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 탄압 강화에 ‘국민 분노 더욱 축적’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란 정부 탄압 강화에 ‘국민 분노 더욱 축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타협 없는 국가 권력, 국가폭력은 국민의 축적된 분노 폭발 초래
이란 시위대들, 독재자에 죽음을... / 사진 : 월스트리트저널 비디오 일부 캡처 

이란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반(反)정부 시위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당국은 항의 시위 참가자들을 교수형에 처하고, 기중기(Crane)에 매달린 시신이 보이도록 하는 비(非)인간적, 비(非)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에 대한 항의 시위가 발생한 지 몇 달 만에 공포심을 품은 사람들은 거리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정부의 강압, 탄압이 강화되자 시위가 진정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과거의 사례들을 보면 겉은 사라져 보이지만 속에는 분노의 씨앗이 점점 더 커져 끝내는 정부가 예상한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최악의 정치적 혼란 탄압이 성공함에 따라 이란 지배층 강경파 사이에서 반체제파 억압이야말로 권력유지의 유일한 길이라는 발상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진단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란 지배층의 그 같은 발상에 따른 성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반응이다. 국가폭력으로 생명을 빼앗는다는 수단에 의존하면, 반체제 인사들이 지하 활동으로 전환할 뿐만이 아니라 40년 동안 국내를 지배하는 성직자 권력에 대해 일반 이란 국민이 느끼는 분노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얼핏 보면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인원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면, 강압, 탄압, 억압 조치가 효과를 본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속으로 스며들어 분노의 감정이 켜켜이 쌓여 되돌릴 수 없는 국민적 폭발이 구축될 수 있다. 한국 근대사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그러한 사례를 목격한 역사들이 적지 않다.

이란 인권 캠페인의 이그제큐티브 디렉터인 하디씨는 정부 당국이 전적으로 공을 들이는 것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국민들이 복종, 맹종하도록 위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항의 시위 행동은 그 모양을 바꿨지만, 시위가 끝난 게 아니며, 투옥되지 않은 사람들은 계속 싸울 방법을 찾아 나서면서 지하로 잠행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의 분노와 국제적 비판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란 당국은 사형선고를 수십 건 연발하며, 특히 히잡 부적절 착용 문제로 쿠르드계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에 격분한 이란 국민을 위축시키려 애를 쓰고 있다.

2022년 9월 풍기 경찰에 구속되었다 죽음을 맞이한 아미니 사건은 이란 사횡에서 수년간 울적한 분노를 폭발시켰다. 분노의 화살은 경제적 곤궁과 소수민족 차별에서 사회적 정치적 통제강화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다양하다.

사법당국에 따르면, 항의 시위 행동이 시작된 이후 최소 4명이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 가운데에는 민병대원들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7일 처형된 2명이 포함되어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인터내셔널 앰네스티는 지난해 12월 이란 당국이 항의 시위자들을 위압하기 위한 형식적인 재판에 따라 처형된 4명 이외에 최소한 26명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성직자 지배를 가져온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성직자들이 일관되게 취해온 통치기법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즉 이의 제기를 탄압하는데 수단을 가리지 않겠다는 자세라는 설명이다. 기독교이든, 힌두교든, 이슬람이든 기본 교리의 목적은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지만, 이란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이슬람교’를 ‘통치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란 근본주의 성향의 성직자 중심의 통치체제의 주요 전략은 항상 ‘공포’를 통한 정치적 승리를 취해왔다. 정권이 무능하고 개혁이나 뛰어난 거버넌스 능력이 없는 이상, 체제에 유일한 해결책은 ‘탄압, 억압, 강압, 위압’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가진다. 또 법을 좀 잘 안다는 사람들로 구성된 정권은 “모든 길은 사법으로 통한다”는 신념으로 정의와 공정을 말하며 통치한다. 법의 잣대에서 한 치라도 어긋나면 불법, 편법, 탈법이라며 범죄자 취급하며 감옥으로 보내려 한다. 역시 탄압이요 강압이다.

