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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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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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는지 참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우유에 '사이나'를 넣으면 색이 변한다. 순경이 그것을 모르지 않는다. '왜 그렇게 말할까?' 순경은 열심히 무엇인지를 노트에 썼다.

꿩은 물을 찾아 헤매다 논이나 밭 두렁, 개울가 같은 곳에 죽어 있었다. 꿩이 죽은 것을 보고 엄마가 아들에게 물을 먹이고, 젖을 먹이는 이유를 알았다. 할머니는 무당 집에서 떡 한 덩어리와 대접에 있는 물을 먹으라고 하셨다.

성호는 종이로 만든 귀신이 무서워서 먹기가 싫다고 했다. 대접 속에 날 파리가 빠져 있는 것을 무당이 손으로 건져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살기를 없애려면 먹어야 한다고 했다.

산신령이 먹다 남은 돼지 머리 한쪽을 썩 짤라 내서 고추장을 찍어 입에 넣어 줄 때는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형은 맛있게 먹었다. 먹지 못하는 성호를 보고 먹어 보라고 하며 웃었다.

귀신이 먹은 거라 싫었다. 무당 집을 나와 멀리 '면산'으로 도망을 갔다. 할머니는 형에게 귀신이 붙었다고 무당과 함께 몰아 부쳤다. 순경은 여러 장의 조서를 썼다. 종전처럼 형에게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꿩을 주어다 먹은 아이가 대신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대들었다. 순경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도깨비와 말총을 훔쳤을 때도 형이 대신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대가를 혼자 치렀다. 그러나 형은 대장이기 때문에 도깨비를 물고 들어가지 않았다.

죽은 꿩을 찾은 아이는 그것을 자기 집으로 가지고 가려고 악을 썼다. '사이나'는 내가 가져온 것이고, 꿩은 '사이나'를 먹었다. 따라서 꿩은 형의 것이라고 삼단 논법으로 말했다. 순경의 아들은 가져온 것과 훔친 것이 혼용될 우려가 있는 말을 들었다.

형은 죽은 꿩 앞에서 소유권과 공정성을 이야기했다. 함께 구워 먹어야 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말했다. 양지 바른 곳은 눈이 녹고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다. 젖지 않은 솔잎을 주워 모으고 불을 부쳤다. 참새보다 몸 덩어리가 큰 꿩의 시신이 훨훨 탔다.

세금으로 참새를 빼앗은 할아버지의 말씀이 커야 먹을 것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형은 말총보다 '사이나'를 더 좋아했다. 참새를 잡는 말총은 겨울이 지나가면 울타리에 붙어서 비바람을 맞는다. '사이나'도 역시 대청마루 선반 위에 올려져 한해를 다시 맞는다.

화가 난 농부가 먹으면 목숨을 잃는다. 그래서 그것을 훔친 것이 죄가 되며 형에게 도장을 빨리 찍으라고 했다. 형은 아니라고 악을 썼다. 순경은 빨리 도장을 찍지 않으면 더 무서운 처벌을 받게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순경의 아들은 형의 친구다. 자기 아들은 형과 매일 꿩을 찾아 산으로 다녔다.

형은 꿩을 구워 먹을 때 따지는 공정성이 순경에게는 없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자식도 안 키우십니까? 어디 두고 봅시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당신 아들하고 같이 '사이나'로 꿩을 잡아먹었어요,"
"왜 이래요, 이 아줌마가, 남을 모함하면 못 써요, 당신이 보았습니까?"
"매일 같이 놀잖아요, 내가 알고 있는데, 우리아들만 처벌을 해, 나쁜 사람 같으니라고,"
"우리 아들은 그런 위험한 장난은 안 합니다."
순경은 단호하게 자기 아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순경에게 악을 썼다.

순경은 땅바닥에 침을 탁 소리가 나게 뱉었다. 대드는 엄마의 얼굴을 노려보며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의 그런 행동이 형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 모르지만 아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도깨비는 어린 시절에 형과 사건을 일으켰지만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형이 책임감이 없었다면 오히려 도깨비가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언제나 형은 아이들의 대장이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았다.

별을 달은 자는 아무리 잘한 일이 있어도 불리할 뿐이다. 순경은 "전과자는 언제나 변명 거리를 만들지," 하고 형을 윽박지르며 도깨비 말을 믿었다. 이유 없는 공동묘지가 없듯이 사고를 친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변명이 있다고 말했다.

형은 도깨비의 안전판 노릇을 늘 했다. 그런 도깨비가 형이 있는 곳을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형이 있는 곳을 알지? 말해 줘,"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이제 노름을 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형이 모르면 누가 알아?"
성호는 또다시 도깨비를 물고 늘어졌다. 모른다고 딱 잡아떼었다.

원래 도깨비는 잡아떼는데 명수다. 그것을 아는 성호는 계속 같은 물음을 던졌다. 전주라는 곳이 큰 도시인데 어디인지를 밝히라고 말했다. 만약에 말해 주지 않으면, 김 형사에게 같이 사고를 친 것 같다는 말을 하겠다고, 도깨비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김 형사? 김 형사가 누구니?"
"누구 긴 형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이지, 김 형사에게 말하면 형도 귀찮아질 거야, 바른 대로 말해 줘,"
도깨비는 다소 움츠러드는 기색을 보였지만 계속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 성호는 많이 마신 술 때문에 속이 아파서 참느라고 애를 먹었다. 하지만 도깨비는 비웃기라도 하는 듯 술을 혼자 따라서 계속 마셨다.

성호는 기분이 나빠 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그대로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
"우리형이 다른 말은 안 합디까?"
"별다른 말은 안 했어, 다만 아버지가 편찮으시니 한번 가보라고 했어,"
"연락 주소를 말하지 안고,"
"언제 너의 형이 연락 주소를 말하고 다녔어? 잘 알면서도,"
성호는 할말을 잃었다. 하긴 그렇다.

도깨비와 사고를 친 때에도 오랜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었다. 둘만이 있는 아지트가 있어 보이지만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알 수가 없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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