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2
스크롤 이동 상태바
죽음-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죽음은 예고 없이 온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의 죽음은 사전에 예고된 것이었으나 가족들은 그것을 잊고 살다가 갑자기 닥친 것처럼 당황하고 있었을 뿐이다. 목사님은 죽음으로 가고 있는 아버지에게 세례를 주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다르게 신앙은 같지 않았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 절대자를 영접했다. 어머니는 매우 기뻐했다.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다시 사실 것을 믿도록 말했다.

아버지는 대답할 힘이 없어서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아버지는 절대자를 영접하고 좋은 세상으로 갈 것을 믿고 하늘나라로 갔다.

아버지가 죽음의 문턱에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말했던 것은, 결국 이승에서 못다 한 한을 풀어 보고자 하는 욕구로 볼 수 있었다.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절대자에게 있음을 뒤늦게 알고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모든 것을 묻어 두고 가야 했다.

일순간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아버지는 죽음 직전에서야 알게 되었음을 어머니에게 고백했다. 사람들은 아침에 희망과 기쁨에 넘쳐 콧노래를 부르며 베짱이가 되어 살지만 그런 날은 많지 않다.

집을 나간 사람이 불의 사고로 죽어 갈 수도 있다. 술을 먹고 객기를 부리다가 죽기도 한다.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많다. 형처럼 유흥과 노름을 하며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한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지만 자기만은 오래 동안 모든 것을 얻고 즐기며 살 것이라고 믿고 바보처럼 산다. 무엇이 살아가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단단하게 만들어진 대들보를 준비해도 세월이 가면 부러진다는 점을 모른다.

내일을 걱정하며 살지만 인간에게 내일은 없다. 성호는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그것 역시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일일뿐이다. 풀잎은 여름에 왕성함을 보이고 꽃은 열매를 맺지만 때가 되면 반드시 시들고 진다. 그래야 다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성호를 극진히 사랑했던 아버지도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그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아버지를 잃고 슬퍼할 수밖에 없었다.

허무와 비애 그리고 공포감은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그러나 평온을 얻으며 죽으려고 한다. 아버지는 그러한 것을 얻기 위해 절대자를 영접했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하지만 모든 것이 허사임을 알고 절망했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아픔을 대신하려는 노력을 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생을 마감했다. 아무리 불러도 죽은 자의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

아버지가 죽은 뒤에 나타나 아무리 소리 높여 불러도 대답을 들을 수 없다. 그러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아버지를 형은 외면했다. 언젠가는 형 자신도 아버지처럼 죽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죽어서 하늘에 있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하늘을 보고 울었다. 무엇이 진정한 삶이며, 무엇을 위해, 어떻게 죽어야 하는 지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문제이지만, 대개는 망각하기도 하고, 좌표를 잃기도 하며 산다.

절대자가 있다는 것도 잊고 산다. 죽은 다음에 알 수 있지만 죽으면 다시 육체적으로 는 살아날 수가 없는 것이 인간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만 형은 철저히 그것을 모르고 살았다.

입에서는 달콤한 말을 하며 못된 짓을 하고 사람들을 속이며 살았다. 어떻게 부모에게도 있는 곳을 말하지 않고 별처럼 떠다니며 사는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가는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고 모든 것을 주며 살았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죽었다. 아버지는 당신이 죽은 뒤에 영원히 잠들 산소자리를 생각했다. 동네어구가 훤히 보이는 곳에 잠들기를 원했다.

(다음에 계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