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반도체 연구의 중립기관 IM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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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반도체 연구의 중립기관 IM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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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갈등이 ‘기존의 연구중심 중립성’ 지키기 어려워질 가능성 높아져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세계적인 반도체 연구 중립기괸 대학간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센터(IMEC Headquarters Leuven, Belgium) / 사진 : IMEC홈페이지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세계적인 반도체 연구 중립기괸 대학간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센터(IMEC Headquarters Leuven, Belgium) / 사진 : IMEC홈페이지

시간이 흐를수록 반도체는 각광을 받을 것이다. 반도체 없는 세계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제때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는 이른바 반도체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반도체 확보전쟁에 몰입하고 있다.

벨기에의 도시 루벤(Leuven)에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축배의 맥주라고도 할 수 있는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에서는 그 루벤 맥주연구소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한 건물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 건물 정면에는 초소형 회로가 식각된 실리콘 웨이퍼처럼 빛나고 있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저층에는 인류가 고안을 한 복잡한 기계가 여럿이 소리를 윙윙 내면 가동되고 있고사무실에서는 수백 명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연구를 열심히 한다는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반도체 제조의 미래를 궁리하고 있다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지난 925일자 기사에서 전했다.

그 건물이 바로 반도체 비영리 국제연구기관인 IMEC(Interuniversity Microelectronics Centre)의 본부이다. IMEC는 미국의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같은 반도체 설계도,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회사(파운드리)인 대만의 TSMC(台湾積体電路製造)와 같은 반도체 생산도, 네덜란드 ASML처럼 복잡한 반도체 제조장치 생산도 하지 않는다. 대신에 IMEC5,500억 달러(6534,000억 원)규모에 이르는 반도체 산업에서 너나할 것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지식을 창출해내고 있는 곳이다.

* 최고로 많이 내는 기업에서도 전체 자금의 4%를 초과하지 않는다.

반도체 부족에 기인하는 여러 대혼란이 보여주고 있듯이, 반도체는 현대 경제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 지정학적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이 IMEC를 세게에서 가장 주요한 연구개발 거점의 하나로 하고 있다. 루크 반덴 호프(luc van den hove) IMEC의 최고경영자(CEO)이 기관을 영세중립국에 빗대어 반도체업계의 스위스라고 부른다.

IMEC1984년 루벤 가톨릭대학 전자공학 엔지니어들이 마이크로프로세서에 특화해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당초는 현지 플랑드르 자치체가 자금을 제공했었다. 지금은 특정 기업 혹은 국가가 예산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재무모델을 도입해 중립성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현재는 벨기에 정부가 자금의 16% 정도를 지원하는 최대 자금 제공자다. 가장 많은 자금을 내는 기업에서도 전체의 4%를 넘지는 않는다. 이는 수익원의 다양성을 유지하고(제휴처는 반도체 업계의 모든 기업으로 확대), 계약기간을 한정하며(연구개발에 관한 표준적인 계약기간은 35) 특정 기업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반도체 제조 전체의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발상이나 노하우 개발에 집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 미세 가공에 사용하는 기술인 EUV(Extreme Ultraviolet, 극 자외선)의 개발은 좋은 예다. EUV의 노광 작업은 고출력 레이저나 용융석, 다층막 미러를 이용해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EUV 노광장치는 버스 크기만 한데, 현재는 네덜란드의 ASML만이 만들고 대만의 TSMC와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사용하고 있다.

착상으로부터 실현에 20년을 필요로 한 EUVIMEC가 중심이 되어 각사의 정리 역을 맡았다. EUV는 다른 기업이 제조하는 반도체 제조장치와 덜컹거림이 없이 매끄럽게 작동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장치 메이커 각사는 자사의 지적재산(IP)을 대기업에 지배당하는 일 없이 보급시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대형 반도체 업체들도 (반도체 제조 공정 못지않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진부해질 수 있는 실험 단계의 아이디어 하나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은 피하려는 속내이다.

중립적 존재인 IMEC라면 이러한 양자의 요구를 갈등 없이 채워 줄 수 있다. IMEC는 필요한 기기 모두를 1곳에 모으는 것으로, 제조 각사가 서로 협력하면서 기술개발에 임할 수 있도록 해 왔다. 이렇게 해서 IMEC에서 창출된 IP는 그 프로젝트에 참가한 기업이라면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다. 반덴 호프는 최고경영자는 반도체 업계가 발전해 온 배경에는 IMEC가 온 세계의 아이디어를 '한곳에 집약', 그것을 서로 자유롭게 공유, 교환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사업 모델이 더 다양한 협력자를 끌어들이는 형국이다. IMEC에서는 언제나 수백개의 회사가 활동하고 있어, 스타트업(Start UP)으로부터 ASMLTSMC를 포함한 업계의 우량 기업까지 폭이 매우 넓다. 올해 인텔 CEO로 취임한 팻 겔싱어(Pat Gelsinger)도 이 기관을 높이 평가했다.

