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대한민국 수사, 경찰과 검찰 어디가 더 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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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대한민국 수사, 경찰과 검찰 어디가 더 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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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우리나라에도 사립 탐정이 있나"

공대성 후보 자동차 폭발 사고는 대선 정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경찰은 관악 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공대성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남당에서는 즉각 성명을 내고 정치테러로 규정했다.

"대통령으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남당의 공대성 후보를 암살하려고 시도한 것은 극악무도한 정적의 행위가 틀림없다. 남당을 지지하는 모든 세력은 이 암살미수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동참할 것이다. 그리고 진실은 반드시 대선 투표일 전에 밝혀야 한다."

선대 본부장인 정문오 위원 명의로 발표된 첫 성명은 강경했다. 이로 인해 남당의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고조되었다.

공대성 후보가 직접 주재하는 최고위 전략회의가 열렸다. 정문오 위원, 배덕신 사무총장을 비롯해 국회 부의장인 박순서, 임시 대변인 조민호, 그리고 주경진 실장이었다.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범인은 후보님이 결혼식장에서 내렸다는 것을 모르고..."

박순서 부의장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선거는 끝난 것입니다. 우리 남당이 1백 프로, 완전히 이길 것입니다."

정문오가 이번에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돈 한 푼 안들이고 수백만 표를 얻은 것입니다."

배덕신 사무총장도 싱글벙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표정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겼다고 기뻐하는 표정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대변인 조민호가 걱정을 했다.

"운전기사는 다치지 않았나요?"

박순서 부의장이 배덕신 사무총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다행히 전혀 다치지 않았습니다. 폭발물이 터진 곳은 후보님이 늘 앉아 계시는 뒷좌석 오른쪽이었답니다. 의자 시트 밑에 폭발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놈의 짓이겠군."

정문오 위원이 공 후보를 보고 동의를 구했다.

"어쨌든 내가 다치지 않은 것은 다행이야. 그런데 도대체 누구의 짓인 것 같은가?"

공 후보의 말에 정문오가 대답했다.

"누구의 짓이든 우리는 정적, 즉 상대후보 진영에서 저지른 것으로 몰고 가면 됩니다."

그러나 공대성 대선 캠프의 즐거운 비명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생겼다.

"이번 공 후보 자가용 폭발 사건은 자작극이라는 증거를 제공한 사람이 있습다."

멘붕연대에서 청천벽력 같은 정보를 모바일에 올렸다.

"뭐야? 자작극이라고?"

남당의 공대성 캠프는 경악했다. 주경진은 자칫하면 흑색선전에 말려 엄청난 표가 달아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좀 알아보세요."

공대성 후보도 다급했는지 주경진을 붙들고 사정하듯이 말했다.

멘붕연대에 이어 여기저기서 자작극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남당의 공대성 후보는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자동차 폭발 자작극 설의 진상을 밝히기를 국민들은 원한다. 하루 빨리 진상을 밝히고 자작극이 사실이라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것이다."

여당의 허연나 사무국장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공자왈연대와 삼각오륜지킴이 등 우파, 좌파 가릴 것 없이 많은 시민단체가 자작극설을 은근히 부추겼다.

"이러다가 큰일 나겠군. 자작극설을 제일 먼저 퍼트린 멘붕연대를 검찰에 고발하세요."

머리끝까지 화가 난 공대성 후보가 길길이 뛰면서 말했다.

"검찰입니까? 요즘 경찰이 더 세다고 하던데요."

"그럼 두 군데 다 고소장을 내든가."

공대성 캠프에서 경찰과 검찰 양쪽에 고소장을 냈다. 우리나라에서 한 사건을 두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두 번째 케이스가 되었다.

"멘붕연대는 자작극 증거가 있다니 즉각 공개하여 국민의 의혹을 풀어야할 것이다. 만약 확실한 증거도 없이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 폭로라면 멘붕연대의 법적 책임뿐 아니라 선거를 망쳐 국민에게 지은 죄 값까지 치러야 할 것이다."

매니페스토 운동본부의 성명이었다. 자작극으로 쏠리던 분위기가 잠시 주춤했다.

"자작극의 증거는 적당한 시기가 오면 밝힐 것이다. 그보다 공대성 후보의 남당이 먼저 진상을 고백하는 것이 순서다!"

멘붕연대의 꽁지머리 방용환이 생중계하는 모바일 방송에서 반박했다.

"우리 스스로 범인을 잡아야 합니다. 이대로 경찰과 검찰만 믿고 있다가 투표 날 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면 우리만 당합니다."

배덕신 사무총장이 공대성 후보에게 강한 불평을 털어놓았다.

"우리가 수사를 하러 나설 수도 없고, 어떻게 진상을 밝힌단 말인가?"

두 사람의 대책 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경진이 나섰다.

"사립 탐정을 기용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뭐? 사립탐정?"

공 후보는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우리나라에도 사립 탐정이 있나?"

정문오 위원도 의아스런 표정으로 주경진을 돌아보았다.

"있습니다. 지난번 정권에서 '민간인 조사법'을 통과시키고 공포했는데 그것이 사립탐정법입니다."

"그랬나?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사립 탐정이 나오겠군."

공 후보가 잔뜩 구미가 당긴 듯 했다.

"우리나라 사립탐정 1호는 경찰관 출신 추병태 탐정입니다."

"추리소설과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추 경감 말인가요?"

임시 대변인 조민호가 흥미 가득찬 표정으로 물었다.

"맞습니다. 추 경감은 서울 지방 경찰청 강력계에서 많은 난제를 해결한 베테랑이었습니다. 그런데 5년 전 은퇴해 고향에서 조용히 지내다가 작년에 사립탐정으로 등록하고 개업을 했습니다."

"주 실장은 어떻게 추 경감을 그렇게 잘 아는가?"

"제 친구의 외삼촌이 추 경감입니다."

"그렇다면 주 실장이 우리 사건을 좀 부탁해 보시오. 이 사건은 타임이 중요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진상을 밝히도록 부탁해 보시오."

정문오 위원이 말을 마치고 공대성 후보의 결단을 기다렸다.

"주 실장이 좀 힘써 보지."

주경진이 마포구 월드컵로에 있는 추 경감, 아니 추 탐정의 사무실을 찾아 갔을 때, 추 탐정은 열 평도 안 되는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 막 먹으려던 참이었다.

"경진이 아닌가? 오랜만일세."

"아저씨 사업은 잘 되시지요? 일거리 하나를 가지고 왔습니다."

"일거리? 좋지. 그런데 나 이거 다 먹을 때가지 기다릴 수 있나?"

추 탐정이 라면을 나무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식히면서 말했다.

"천천히 드세요. 기다릴게요."

"라면은 봉지에 들어있는 양념 외에 다른 것을 넣으면 맛이 없어지더라고. 당근, 양파나 김치를 넣는 분식집 라면은 제 맛이 나지 않아. 참, 식사는 했나? 혼자 먹어 미안한데..."

"염려 말고 잡수세요. 저는 점심 먹고 왔습니다. 벌써 3시인데요."

"그렇게 되었나? 졸려서 한참 졸다 보니 배가 출출해서..."

사무실에 다 낡아빠진 나무 책상에 뒷꼭지가 엄청나게 긴 옛날 컴퓨터 한 대가 덜렁 놓여 있었다. 썰렁하기 이를 데 없는 사무실에서 대낮부터 졸고 있다가 라면 한 그릇을 끓여 먹고 있는 추 탐정의 모습이 무척이나 처량해보였다.

(계속)

[이상우 연재소설 응답하라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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