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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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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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는 형의 친구지만 엉뚱한 데가 있었다. 형이 사건을 일으킬 때마다 도깨비가 있었지만 늘 빠져 나오고 형이 바보처럼 모든 문제를 책임지는 일이 많았다. 이번에도 형이 사고를 쳤다면 도깨비도 같이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마음을 잡았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성호는 어떻게든 단서를 잡아 보려고 물고 늘어졌다. 그래서 홧김에 옛날에 형과 사고를 친 금 덩어리 사건 이야기를 들추어냈다.

"옛날에도 나에게 아무 일 없다고 속였잖아,"
"속이긴, 왜 또 그 이야기는 꺼내니,"
"그 때만 생각하면 화가 나서 그래, 그때도 우리형만 처벌을 받았잖아, 형은 빠져 나오고,"
"난 그때 정말 아무 일도 안 했어,"
순경은 도깨비에게 계속해서 물었다.

형과 광산에 금을 훔치러 간 것이 아니냐고 큰소리로 겁을 주었다. 하지만 도깨비는 그 사건에서 자기만 빠져 나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도깨비가 침묵함으로써 형이 처벌을 받았다 그때도 형은 금을 훔치러 간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광산에 놀러 갔었다.
"광산엔 무엇 하러 갔었어,"
"매일 놀러 갑니다."
"매일 간다고? 금 덩어리를 훔치러 갔지?"
아이들은 광산에 가서 이상하게 생긴 돌 줍기 내기를 했다.

단단하지 못한 푸석 돌이 있는가 하면 반짝이는 차돌이 있었다. 곱돌도 있고 금이 들어 있는 돌도 간혹 가다 있었다. 차돌과 곱돌을 주어 땅 따먹기를 할 때 썼다. 재수가 좋으면 꿩을 잡는 '사이나(cyanide)'를 광산 경비에게 얻을 수도 있었다.

순경도 도적질과 관계없이 아이들이 광산에 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었다. 형은 아니라고 말했다. 도깨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 언제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며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형은 언제나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점이 늘 미움을 혼자 사고 처벌을 받는 결과를 만들었다.
"저놈의 광산은 우리 읍내에 아무 소용이 없다니까,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있어야지,"
"일터를 주잖아,"
"일터, 그 알량한 봉급, 그게 어디 월급이야, 쥐꼬리지,"
광부들은 적은 노임으로 불만을 이야기했고, 읍내 사람들은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음을 탓했다.

광산에서는 늘 돌을 깨는 소리와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돌가루 물이 여과 없이 개천을 따라 미호천에 흘러 들어가 물을 우유 색으로 만들었다. 미꾸라지가 죽고 붕어가 죽었다. 온통 죽은 물이 흘렀다.

"'사이나를 구하러 갔습니다."
"훔치러 간 것이 아니고, 구하러 갔다고? 사람을 죽일 작정이었나,"
"꿩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꿩을 죽이는 '사이나'가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법은 없지, 몇 마리나 잡았나?"
"모르겠습니다."
"몇 마리를 죽였는지 모른다고?"
순경은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한 대 쥐어박을 자세로 말했다. 형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는 순경에게 비웃듯 대들었다. 순경은 그런 형의 태도에 화가 단단히 났다. 성호는 순경과 줄다리기를 하는 형을 보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순경 앞에서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고 버티는 형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도깨비는 순경의 비위를 맞추며 형에게 불리한 말을 했다.
"바른 대로 말해, 금은 얼마나 훔친 거냐?"
"난 도둑놈이 아니어요, 놀러 간 것이지,"
순경은 형을 도둑놈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도깨비는 일부를 시인하는 듯한 말을 했다. 그 자리만 피하면 된다는 알량한 생각 때문이었다.

광부들은 땅속 밑바닥에서 일을 하다 금이 섞인 광석을 하루에 몇 개씩 사타구니 밑에 숨겨서 집으로 가져왔다. 하루에 한 두 개가 고작이다. 그러나 한 달이 되면 한 가마니가 되었다.

광산촌은 돌절구가 잘 팔리는 이상한 동네다. 돌절구는 인절미를 만들 때 필요하다. 먹을 것이 없어 인절미를 일년에 두 번 해먹는 집이 많지 않았다. 명절날 북어포와 사과 몇 개와 고깃국 한 그릇이 전부다. 떡을 안 해먹어도 돌절구가 없는 집이 없었다.

돌가루를 물에 거른다. 우유 색 물은 동네 사람들도 만든다. 수은은 금을 먹고, 사람들은 수은을 먹는다. 많이 먹은 사람은 배가 나온다. 순경은 형의 배를 주먹으로 쳤다. 나오지 않은 형의 배를 툭툭 치며 "뭘 먹고 배가 나왔어," 하고 이상하게 웃었다. 형이 모르고 있는 돌절구 숫자를 순경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바른 대로 말하지 못 하겠어," 하고 형의 가슴을 또 쳤다. 성호는 무서워 벌벌 떨었다. 형은 완강히 부인했고 도깨비는 순경의 말을 인정하는 표정을 보였다. 순경은 점점 형을 닦달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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