이, 붉은귀거북 등이 '나 여기 있소' 하면서 동그란 눈동자를 껌뻑거리고 있고, 우포늪을 닮은 사람들이 논우렁이와 민물조개 등을 건져올리고 있다.

이 책은 계절에 따라, 밤낮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생태계 박물관 우포늪에 대한 보고서다. 하지만 어찌 보면 우포늪의 비밀한 곳까지 너무나 발가벗겨 께름칙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는 조금이라도 신기하고 비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끝내 소유하려고 덤벼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우포란 이름은 우항산(牛項山)에서 비록되었다고 한다. 이 우항산의 모양이 마치 소가 늪에 머리를 대고 물을 마시는 것 같다 하여 '소목'이라고 불리다가, 뒤에 이곳에 소를 풀어 풀을 뜯게 했다 하여 '소벌' 이라고 불렀단다. 이 소벌을 한자말 그대로 옮겨 쓰면 '우포'(牛浦)가 된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지금도 '소벌'이라고 부른단다.

 

 
   
  ^^^▲ 논우렁과 민물조개를 잡는 사람들
ⓒ 지성사^^^
 
 

 

 
   
  ^^^▲ 흰뺨 검둥오리
ⓒ 지성사^^^
 
 

 

 
   
  ^^^▲ 물 속에서 벌레를 잡아먹고 사는 식물 '통발'
ⓒ 지성사^^^
 
 

 

 
   
  ^^^▲ 장대나뭇배
ⓒ 지성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