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주의, 미국과 EU의 통상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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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주의, 미국과 EU의 통상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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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IRA의 의한 보조금 지급, WTO 전 회원국이 준수해야 할 자유무역 원칙 위배
- EU만이 아니라 한국 기업도 피해 눈덩이처럼 커질 듯,
- 한국정부와 국회 차원의 대응책 움직임 빨라지고는 있지만......
- 미국의 보호주의는 미국과 EU 통상 마찰 초래
- EU : 러시아의 보복주의, 미국의 보호주의에 타격 (한국 : 중국의 보복주의 요주의)
- 미국-EU, 지정학적으론 동맹관계, 경제적으론 ‘적대적 관계’
- 유럽연합 내 회원국 간 분열 초래 가능성 낮지 않아
- 유럽 보호주의의 인과응보

유럽연합(EU)은 오랜 세월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다’며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도록 세계 각국을 압박해 왔다. 미국 정부가 지난 8월 이 요청을 들어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책을 위한 대규모 보조금을 포함한 새로운 세출 세입법(통칭 IRA,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것이다. 기업에의 총액 3천 690억 달러(약 487조 4,490억 원)의 보조금의 공여가 2023년 1월에 시작된다.

영국의 경제전문 매체인 ‘이코노미스트’ 3일자는 “그러나 이 미국의 정책은 EU를 기쁘게 하기는커녕 대서양을 사이에 둔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 EU 양측이 통상(通商) 부문에서는 무역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적대적일 수도 있는 그러한 상황이다. 미국은 EU 정책결정자 상당수가 지향하는 시책을 모방한 결과, EU 회원국 간에도 다툼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 미국 내·이웃나라에 한정된 보조금 지급처

EU는 미국에 기후변화 대책을 기대한다고 해서 이런 방식을 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통상협상을 담당하는 EU가 가장 불만을 느끼는 것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상 보조금 지급처 대부분이 미국 내(및 이웃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제조하는 기업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역시 IRA(Inflation Reduction Act)에서 보조금 지급이 배제되어 한국기업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처하기 위한 한국 정부와 국회 차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자동차(EV)는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일부라도 유럽에서 제조한 것은 일절 받지 못한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전 회원국이 준수해야 할 자유무역 원칙에 위배된다.

미국은 EU의 초조함을 이해하면서도 양보할 기색이 보이질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보호주의적인 부분은 노동조합을 뒷받침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지지하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들 의원의 지지가 없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수 없었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자가 있는 법도 아닌 것보다는 낫다"는 얘기일 것이다. 더구나 유럽 측이 보호주의와 보조금이나 국가 통제주의적 산업정책의 조합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뻔뻔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런 종류의 정책은 유럽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유럽의 딜레마이다.)

EU는 WTO 규범이 가벼워지는 것을 기뻐한 적이 없다. EU의 명예를 위해서도 기본적으로 이를 준수해 왔음을 분명히 한다. 단지, 미국에 본격적인 CO2 배출량의 삭감을 시키기 위해서는 다소 규칙을 양보하려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EU가 생각하고 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참을성이 한계에 와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최근 몇 주간 EU의 대기업들이 역내가 아닌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다만 상황을 생각하면 이 움직임을 탓할 수는 없다. (한국이나 대만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현상을 EU기업들이 관망만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의 에너지 가격 급등은 유난히 심하다. 유럽이 미국에 동조해 푸틴 정권에 강력한 제재를 가한 결과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거의 전면 중단한 것이 그 한 원인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자원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미국보다 유럽이 훨씬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EU 정치인들은 역내 제조업이 러시아의 보복주의뿐 아니라 미국의 보조금에 의해서도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지정학 상으로는 긴밀한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과 EU가 경제적으로는 점차 적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 대항책은 유럽 연합 분열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EU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보호주의적 요소가 수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는 않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월 1일 국빈 방문한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자국 생산을 우대하는 조치의 수정을 요구했다.

