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독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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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독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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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1

그는 처음 독거미를 보았을 때 그것을 살인무기로 사용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들여다보고 있는 독거미는 조만간 사람을 죽이게 될 것이었다.

이제 40분만 있으면 아내가 들어온다. 이제 아내가 들어오면 슬그머니 독거미를 풀어놓고 밖으로 나갈 것이다. 그러면 아내는 별 생각 없이 옷을 벗고 샤워를 할 것이고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잠자리에 들 것이다.

잠자리에 든 아내는 금방 깊은 잠에 빠질 것이고 독거미는 아내를 물 것이며 아내는 결국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 이후, 그는 내일 아침에 들어온다. 완벽한 알리바이는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 퇴근해야 할 비서에게 퇴근하지 않도록 지시해 두었다. 아내가 들어오면 바로 독거미를 꺼내놓고 승용차에 탄 뒤 아파트 단지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산 뒤 편의점 직원이 잘 보도록 차를 타고 사무실로 향할 것이다.

편의점 직원이 기억하도록 편의점 직원에게 농담도 걸고 물건도 이것저것 고르는 척 해야 할 것이었다. 경찰이 조사할 때 차를 타고 떠난 후 어디 다른 길로 다시 집에 돌아왔을지 모른다고 의심할 수 있으므로 적어도 3개 이상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내야 했다.

그 첫 번째 알리바이가 편의점이고, 두 번째 알리바이는 주유소였다. 마지막 세 번째 알리바이는 바로 사무실에 있는 여비서 정은혜였다. 정은혜 에게는 확실한 알리바이를 남겨줄 생각이었다.

확실한 알리바이란 몸으로 남겨주는 알리바이를 말한다. 그동안 알맞은 가슴크기와 통통한 엉덩이를 가진 정은혜를 보면 깨물어 먹고 싶을 만큼 좋았다.

처음 정은혜와 관계를 가졌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이제 저 건방지고 차가운 아내가 죽어버리고 나면 정은혜와 같이 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정은혜와 오래 살 생각도 없었고 그녀와 결혼할 생각도 없었다. 이제 결혼이라면 그는 지긋지긋했다. 지금 그의 눈앞 에 예전에 찍은 결혼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당장 사진을 박살내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이제 내일이면 아내는 죽고 자신은 자유의 몸이 된다. 아내는 독거미 때문에 우연히 죽었으니 자신은 책임도 없는 것이다. 경찰은 누가 독거미를 풀어놨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른다고 하면 그만이다. 독거미를 들여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아내는 이런 것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다.

어떤 자식과 놀아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아내는 오늘밤이 마지막 밤이 될 것이다. 아내는 내일 출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고 그래서 오늘밤은 푹 자둘 것이라고 말하고 나가지 않았던가.

그 말을 마치고 아내는 그에게 절대로 잠을 방해하지 말라고 차갑게 말하고 나가 버렸다.

망할 년.

그는 절대로 그녀의 잠을 방해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깊고 깊은 잠 속에 빠져들도록 할 생각이었다. 이런 그의 목표를 그가 갖고 있는 독거미가 이루어 줄 예정이었다.

아내를 죽이기로 마음먹게 된 것은 단순히 정은혜 때문이 아니었다. 사실 정은혜 같은 탱탱한 여자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즉, 아내를 버린다는 자칫 잘못하면 사회적으로 반감을 살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다른 여자를 안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정은혜 때문에 아내를 죽이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아내를 죽이고자 하는 진정한 이유는 아내의 버릇없는 행동과 그녀의 돈에 있었다. 그는 몇 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자영업을 시작했다. 그가 하고 있는 기업은 초소형 라디오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거나 혹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자질구레한 전기, 전자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일이었다.

그는 라디오 판매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갔을 때 독거미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현지인 독거미 상인은 그가 호기심을 느끼는 것을 보고 그를 자신만의 사무실로 끌어들였다.