무능한 정권은 대체적으로 경제 살릴 능력도 없다. 이란의 경제 상황은 비극적이라 할 수 있다.

사형 집행이 시작된 이후 항의 시위의 기세는 확연히 꺾여 있다. 지금까지 시위가 가장 심했던 곳은 이란 국내에서도 이슬람 수니파가 많이 사는 지역으로 최근 시위는 그런 지역에 거의 국한되어 있는 처지라고 로이터는 전하고 있다.

경제 분석가들에 따르면, 수개월의 항의 시위 활동으로 나라 전체가 어떻게든 뿌리내린 이슬람 혁명 정신은 치안 당국에 의한 탄압에 항거해 살아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근본적인 시위 원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시위는 언제는 다양한 형태로 다시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란 경제의 어려움은 주로 이란 정부의 핵개발 의혹을 둘러싼 미국의 제재 때문에 심화되고 있으며, 이란 국민 상당수는 인플레이션(고물가) 진행과 실업률의 급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인플레이션률은 최근 수십 년 사이 최고치인 50%이상으로 가속화돼왔다. 이란 통계센터에 의한 다수의 보고서에서는 “국민의 50% 이상이 빈곤선(poverty line)이하의 생활을 강요당하는 가운데, 청년층의 실업률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란의 경제 참상은 (시위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전환점이 보이지 않고, 정부 당국이 아미니 사망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가들의 진단이다.

미 워싱턴 중동연구소의 이란 프로그램 디렉터인 알렉스 바탄카(Alex Vatanka)는 “이란 정부가 이번 위기를 벗어나는 수단으로 탄압과 폭력에 의존해 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잘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 경제의 악화나 큰 정치적 변화를 원하고 그것을 위해 싸우려는 두려움을 모르는 젊은이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지도층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참신한 정책을 내놓으려는 징후는 없다. 오히려 치안 유지에만 급급해 보인다. 이란 성직자 지도부는 항의자들에 대해 자제적인 자세를 보이면 정계와 민병 조직의 지지자들로부터 나약한 것으로 비칠까봐 걱정하는 것 같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이란 지도층의 사형 집행의 또 다른 목적은 바시즈(Basij-페르시아어 :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지배아래에 있는 남녀로 구성된 준군사조직) 등 조직에 속한 견고한 지지자들을 만족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바시즈는 지원자들에 의한 민병대로 자연발생적이고 명확한 리더가 없는 시위 등 소란에 대한 대응으로 활약해 오는 조직이다.

여성 생명 자유, 이란 여성들 시위 / 사진 : 월스트리트저널 비디오 일부 캡처 

*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도 탄압지지 : 성직자의 천부인권 무시

이란 정부 당국은 지지자들을 향해 모든 수단을 동원, 그들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 한다고. 당국은 충격을 주기 위해 운동선수부터 아티스트, 래퍼에 이르기까지 여러 저명인사에 대해 도항금지와 징역형을 부과했다. 사형을 집행 받은 사람들 중에는 가라테 이란 국내 선수권 우승자도 있다고 한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지난 9일 TV 연설에서 “탄압을 느슨하게 할 의지가 정부에 없음을 시사”하면서, “공공장소에 방화한 자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반역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타협 없는 국가권력 행사는 라이시 대통령의 과거 경력에서도 중심 주제였다. 미국과 인권운동가들은 그가 1980년대 수천 명의 정치범 처형을 지휘할 처지에 있었다고 밝혔으며, 미국은 이런 과거를 이유로 그를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2021년 대선 직후 취재진으로부터 1980년대 처형에 관한 질문을 받고, 자신은 국민의 안전을 지킨 것으로 칭찬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현재 사형 집행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당국자들은 1980년대 정치범 처형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들이 몰래 그런 죄를 짓던 1980년대는 아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1980년대의 정부의 정보독점시대(Age of Information Monopoly)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위자들이 하는 일은 모두 소셜 미디어(SNS)에 흘러 국제적으로 매우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