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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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아들의 머리 기름 냄새를 좋아했다. 아들의 냄새를 맡을 수 없어 북어처럼 말라 갔다. 햇빛과 공기 속에서 숨을 못 쉬고 살았다. 바람과 별이 잠 못 이루게 했다. 달과 이슬이 울게 했다.

정수와 귀신 소리에 북어가 된 어머니를 할머니와 무당은 매일 때렸다. 순경은 형에게 바람잡이에 대해 물었다. 바람잡이는 노름꾼들이 데리고 다니는 사람을 말한다고 평범한 대답을 했다.

"이 자식아 그거 모른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럼 무얼 묻는 것입니까?"
"몰라서 물어, 몇 명이나 꼬드겼냐?"
순경은 어수룩한 농부를 감언이설로 꼬드겨 돈을 잃은 사람을 알고 있다고 했다.

형은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대들었다. 사실은 그런 일을 앞장서서 한 것은 도깨비다. 그러나 형은 의리를 지키며 도깨비를 감쌌다. 순경은 쥐어박을 듯 험악한 표정으로 변하며 화를 냈다.

돈을 얻어 쓰는 재미에 노름판에서 잔심부름을 했다. 어깨 너머로 놀음하는 것을 보고 익혔다. 읍내에 채 패라고 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었다. 노름의 일종으로서 동네마다 성행하였다. 노름꾼들이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동네 사랑방을 빌려 판을 벌렸다.

순경들을 피해 양지 바른 산비탈이나 밭 두렁 같은 곳에서도 판을 벌렸다. 할머니는 좋은 꿈을 꾼 날에 돈을 걸었다. 운수 좋게 맞으면 몇 배씩의 돈을 돌려줬다. 돈맛에 시골 부녀자들이 미치다시피 했다.

형은 공부에 취미가 없었다. 형을 아껴 주던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했지만 '공자' 같은 소리라고 말을 듣지 않았다. 공자가 무엇인지도 형은 모르면서 아버지가 하신 말을 흉내냈다.

순경은 학교 창문을 파괴했을 때 단단히 버릇을 고쳐 놓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때 버릇을 고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아버지에게 했다. 형은 노름판의 바람잡이가 직업이 되었다. 잔돈푼을 들고 들어오는 것 때문에 아버지는 한숨만 쉴 뿐 가타부타 말씀이 없었다.

아무리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는 형에게 아버지는 지쳐 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살이 낀 손자가 노름꾼이 된다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형은 도깨비와 전국을 다 쏘다녔다. 바람처럼 집에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졌다. 별이 되기 이전에 바람이 되었다.

바람과 별은 하늘에서 산다. 바람을 따라가고 별을 찾아가는 골목에 형은 늘 서 있었다. 어린것은 문제가 안되었다. 노름꾼들은 오히려 순진함을 이용하였다. 어린아이는 거짓말을 안 한다는 점을 이용했다.

노름꾼들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어머니는 아들의 소식이 들려 올 때마다 가슴에 콩을 볶았다. 할머니는 "내가 죄가 많아서 그렇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

정성이 부족한 것과 돈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손자를 살리기 위한 굿을 못해서 안달을 하며 조상 귀신이 노해서 그렇다고 울부짖었다. 노름판에서 사람을 때리는 사건 때문에 도깨비와 형은 순경 앞에 섰다. 도깨비가 더 적극적으로 저지른 일이다.

형이 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지만 순경은 모든 것을 형에게 덮어 씌웠다. 전과가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형이 불리하게 되고 도깨비는 덕을 봤다. 형은 협의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올가미에 걸린 참새처럼 되어 갔다.

성호는 그때마다 도깨비가 얄미웠다. 그러나 도깨비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읍내에서 사람을 죽였다는 소리가 있었다. 패싸움을 하다 여러 명이 죽었다고 했다.

그 사건이 일어나자 동네에 어느 날 검은 모자와 제복을 입은 순경이 나타났다. 정자나무 밑에 아녀자들은 모여 입방아를 찌었다.

순경은 엄마에게 형이 있는 곳을 대라고 했다. 엄마는 모른다고 하며 순경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혹시나 아들이 연루되지나 않았나 해서 마음을 졸였다.
"우리 아들이 일을 저질렀나 요?"
"물어 볼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별것은 아닙니다. 조사를 할뿐입니다."
엄마는 다소 안심이 되었지만 형을 찾아서 읍내로 갔다.

읍내로 형을 찾아 나서는 엄마는 울고 있었다. 성호는 그때부터 형이 더 잘못되어 간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조그만 체구의 엄마는 쇳소리를 내며 바쁘게 걸었지만 언제나 똑같이 얼굴을 숙이고 걸었다.

정자나무 밑에 사람들은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만들었다. 도깨비네 부모는 형 때문에 못된 짓을 배운다고 오히려 어머니를 보고 화를 냈다. 형은 속이 비어 있으면서 케네디 흉내를 냈다.

동네에 나타날 때는 외모에 신경을 썼다. 별만 달지 않았다면 정말 케네디 같이 멋있어 보였다. 노인들은 형 앞에서는 칭찬을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못된 놈이라고 욕을 했다. 무엇이 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걱정들을 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야단치고 화풀이를 했다. 할머니도 아버지 편이 되어 어머니를 못살게 했다. 어머니는 점점 야위어 갔다. 아들을 잘못 둔 모든 책임을 어머니가 졌다.

나뿐 사람과 좋은 사람의 차이는 없다. 같은 공기를 마시고 물을 마신다. 어머니와 형은 같은 공기를 마신다. 할머니는 마시는 물을 장독대 위에 떠놓고 손자를 위해 빈다. 그러나 형은 점점 나쁜 사람이 되어 갔다. 형은 늘 바람과 공기가 되어 어머니를 찾아 왔다. 유치장을 찾아가는 엄마는 앞을 보지 않고 땅만 보고 걷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형은 점점 난폭해졌다. 할머니는 살풀이를 해야 하는 것만을 생각했다. 손자를 조금도 원망하지 않았다. 무당의 힘에 의지하려고 하는 열성을 보였다. 살풀이를 해야 손자가 액땜을 한다는 무당의 말을 철통 같이 믿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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