현지인 상인은 그가 무슨 일로 독거미에 관심을 보이는지 대강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는 그에게 독거미의 안전한 운송 방법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일단 비행기에 갖고 탈 수 있는 가방은 작은 서류가방 하나 뿐이다. 현지인 상인은 그 서류 가방을 개조해 독거미 몇 마리를 넣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독거미가 도망치거나 혹은 가방을 뚫고 나와 가방 주변의 사람을 물어 뜯지 않기 위한 만반의 조치를 다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가격은 단돈 5만 달러를 요구했던 터라 그는 바로 승낙하고 비밀을 지켜줄 것을 부탁한 후에 독거미를 담은 서류가방을 받아 국내로 돌아왔다.

그가 들고 들어온 서류 가방은 공항 검색대에서 열어보는 세관원은 있었지만 가방을 꼼꼼히 만져 안에 개조한 흔적이 있는지 알아보는 세관원은 없었다.

그는 사무실로 돌아와 서류가방을 뜯고 유리병 안에 안전하게 보관된 독거미를 꺼냈다. 독거미가 먹는 먹이는 현지인 상인의 지시대로 유리병 뚜껑을 열고 구멍이 촘촘히 뚫려 있는 유리병 속 뚜껑으로 뿌려주면 되는 것이었다.

현지인 상인은 묘하게 생긴 가루를 독거미가 먹는 먹이라고 주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 현지인 상인은 그에게 지시하기를 "이것은 독거미의 독성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물질이며, 그러나 오래 먹일 경우 독거미가 죽을 수도 있으므로 될 수 있는 한 빨리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그것 이야말로 그가 바라고 또 바라는 것이 아닌가. 지금 바로 그 중요한 시점이 온 것이었다. 죽이고 싶은 아내가 내일이면 축 늘어진 시체가 되어 침대 위에 자빠져 있는 기쁜 광경을 보게 되는 것이다.

내일 사무실에서 야근을 끝내고 허둥지둥 왔는데 아내가 죽어있다. 이것을 보고 즉시 경찰에 신고를 한다. 그리고 경찰이 달려오면 슬픈 얼굴을 하고 경찰관이 뭘 물어 보려고 할 때 땅을 치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경찰들이 숨진 아내의 시신을 부검해 아내가 독거미의 독에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자신은 혐의를 벗게 된다. 집안에서 독거미가 발견된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다.

집 안은 밀폐되어 있으므로 독거미는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다. 만일 경찰이 독거미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는 즉시 집을 떠나버릴 생각이었다.

그가 독거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는 경찰로부터 의심받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집을 떠나는 데에는 적당한 이유도 준비되어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비참하게 죽은 집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주장하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주장하면 누구나 속아 넘어 갈 것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아내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은 주변 사람들도 알지만 그래도 같이 살아왔고 외도를 했다는 증거도 경찰이 알아낼 수 없을 것이므로 비통한 척 연기를 잘하면 어렵지 않게 경찰을 속여 넘길 수 있을 것이었다.

또한 수도 없는 사건에 시달리는 경찰이 이런 사건 하나를 두고 오래 질질 시간을 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

경찰은 대강 적당히 사건을 처리해 버리고 수사를 종결할 것이었다.

2

이제 30분만 있으면 아내가 들어온다. 아내의 성격은 철저할 정도로 치밀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을 너무나 피곤케 해서 미칠 노릇이었다.

아내의 성격은 처녀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때는, 적어도 그때는 아내를 사랑했었기에 참고 살았던 것이다. 농담 같은 이야기 같지만 얼굴은 고칠 수 없지만 성격은 고칠 수 있다는 말을 상기하면서 아내의 성격이 결혼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혼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성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결혼한 이후 아내의 성격은 더욱 치밀해 지고 점점 욕심이 늘어갔다. 이것은 아내의 눈부신 출세에 결정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아내가 처음 지금 다니는 직장에 입사한 것은 결혼하고 난 직후의 일이었다. 결혼한 주부 사원은 좀처럼 평범한 한국 기업에서는 뽑지 않아서 그녀는 외국인이 경영하는 회사에 입사했다.

그녀가 다니던 외국인 기업은 외국 자본을 들고 들어와 국내의 제조업체 하나를 인수한 기업으로 제법 세계적인 거대 기업이었다. 여기서 그녀는 두각을 나타냈다.

