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취업의 꿈,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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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취업의 꿈,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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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일 기자의 '2004년, 희망을 찾아서'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아직도 기약 없이 도서관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을 동기들을 생각한다면 저의 선택이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2001년 서울 Y대를 졸업한 김 모씨(28). 그는 최근 경기도 안산의 한 중소기업체에 취직, 5일 첫 출근을 앞두고 있다.

자칭 서울의 일류대를 졸업했다고 자부하던 김 씨가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에 취직한 이유는 단 한가지. 최근의 극심한 취업난을 손수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무려 50개가 넘는 업체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취직은 물론, 서류전형조차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기업을 포기하고 벤처기업에 응시도 해보았지만 결과는 역시 낙방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중소기업 입사. 대기업에 비해 임금이나 수당이 턱없이 낮지만 무턱대고 취업을 기다릴 수 없어 결정한 소중한 선택이었다.

"이 곳에서 열심히 일한다면 일한 만큼의 대가가 충분히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 김 씨는 "그동안 대기업만 지원했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 H대를 졸업한 임 모씨(24. 여)도 김 씨와 비슷한 이유로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서울 강남의 광고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저의 전공이 기업에서 기피하는 인문계열입니다. 게다가 여성에 신입이라는 '결정적인 약점'까지 잡혀 취업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계약직으로 일한다는 사실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는 임 씨는 그러나 "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력도 쌓을 수 있어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 열악해진 구인조건

지난해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신조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었다. 경기침체에다 정치·사회적 불안이 겹치면서 기업들이 일제히 취업문을 좁혔고, 그 여파가 사회 초년생인 청년층에게 몰아쳐 청년 실업률이 8.0%(통계청 기준, 2003년 11월 현재)에 이르렀기 때문.

2004년의 첫 휴일이었던 4일 오후 서울 D대학. 방학임에도 도서관은 학생들로 발디딜 틈 없이 복잡했다. 이들은 대부분 학과 공부보다는 자격증 취득이나 토익 등 취업준비를 위한 학업에 매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해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다는 성 모씨(경영학부)는 "경기가 좋아지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주변에 일부러 휴학을 신청하는 동기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성 씨는 "어차피 대학을 졸업해봤자 취업도 못하고, 그러면 어디에도 소속감이 없어질 것"이라며 "차라리 학생으로 남기를 바라는 자괴감에서 휴학생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올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정성은 씨(여, 사회학부)는 "기업들은 이왕이면 신입보다는 이미 검증된 경력사원을 선호한다"면서 "아무리 지원서를 여러 장 넣어도 연락 오는 곳이 없어 많이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대학에 설치된 취업정보센터에는 일자리를 얻기 위한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구인을 요청하는 기업체의 수가 적어 예비 취업자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오히려 취업난을 틈타 낮은 조건에 구인 의뢰를 해오는 기업체가 늘어났다는 것이 취업관계자의 설명.

문제는 불투명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계속 좁히고 있다는 것.

온라인 취업업체인 '인쿠르트'가 지난해 12월 거래소 상장 및 코스닥 등록기업 4백15개사를 대상으로 '2004년 채용전망'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내년 총 채용규모는 2만1천1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2년 실시한 '2003년 채용전망' 조사 때보다도 2.2% 줄어든 규모다.

이에 따라 김 씨와 임 씨처럼 눈높이를 낮춰 대기업이나 정규직 입사 대신 중소기업이나 계약직 등으로 눈을 돌리는 구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연봉은 나중에 올리더라도 일단은 무조건 붙고 보자"는 심리적인 상태가 많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앞으로의 전망

올해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청년실업 문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대학 졸업자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2월 경 청년실업 문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3년간 청년실업률은 11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평균 1.9%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추세가 올해도 되풀이된다면, 오는 2월의 청년 실업률은 10%에 이르게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다음달이 청년실업의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청년 실업의 원인을 대학 졸업 후 버젓한 직장만을 원하는 구직자의 눈높이 조절 실패에서 찾기도 한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률은 1999년 1.89%에서 2003년 3.93%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른바 '대졸자는 구직난, 중소기업은 구인난'이라는 인력 수급 불일치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서울 M대학의 취업 담당관은 이와 관련, "구직자들도 이제는 무조건 편하게 전공을 살리려는 취업 태도에서 벗어나 인턴이나 중소기업 등으로 취업의 눈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최근 구직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
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도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실업자'라는 오명을 짊어지게 되는 청년실업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면서 "예비 사회인들 역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김 씨는 "취업이 안된다고 희망까지 버리지는 말아야 한다"며 "올해는 모든 젊은이들이 취업난에서 벗어나 균등하게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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