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짓밟고 뽑아내도 잡초는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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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짓밟고 뽑아내도 잡초는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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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19> 오하룡 “잡초”

어디건 빈 자린 내 차지
그렇게 날새도록 고르고도
아직도 고른다면 어쩐다지
어디건 빈 자린 내 차지
골랐다면 고른대로
못 골랐다면 못 고른대로
말뚝 든든히 박아 보라지
어디건 빈 자린 내 차지
넓으면 넓은대로 좁으면 좁은대로
담 꼭꼭 쌓아보라지
철조망 군사분계선 마냥 쳐보라지
아둥바둥 밀치고 당기고 해보라지
어디건 빈 자리 내 차지
아무리 흥정에 도통하여도
눈 하나 깜짝 않는 나 좀 보라지

 

 
   
  ^^^▲ 진달래꽃한반도 곳곳에 꺼리낌 없이 피어나는 진달래꽃처럼
ⓒ 우리꽃 자생화^^^
 
 

꽃샘추위가 또 한차례 제법 찬 바람을 데불고 봄을 시샘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 봄비에 녹아내린 산봉우리가 연초록 머리띠를 두른 채 춥다, 춥다, 며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악 피어나는 꽃잎도 잠시 고운 알몸을 꽃봉오리 속에 숨기고, 마악 꽃눈을 피우던 벚나무도 불어오는 바람에 흐드드 몸서리를 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가온 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찬 바람이 초록빛으로 물드는 이 세상 곳곳을 샅샅이 훑어도 이미 다가온 봄을 어쩌지는 못합니다. 아직 논갈이를 하지 않는 논에서도, 논갈이를 한 논에서도 어김없이 파아란 잡초가 쑥쑥 자라나고 있습니다. 도심 한 귀퉁이에서도 언뜻언뜻 잡초가 파랗게 돋아나고 있습니다.

잡초가 자라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아무리 잘 가꾼 밭에서도 잡초는 어김없이 자라고 있습니다. 진종일 힘들여 매놓은 보리밭에서도 보리를 헤집으며 잡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시멘트로 떡칠을 해놓아 아무 것도 자라지 못할 것 같은 그 아파트 단지의 시멘트 담벽 틈에서도 잡초는 자라고 있습니다.

"어디건 빈 자린 내 차지/그렇게 날새도록 고르고도/아직도 고른다면 어쩐다지" 하면서, 마치 사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렇게 잡초는 자라고 있습니다. "골랐다면 고른대로/못 골랐다면 못 고른대로" 아무리 튼튼한 말뚝을 박아놓아도, 잡초에게는 남의 집이 아니라 모두 제 집입니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듯이 잡초에게도 국경이 없습니다.

시인은 아무 데서나 잘 자라나는 잡초를 통해 고달픈 세상살이에 대한 삶의 지혜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철조망 군사분계선 마냥 쳐보라지/아둥바둥 밀치고 당기고 해보라지" 라며 이데올로기에 의해, 강대국들에 의해, 분단된 우리 조국의 통일을 자연스럽게 예견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잡초는 진 땅, 마른 땅, 그늘지고 어두운 곳, 양지바른 곳에 상관없이 잘도 쑥쑥 자라납니다. 그러하듯이 우리의 통일도 "아무리 흥정에 도통" 한 미국이나, 러시아나, 중국이나, 일본이라 하여도 "눈 하나 깜짝 않" 고 우리 한민족의 힘만으로 당당하게 이루어 보자는 것입니다.

미국이 이라크에 이어 북한을 맹폭할 수도 있다고 아무리 겁을 주어도,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이루어내는 그런 자주적인 통일 말입니다. 비록 지금은 이라크 파병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어쩔 수 없이 파병을 한다 하더라도 "나 좀 보라지" 라며, 당당하게 우리 손으로 이루어내는 그런 통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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