사실 아내는 처녀 시절에도 똑똑한 두뇌를 갖고 있어 직장에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자 직장에서는 그녀를 차츰 홀대하기 시작했고 무시당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아내는 바로 직장을 그만 둬 버렸다.

그리고는 결혼 후 집에서 한 달간 시간을 보내다 직장에 입사한 것이다. 아내가 집에 있던 한달 간 그는 한시도 속 편할 날이 없었다. 아내는 한 달간 그에게 집요한 공부를 강요했다.

그것은 승진과 출세를 위한 공부였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신혼부부로서의 생활을 거부하고 출세와 부를 위한 생활을 시작하기를 아내는 원했던 것이다.

아내는 그가 말을 듣지 않으면 동침을 거부했다. 사실 아내는 결혼 전 성관계를 철저하게 거부했던 터라 그는 신혼여행 때도 아내가 처녀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 생각은 신혼여행에서 깨지고 말았다.

아내가 처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그는 아내가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순결을 가장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까지 갖게 되었다.

신혼 여행 이후 아내와 제대로 관계를 가진 날이 불과 3일도 채 안될 지경이었다. 공부를 거부하고 동침을 시도하려고 하면 아내는 다른 방으로 도망쳤고 다시 아내를 따라가면 아내는 불같이 화를 냈다.

하루는 참다못해 그와 그의 아내는 심하게 다투었다. 그리고 그는 집을 나가버렸다. 집을 나가버린 그는 홍등가를 찾아가 풀지 못한 성욕을 마음껏 배설했다.

그 이후 아내와 그의 관계는 더욱 냉랭해졌다. 또한 아내는 직장에서 계속 두각을 나타내 고속승진을 한 반면 그의 승진은 정체되었고 결국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되어 자영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아내도 그와 이혼을 하고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아내는 그런 말은 꺼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혼을 했을 경우 주변의 의혹에 가득 찬 시선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이미 각 언론에 소개되어 제법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이런 아내가 이혼을 한다고 할 경우, 각 언론사의 여성지들은 일제히 소식을 톱기사로 다룰 것이 분명했다. 무시당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고 체면을 지독하게 중시하는 아내는 이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었으며 자신의 출세 길을 막는다고 판단할 것이 분명했다.

결정적으로 아내는 남편, 즉 그가 세상에 노출되는 것을 싫어했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에도 아내는 그를 부르지 않고 혼자 참석했다. 또한 별로 대화도 없었고 심야에 혼자 들어와 혼자 자고 다음날 일찍 출근했다.

그는 내심 아내가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고 있었는데 그것은 집 안에 있는 아내의 귀중품들이 하나씩 차츰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느낀 것이었다.

아내는 언제나 화사하고 아름다운 새 옷을 입는 것을 좋아했고 치장에 대한 욕심이 많아 엄청난 양의 보석과 장신구를 사들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화장대나 안방 근처에 놓여있는 아내의 물건들이 더 이상 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고 또한 그 역시 새로 세운 자영업을 운영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한동안 아내와의 문제를 잊고 지냈다. 아내에게 풀지 못한 성욕은 윤락가를 이용하거나 회사 주변의 많은 여자들을 이용해 해결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아내는 그에게 별거를 요구했다. 즉 집을 나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망설였다. 마음 같아서는 승낙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과거 생각이 나서 괴로웠다.

그는 나중에 답변해주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고 아내는 다시 그에게 별거를 요구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는 아내에 대한 살의까지는 품지 않았다. 그저 아내와 자신은 인연이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휴일 날 밤 늦게 들어와 구석방에서 새우잠을 자고 나오는데 안방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그것은 아내와 낯선 사내가 알몸으로 뒤엉켜 있는 장면이었다.

그는 무심코 들어가 말했다.

"뭐..... 뭣들 하는 거요?"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때 이 정적을 그의 아내가 깼다.

"당장 꺼져, 이 병신 새끼야!"