무대 뒤에서는 양측 사무 쪽이 미세조정을 위해 절충하고 있지만, 표면적인 수정 이상의 노선 전환이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게 되면 EU는 대응책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EU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어느 것도 성공할 가능성이 낮고, 각각에 EU를 분열시킨다는 대가를 수반할 밖에 없다.

첫 번째 선택지는 미국을 WTO에 제소해 새로운 보조금 제도가 불법이라는 인정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계쟁은 진척이 느리고 시간이 걸려 성과도 바랄 수 없다. 미국과 EU는 미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이 각각 부당하다며 WTO에서 17년간 다투다 2021년 분쟁이 종결됐지만 결과적으로 (사건을 담당한 로펌 외) 누구도 이익을 봤다고 할 수 없다.

WTO가 이런 안건을 적절히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WTO 대법원에 해당하는 상급위원회에서 임기를 마친 위원들의 후임 지명을 막아 2020년에는 위원이 제로가 되는 이례적인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만약 EU가 WTO에서 승소하고, 보복조치로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EU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왜냐하면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벌어지면 EU 제품을 우대하는 '바이-유러피언 법' 도입을 추진하는 프랑스 등 세계화에 회의적인 회원국과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열린 무역이 자국 번영의 기반이 된다고 생각하는 회원국 간 분열이 표면화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EU가 대립하면, 양측의 경제적 경쟁자인 중국이 이를 보고 기뻐할 것이라는 것은 양쪽 다 알고 있다.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EU가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를 시사했다. EU가 자체 대형 보조금 제도로 응하면 된다는 것이다. 확실히 입장은 대등해질지 모르지만, EU에 그 재원이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일부 회원국에는 그럴 여유가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산업이 풍부하고 채무도 적다. 하지만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마구 휘두르면, 단일 시장인 EU의 결속은 심각한 위협에 처하게 된다.

독일은 지난 9월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국민과 자국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약 2000억 유로(약 277조 8,600억 원)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했으나 다른 EU 회원국들이 반발했다. 국가 예산이 독일에 비해 훨씬 작아 보조금을 댈 여유가 없는 슬로바키아 등 회원국 기업들은 독일 기업에 맞설 수 없다.

윤택한 국가예산과 세계적인 대기업을 가진 경제규모가 큰 회원국과 어느 쪽도 갖지 못한 규모가 작은 회원국 간에 분열은 불가피하다.

세 번째 선택지는 EU가 재원을 확보해 미국과 같은 대형 보조금 제도를 도입하는 방법이다. 7500억 유로(약 1,041조 9,750억 원) 규모의 코로나 부흥 기금 ‘차세대 EU’ 기금을 기대하는 경향도 있다. 이 기금은 EU가 공동으로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역내 전 회원국에 배분한다. 하지만 그 상환은 부유한 가맹국이 주로 담당할 것이다. 여기에도 분열의 씨앗이 있다.

이러한 구상은 제기된 것만으로도, “알뜰파”인 북부유럽의 가맹국과 “낭비하기 쉬운” 남부 유럽의 가맹국과의 분열이라고 하는 오래전부터 있어온 EU의 문제를 재연시킨다. 이 선택지가 채택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 유럽 보호주의의 인과응보

미국의 보호주의에 대한 EU의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평가이다. EU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이 취한 조치와 공통성 있는 정책을 먼저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빈번하고 목청껏 유럽의 전략적 자립을 호소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은 당연히 미국에 전달되고 있다. (‘장군 멍군-tit for tat’의 형국이 미국-EU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EU에는 '인플레이션 억제법'만큼 공공연히 무역을 방해하는 제도는 없다. 하지만, CO2 삭감의 대처가 늦어지는 나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 사실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의 도입 계획이나, 일부 외국 기업으로부터의 역내에서의 투자를 규제하는 새로운 규칙은 보호주의와 ‘깻잎 한 장 차이(hairbreadth)’ 일뿐이다.

나아가 EU에는 외국 기업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있지만, 역내 기업들은 보조금을 유리하게 끌어내기 위한 로비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EU는 미국의 정책에서 불똥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그 불을 지피는 데 도움을 준 것은 EU 자신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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