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저녁 청와대 상춘재, KBS의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사진 : 청와대 홈페이지 ⓒ 뉴스타운

‘실천적 의지는 없고 원론적 대안만 제시’하는 대화

‘서민을 위한다는 구두선만 있지 진정 서민의 고통은 뒤로 한 듯’

‘전체적으로 밋밋한 대화’로 마무리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저녁 KBS가 생중계한 추석맞이 특별기획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안철수 교수를 통해 나온 것이 아니겠냐“며 ”올 것이 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스마트 시대가 왔고, 국민은 상당히 앞서가고 있는데,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일로 발전적으로 나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바람직한 서울시장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시장의 역할과 중앙정치인의 역할은 많이 다르므로 정치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고 시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인물이 되는 것이 좋다”면서 “시장은 일하는 사람이므로 일을 해 본 사람이 하는 게 참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치 한나라당에서 김황식 국무총리나 맹형규 행안부 장관의 서울시장 후보 차출(?) 희망에 화담이라고 하는 듯한 말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원론적인 말일뿐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 대통령의 말을 달리 풀이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바람직한 시장의 상에 대해 "시장의 역할과 중앙정치인의 역할은 많이 다르다"며 "정치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시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인물이 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중산층 서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물가 상승 문제에 대해 “유류값과 가스값이 오르는 것은 불가항력이고, 천재지변으로 생기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말하고 “최선을 다 하고 길을 찾으면 어느 정도는 잡을 수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물가를 잡을 방법은 없다”고 나름대로의 고충을 털어 놨다.

하지만 가장 큰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는 서민들이 들었을 때에는 대통령의 고충은 알겠으나 물가 잡을 방법이 없다는 말에 적잖이 실망을 표하고 있다. 비전은 고사하고 현안에 대한 대책 자체를 무능으로 지속해 가겠다는 말로 들리는 것이 현실적 이해로 다가온다.

이 대통령은 “비축을 한다든가 관세를 줄여 싼 물건을 들여올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도움을 주려한다”면서 “흉작이 된 고추도 관세를 줄여 한국보다 낮은 가격의 고추를 들여오려 한다”는게 대통령의 물가상승 잡기 대책인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지금까지 실시해온 상식적인 발상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자연재해로 흉작이 돼 살림살이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산 저렴한 물품을 들여와 가격을 낮추면 소비자는 좋을지 모르지만 농사짓는 농민은 정부 대책으로 이중고를 겪는 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그저 기존의 농민 보상대책이 있으니 그걸로 해결하면 된다는 무사안일적 사고발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대통령은 소비자가 중요하므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은 했으나 생산자, 제조자의 입장은 무시되는 현상을 드러내고 말았다. 경쟁사회에서 도태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지 않는냐는 인식이 추석 특별대담을 무색케 했다.

전세대란과 관련해서 이 대통령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대출을 할 때 2% 정도의 낮은 이율로 없는 사람이 집을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소액 주택을 짓는 것도 방법”이라고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했으나, 임기를 얼마 남겨둔 입장에서 3년이 지나는 동안 그러한 방법을 실천에 옮겨 얼마나 효과를 거두었는지를 보면 허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원론적인 대안만 제시했지 실천적 의지는 읽기가 쉽지 않는 발언이다.

또 이 대통령은 남.북.러를 잇는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해 “가스관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 같다”면서 “언제 북한이 가스관을 끊을지 모르는데 보장이 되겠느냐하고 걱정을 하는데 (정부가) 그 생각을 안 하겠느냐”고 말하고 시베리아 지역은 인구가 적어 가스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 중국이 큰 수요처가 되므로 러시아에도 도움이 되고 북한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면서 중간에 끊기면 북한도 손해고 러시아는 팔 데가 없다고 설명하면서 만일 북한 때문에 가스관이 끊기면 러시아가 선박을 통해 같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또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을 한다면 서로 도발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어쩌면 임기 중에 남북정상회담을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혀 변화를 요구하는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면 이 대통령은 “남한과 북한 모두 평화와 번영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정상회담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면서 완전 차단은 배제했지만 사실상 정상회담 가능성을 낮추는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 복지문제와 관련 이 대통령은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에 대해“나도 펑펑 쓰면 민심을 얻고 지지율이 올라가지만 바로 다음세대에게 큰 부담이 된다”면서 지금까지 보여 온 복지 포퓰리즘을 극도로 경계했다. 이어 대통령은 “보편적 복지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정권을 잡으면 선별 복지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총선에서 허황된 공약은 아마 표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출산율 저조 현상에 대해 “정부도 중요하지만 기업들도 자기 직원들에게 보육 시설을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 “이는 국가의 장래를 위한 투자개념으로 정부는 조만간 투자개념으로의 보육과 영유아 문제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에는 KBS 황상무 기자의 진행으로 이날 오후 10시부터 80분 동안 청와대 상춘재 앞마당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홍성걸 국민대 교수, 오종남 서울대 초빙교수, 고용차별개선 홍보대사인 정은아 아나운서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