3

그는 아내가 사과할 줄 알았다. 욕설은 참을 수 있었지만 낯선 사내를, 그것도 안방에 끌어들여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애써 감정을 누르고 아내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아내는 도리어 왜 참견이냐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의 부진한 사업 상황을 들추며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별로 관계도 없는 남남이니 참견하지 말고 네 일이나 똑바로 하라는 것이 그녀의 주장의 핵심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지만 그래도 그는 참았다. 아니 참을 수 밖 에 없었다. 그때 이미 아내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솟아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왕 아내를 죽인다면 경찰에 잡혀가지 않게 죽여야 했고 그것이 아내의 재산을 완전히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에게는 아내의 재산도 필요했다. 그의 자영업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였다. 아내는 본디 그리 썩 부유하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쩌면 그런 집안 환경이 그녀의 병적인 출세욕과 욕망을 부채질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는 한 푼이라도 더 쥐려고 안간힘을 다했고 또 남들에게 자랑하고 과시하기 위해 돈을 펑펑 써댔다.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모은 돈을 가지고 주식과 부동산 등에 샅샅이 투자했고 어느 정도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그녀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휴일에도 경제신문과 경제서적을 들춰보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정말 돈을 위해 사는 인간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아내는 적지 않은 검은 돈까지 받아 챙겼다. 온갖 형태의 뇌물이 그녀에게 전달되었다. 하루는 우연히 과일 상자 안에 가득 든 현금 다발 뭉치를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가 현금 상자를 봤다는 사실을 알고 아내가 그에게 불같이 화를 냈음은 물론이다. 그는 아내의 숨겨진 재산이 거액이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아내가 죽으면 그 재산이 수면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뿐만 아니라 그 재산은 법적으로 남편인 자신에게 그대로 상속될 것이라고 믿었다.

죽은 아내가 관 속 에서 썩어갈 때 그는 아름다운 미인들과 함께 저 먼 휴양지로 떠나 즐기고 있을 것이었다. 아내는 스스로 저지른 부정부패와 그에게 저지른 악행으로 인해 응분의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이었다.

세상은 역시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자신이 뿌린 독한 씨앗을 스스로 먹고 죽는 것이었다.

이제 아내의 퇴근 시간은 불과 20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아내가 20분 후 들어오면 아내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안방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는 슬그머니 독거미 병을 열어 독거미들을 꺼내놓고 아내에게 야근한다고 외쳐놓고는 문을 닫고 나가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아내가 야근 사실을 알거나 말거나 그런 것은 아무 상관없었다. 일단 독거미를 집 안에 풀어놓고 서둘러 집을 뛰쳐나온다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방금 전 집안을 샅샅이 뒤져 경찰이 집을 수사하면서 봉쇄했을 때 밖에서 긴히 필요해야 할 것들을 미리 확보해 두었다. 물론 모든 유가증권이나 귀중품을 다 꺼내둔 것은 아니었다.

미리 그것들을 전부 다 꺼내놓으면 경찰의 의심이 집중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아내의 죽음이 아주 의외의 일로, 있어서는 안될 비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을 뛰쳐나온 뒤에는 앞서 생각했던 대로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 다시 차로 사무실로 가다 기름을 넣는다. 기름을 넣을 때에도 만원 어치만 넣고 얼굴이 잘 보이도록 차 밖으로 나와서 계산을 하며 한동안 돈을 찾지 못하는 척 도 하고, 돈을 일부러 천원 지폐로 꺼내 일일이 세어서 준다는 것까지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안전히 사무실로 들어가면 그가 사랑하는 여비서가 그의 알리바이를 증언해 줄 것이었다. 그는 그녀가 확실히 알리바이를 증언하도록 확실하고 뜨거운 "흔적"을 남겨주면 될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작전이 완벽하다고 판단하고 기쁜 마음에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잡았다. 공연히 일을 망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을 망치면 감옥에 가야 하는 신세가 될 지도 몰랐고 감옥에 간다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경찰은 아내의 사망원인이 독거미의 독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것이고 집 안의 독거미까지 대신 찾아줄 것이었다. 만일 독거미를 잡아내지 않고 수사를 집 안에서 진행할 경우 제2, 제 3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나중에 다시 집을 쓰게 되어도 굳이 그의 힘을 들여 일일이 독거미를 잡아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것이었다.

