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사이트 청소년유해매체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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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사이트 청소년유해매체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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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청보위에 청보법 시행령에서 ‘동성애’ 조항 삭제 권고

^^^▲ ‘끼리끼리’한국여성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홈페이지^^^
지난 1일, 홍콩배우 장국영이 홍콩의 한 호텔 24층에서 투신자살했다. 스포츠 신문들은 ‘장국영의 투신자살’ 소식을 ‘장국영 삼각 동성애 끝 자살(스포츠 투데이 4월 2일자)”, “장국영 동성애 비극(일간 스포츠 4월 2일자)” 등의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인터넷에 개설된 장국영의 팬 카페 ‘장국영 사랑’(cafe.daum.net/leslie)의 회원들은 “소설 쓰는 기자들의 충격보도 만들어 내기”, “장국영 사망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언론 비교”라는 제목의 글로 이러한 기사들을 성토하고 있다.

이러한 스포츠 신문의 보도행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장국영 사망’과 관련된 보도에는 한국사회에 자리잡고 있는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반영되어 있다. 이 기사들은 마치 ‘동성애’라는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장국영이 사망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인권위, 청보법 시행령에서 ‘동성애’ 조항 삭제 권고
청보위, “청소년은 성적 지향 결정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

4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청소년보호법(이하 청보법) 시행령 제7조 ‘개별 심의기준’ 중 ‘동성애’를 명시한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를 삭제하도록 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보위)에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한국여성성적소수자 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www.kirikiri.org)가 2002년 10월 “동성애가 청소년 유해매체물 개별 심의기준으로 규정된 것은 성적지향에 의한 인권 침해”라고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이 받아 들여진 결과였다.

^^^▲ 인권위의 ‘동성애’ 조항 삭제 권고 사실을 전하고 있는 '끼리끼리' 홈페이지 메인화면
ⓒ www.kirikiri.org^^^

‘끼리끼리’는 ‘PC방에서 단체 홈페이지가 접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를 추적한 결과, ‘끼리끼리’는 ‘수호천사’라는 차단 소프트웨어가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을 따라 ‘동성애’와 관련된 사이트를 차단했기 때문이라는 원인을 밝혀냈다. 이에 인권위에 진정을 제출했던 것이다.

청보법 시행령 제7조 개별심의기준은 ‘수간을 묘사하거나, 혼음, 근친상간, 동성애, 가학 피학성음란증 등 변태성행위, 매춘행위 기타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 등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규정하고 있다.

청보위위원장은 청보법 시행령 제7조 개별심의기준에 ‘동성애’가 포함된 것에 대해 “△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 아니며 △ 청소년의 동성애 관련 정보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지 않고 △ 청소년의 경우 아직까지 자신의 성적 지향을 결정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고 △ 다만 이성애와 동성애에 대해 건전하고 합리적인 정보제공을 넘어선 매체에 대해서만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해 청소년에게 판매, 유통, 배포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청보위위원장은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지정과 관련, △ 동성애자라고 해서 무조건 포함하는 것이 아니고 △ 매체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며 △ 해당 매체의 특성과 예술적 측면 등을 동시에 고려한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인권위의 ‘동성애’ 조항 삭제 권고 사실을 전하고 있는 '끼리끼리' 홈페이지 메인화면
ⓒ www.kirikiri.org^^^
동성애에 대한 첨예한 의견 대립

‘반전 선언 파문’에 이어 인권위의 ‘동성애 삭제 권고 조치’가 또 다른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일보는 “인권위의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사설과 “’동성애 사이트 청소년에 괜찮다?’ 인권위 결정 파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인권위 홈페이지에서는 이 조치에 대해 네티즌의 갑론을박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일보는 4월 3일자 사설에서 “인권위는 동성애자의 인권만 고려했을 뿐, 청소년의 인권은 소홀히 하고 말았다. ‘청보법’이라는 법 이름이 말해주듯이 청소년은 아직 미성숙한 사회적 약자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호 받아야 할 존재”라고 언급했다.

‘김병석’이라고 이름을 밝힌 네티즌은 인권위 홈페이지에 “당신에게 사소하고 실익 없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생존권이 된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이 글을 통해 김 씨는 인권위를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나야 하고, 이사를 가야하고, 학교에서 매도 당하고, 가족에게서 버림 당해야 하는가? (이번 인권위의 조치는) 실제 하는 이러한 상황들에서 법적으로나마 구제할 수 있는 법적 단초와 소통의 길을 열어두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청보위가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였지만, 이러한 권고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청보위 관계자가 “올해 안에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동성애’ 조항을 삭제하겠다”는 말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한동안 동성애에 대한 관점 차이로 인한 논란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소수’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

미국정신의학회는 1974년 정신질환에 대한 통계편량인 DSM에서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1993년 발간한 국제질병분류 ICD-10에서 “성적 지향은 정신적 장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보면, ‘동성애자’를 함께 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그들을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 같다.

또한 통계청이 고시한 한국표준질병분류도 “성적 지향성 그 자체는 장애와 연관시킬 수 없다”고 밝히고 있으며,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행하는 ‘성교육 교사용 지도 지침서’는 “동성애 또한 하나의 인간적인 삶인 동시에 애정의 형식이다”(중학교용), “이제는 더 이상 동성애가 성도착증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고등학교용)고 기술하고 있다.

다수결로 의사 결정을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수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그 사회가 어느 정도 민주사회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는 사회가 소수의 의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동성애자도 사회적 약자이다. 더구나 그들은 사회의 일부 구성원들에게는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다. 중요한 것은 ‘동성애자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당하는 피해로부터 사회는 그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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