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청계천 노점상들의 끝나지 않은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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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청계천 노점상들의 끝나지 않은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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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만든 축구장 노점에 무슨 손님들이 찾겠습니까”

 
   
  ^^^▲ 청계천 근대화의 유적청계천 삼일고가가 앞뒤가 잘린 채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 뉴스타운 자료사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자연적으로 생기는 게 노점입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축구장 노점에 무슨 손님들이 찾겠습니까"

한겨울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그동안 청계천 일대에서 좌판으로 생계를 유지해 온 노점상들에게 2003년 12월은 그 어느 해보다 춥고 길게 느껴질 것 같다.

바로 청계천 복원공사에 따라 서울시가 지난달 30일을 기해 청계천 주변 노점 540여 개를 모두 철거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노점 철거를 강행하면서 동대문운동장 축구장 트랙을 임시 노점 영업장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점상인들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의 이같은 약속이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즉흥적인 발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청계7가에서 10년이 넘도록 노점을 운영했다는 이 모씨(44)는 "철거를 하더라도 이렇다할 대책을 세워주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이 일대 노점상들 모두 거리에 나앉아 굶어죽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이 씨는 동대문 축구장에 임시 영업장을 만들어주겠다는 서울시의 건의에 대해서도 "노점상을 분열시키려는 음모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임시 영업장에 들어간 노점상과 그렇지 못한 노점상 사이에 심각한 대립이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이 씨를 비롯한 인근 노점상인들은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거리에서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최성국 씨(가명)는 "서울시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노점상 영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며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 들풀과 같이 갈라진 아스팔트 위에서 생명의 좌판을 펼칠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토박이 임을 유난히 강조한 최 씨는 "청계천 복원으로 더 나은 서울시가 되길 누구보다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청계천 주변에서 노점을 하는 사람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노점상연합(전노련. 의장 김흥현)은 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방적인 청계천 노점상 철거"에 반대하며 실질적인 구제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전노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는 지난 7월 청계천 복원사업과 관련해 노점상을 단속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강제철거를 단행했다"며 "서울시가 제안한 동대문운동장 일대에서의 임시 영업은 청계천 노점상이 모두 들어서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공간"이라고 밝혔
다.

전노련은 "영세 노점상들의 생존권 보장 없는 청계천 복원 공사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앞으로 청계천 현장 사수와 노숙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오는 6일의 민중대회와 9일 대규모 집회를 통해 강력한 대응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노련은 동대문운동장에서의 임시 영업 대신 △동대문운동장을 포함한 다양한 노점 영업장 제공 △청계천 복원 후 청계7∼8가에 "풍물시장" 조성 △노점상 취업 교육과 생계대책 저리 융자 등을 요구했다.

"서울시에서 아무리 단속을 한다고 해도, 물건을 아무리 빼앗는다 해도, 우리는 또 갖다 놓고, 다시 갖다 놓고 할겁니다. 이것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오직 살아보겠다는 노점상들의 최후의 보루이니까요"

단속반원들과 마치 곡예라도 펼치듯 숨바꼭질을 계속하던 노점상들에게 펼쳐진 좌판은 이미 강한 삶의 투지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한편, 서울시는 청계천 일대에서의 노점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 인력을 매일 24시간 가동시키는 한편, 단호하고 강력한 단속을 펼치겠다고 밝혀 노점상들과의 마찰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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