현재 그가 갖고 있는 독거미는 모두 4마리. 이 독거미에게 물리면 5분 안에 혼수상태에 빠지고, 혼수상태가 3시간 이상 지속된 후 천천히 죽어가게 된다.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는 차츰 어지러워지면서 눈 앞 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온 몸에 열이 오르는 증세가 생긴다고 현지인 상인은 그에게 알려주었다.

아내는 자면서 죽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증세는 느끼지 못할 것이었다.

아내를 죽이는 문제에 대해서 약간 죄책감을 느끼긴 했지만 워낙 아내가 미웠고 아내를 자는 중에 고통 없이 죽이는 것이었으므로 별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고통 없이 죽는 것이 그리 쉬운가.

다른 사내들은 여자를 불에 태워 죽이기도 하고, 때려죽이기도 하지 않는가. 그 점에 비하면 자신은 훨씬 신사가 아닌가.

4

아내가 들어왔다. 아내는 예상했던 대로 무표정한 얼굴로 안방으로 걸어 들어가 버렸다. 그는 짐짓 집 안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독거미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손에 꼭 쥐었다.

그리고 안방에서 옷을 벗고 있는 아내에게 야근하러 사무실에 간다고 말했다. 아내는 답변이 없었다. 그는 거실로 걸어가 독거미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정전이 되어 불이 꺼져 버렸다. 그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진정하고 슬그머니 유리병을 넘어뜨려 바닥에 놓았다.

유리병과 마개를 집에 두고 나오면 절대 안 되는 일이었으므로 유리병과 마개를 집어 들어 잘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 유리병 안에 나오지 않은 독거미가 있을지 모른다고 판단하고 유리병을 서둘러 마개를 덮었다.

그리고 천천히 현관 쪽으로 걸어 나갔다. 현관 바닥에 내려서자 갑자기 불이 들어왔고 그는 사방으로 움직이고 있는 독거미 두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옳지, 잘 됐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문을 닫았다. 문고리를 들면 자동으로 잠기게 되어 있는 문이라 잠그는 것도 간단했다.

그는 현지인 상인의 말을 기억했다.

"독거미는 금방 주변 생명체의 움직임을 알아차립니다. 대개 활동은 새벽 1시에서 2시경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생명체가 가까이 있으면 몰래 다가가서 물어 버립니다. 그 물릴 때의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아주 약간 따끔한 정도...... 그래서 많은 이들은 독거미를 무서워합니다."

그는 승강기를 타고 아파트 현관으로 내려갔다. 그는 밖으로 나와 주차장에서 그의 승용차에 올라탔다. 그때 갑자기 그는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유리병을 생각해 냈다.

모든 독거미들이 다 나갔을까?

혹시 남아있다면 나중에 써먹을 일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유리병을 꺼내보니 독거미가 없었다. 다 나간 것이다.

별로 아쉬울 게 없었다. 아내만 확실히 죽여도 충분히 가치 만점이라고 그는 판단했다.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이려는 데 뭔가 목 근처에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이 셔츠 안으로 들어갔고 뭔가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차를 세우고 핸들을 잡은 손을 셔츠 속으로 넣어 안에 들어간 뭔가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잡을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뭔가가 계속 셔츠 속에서 기어다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독거미!

그는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되어 차 밖으로 나와 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온 몸을 손으로 털어 냈다.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불안했다. 차를 몰고 즉시 병원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전 재산을 주더라도 의사를 만나야 했다.

차를 몰고 달려가는데 차츰 눈 앞 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안 돼!

그는 더욱 속도를 더 냈다. 속도계가 100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본 순간 그는 뭔가가 자기 앞을 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정신을 잃었다.

경찰의 부검의 들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30대 남자의 사망원인이 특이하다는데 견해를 같이 했다. 그들은 30대 남자가 교통사고를 내기 전에 혼수상태였고 남자를 혼수상태에 빠뜨린 것이 남자의 혈액에서 채취된 미량의 독이며 그 독이 의학 책에서 봤던,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떤 괴상한 이름의 독거미의 독이라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 때 부검의 중 한 사람은 별난 생각을 했다.

"이 남자를 죽인 독거미는 지금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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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2003-02-07 14:20:09
소설은 아무나 써도 되나요?
읽기가 좀 거북하네요.

뉴스시티 2003-03-28 22:10:56
기사나 제대로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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