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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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가 병실에 나타나자 아버지는 반색을 하며 형을 찾았느냐고 물었다. 성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는 몹시 실망했다. 며칠 사이에 아버지의 모습은 놀라게 변해 있었다. 성호는 아버지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앞으로 올 일들에 대해 심한 걱정을 했다.

아버지는 어떻게 된 놈이 집을 한번 나가면 몇 달씩 소식이 없는지 이상한 놈이라고 화를 냈다. 형이 어떤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아버지는 형을 그리워하며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어 갔다. 처음에 의사가 한 달을 못 넘긴다는 이야기를 믿지 못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아버지의 병세가 나빠져 갔다. 성호는 고민을 했다. 본인에게 암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스스로 정리를 하게 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았다.

아버지는 고통으로 병실 침대에 누워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파서 일그러지는 얼굴을 자주 보였지만, 며느리에게 아픈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점점 고함을 치는 일이 많아졌다. 성호는 아내에게 미안하여 말을 못했다.

환자를 거두는 일도 어려웠지만 어머니도 힘들게 했다.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아버지 곁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만 했다. 아버지는 고통을 참느라고 애를 먹었다. 여러 사람들과 한 병실에 누워서 고통을 참느라고 더 힘들어 하셨다.

대낮에는 사람들을 접하며 그런 대로 고통을 참았지만 밤이 되면 무섭도록 고함소리를 냈다. 고통을 참느라고 이를 갈기도 하고 심한 헛소리를 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 역시 안절부절못하며 기도에 열중했다.

아버지의 창백한 얼굴과 움푹 패인 눈은 죽음으로 가고 있음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성호는 죽음으로 가는 사람에게 있어서 인간의 삶이란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알았다.

누구든지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귀다툼하고 산다. 그래서 성인들은 삶에 대해 애착을 갖지 않으며 물욕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을 허비할 뿐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해서다.

죽음 앞에서 초연해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미 죽음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던 아버지는 아들 앞에서 연약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내는 아버지를 퇴원시켜 시골집으로 가자고 했다. 병원에서 도와줄 수 없는데 그냥 누워 있어 봐야 병원비만 나오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성호는 달랐다.

시골에서 누가 돌볼 사람도 없고 아프다고 야단이 나면 그래도 병원이 났다고 병원에서 모시자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단호했다. 한 달이라는데 이제 마지막 정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아내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성호는 아내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모든 것을 아시게 된 아버지는 형을 더욱 애타게 찾았다. 뒤늦게 알게 된 어머니 역시, 너무 기가 막혀서 아무 말을 하지 못하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슬퍼했다.

아버지는 퇴원하여 고향으로 갔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푹은 함을 준다. 특히 죽어 가는 환자에게는 어머니의 품처럼 마음의 안정을 주어 다소의 고통을 완충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아버지의 병은 그렇게 간단한 병이 아니다.

가족 모두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을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더 나빠져 가는 것을 보시고도 병명을 묻지 않으시며 정성을 다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병은 점점 악화되어 갔다. 병명을 알게 된 아버지는 급속도로 나빠져 갔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불러 달라고 하기도 하고 빨리 오지 않는다고 보채며 아프다는 소리를 더욱 질러 댔다. 가족들은 그때마다 안절부절못하며 아버지를 따뜻하게 대해 주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죽음으로 가는 마당에 모든 가족들을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매일 반복되는 사람을 부르기도 하고 채근하며 불러오라는 닦달을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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