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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춘하추동은 나혜석의 평전도, 그렇다고 완전하게 허구인 ‘이야기’도 아니다. 역사적 인물을 현재로 불러내거나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고증하는 방식으로 쓰인 소설은 흔히 볼 수 있다.
그것은 등장인물에 대한 독자들의 친근감을 매개로 쉽게 소설 속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러한 장점 때문에 많은 소설가들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의 삶을 소설의 모티프로 삼곤 한다. 만일 함정임도 그러한 형식을 차용했다면 춘하추동은 조금도 새로울 것이 없는 소설이 되었을 것인지도 모른다.
1920년대에 일본으로 미술 유학을 떠나 유부남이었던 시인 최승구와 공개 연애를 하고,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쿄토제대 출신의 변호사 김우영과 결혼하여 구미 여행을 했으며,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명이었던 최린과의 염문설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여자. R.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유부남인 애인을 둔 서른두 살의 가은. 뜨겁게 사랑할 줄만 알 뿐, 결코 구차스러워지거나 배반할 줄 모르는 여자. R의 일대기 속에서 자기 자신의 긍정형과 부정형을 모두 바라보며 고통스러워하는 여자. 그리고 소설가 함정임.
함정임의 춘하추동이 매혹적인 소설일 수 있는 까닭은 바로 R이라는 인물-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얼굴을 빌려 작가 자신을, 진짜 살아 숨쉬는 예술가 함정임의 얼굴을 그려 보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리고 있는 초상화가 내뿜는 그 차갑고도 뜨거운 불꽃의 마력은 여전히 신비롭고도 강력한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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