제휴기업이 늘어나는 한편 제휴처 각사의 자금 제공액도 늘어나고 있다. IMEC가 연구를 진행시키는데 있어서 조달하는 반도체 제조 장치(대부분은 할인 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해도)가 가격 상승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그 결과, 연구 개발 계약비나 시작품 제작, 설계 서비스로부터 얻는 수익은 2020년에는 67800만 유로(9,317억 원)에 이르렀다. IMEC가 얻는 연간 자금액은 이미 미 포드 재단이나 미 암협회 등의 대기업 자선 단체에 필적, 활황을 나타내는 반도체 산업과 거의 같은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 -중 대립이 위협하는 중립성

그러나 여러 개의 대형 반도체를 거느린 미국과 지난해 3780억 달러(4486,104억 원)의 반도체를 수입한 중국의 갈등이 기업 울타리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협력하겠다는 IMEC의 정신을 위협하고 있다. 반도체 자급자족을 지향하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방침으로 중국 반도체 업계의 모습은 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데다 미국과 유럽의 수출관리 강화로 중국 반도체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퇴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IMEC와 중국 반도체 기업의 협력도 당연히 줄어들고 있다.

IMEC가 과거에 중국 기업과 함께 개발을 다룬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중에는 반도체 부문을 거느리고 미국의 제재에 의해 타격을 입은 화웨이(華衛)기술과 중국 최대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중심 국제집성전로제조(SMIC)도 포함된다.

IMEC에서 일하는 중국인 연구자는 3.5%로 지역·국별로 다섯 번째로 많아 미국의 1.5%를 웃돈다. 상하이에 IMEC의 지부도 있지만, 본부 빌딩 내 저층에서 중국산 기기는 보이지 않는다. IMEC는 각각의 제휴처 기업에 대해 말하지 않지만, 중국 기업과 계약은 조금 있다고 한다. , 최첨단의 기밀성 높은 기술에 관한 것은 아니고, 미국과 유럽이 정하는 최신의 수출 규제등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반덴 호프는 중국의 첨단을 가는 반도체 제조 장치 메이커와 큰 제휴는 없다고 말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중국에 유입하는 반도체 제조에 대한 정보가 줄어들어, 중국으로부터의 정보 유입도 줄어들면 IMEC가 집약하는 세계적인 기술에 중국의 노하우가 통합되어 가는 일은 없어진다. 서방과 중국 테크 업계의 골이 확대되면서 IMEC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 때문에 가장 자랑으로 여기는 최첨단의 반도체 제조 기술의 새로운 진화에 주력 하고 있다.

독일 반도체 제조장치 제조업체 수스 마이크로텍(SUSS MicroTec)IMEC와 여러 프로세서를 나란히 장착하기 위해 반도체 칩을 스캔해 3D 이미지를 만드는 대형 기계를 개발했다. 이는 나노(10억분의 1)m 단위의 고도 기술이다. IMEC의 다른 곳에서는 의료 기술부문 책임자 가 만들어 낸 시제기를 납품하려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중에 개발한 반도체를 사용한 이 장치는 지금까지 수 시간 걸린 DNA의 배열 해석을 몇 분에 할 수 있다.

또 다른 특별연구원은 평판TV 제조기술을 이용해 반도체 기반의 초음파 센서를 개발 중이다.실현되면, 지금의 스캐너보다 몇 배나 큰 초음파 스캐너에 의해 한 번에 전신 화상을 보다 높은 해상도로 읽어내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대처가 IMEC가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차례차례로 새로운 발상을 실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IMEC가 스위스와 같은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은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비즈니스의 기본 모델은 수직통합이다. 연구에서부터 설계, 제조, 제품까지를 통합하여 경제 합리성을 추구하는데, 투자가 1사의 수요만으로는 조달할 수 없게 되어, 디지털 반도체에 관해서는 수평분업의 업태가 태어났다. 연구에 있어서의 수직통합의 대표적인 예가 IBM 를 중심으로 한 올버니 나노텍(Albany NanoTech)이며, 수평분업의 대표적인 예가 IMEC이다.

생산에 있어서의 수직통합의 대표적인 예가 한국의 삼성(Samsung)이며, 수평분업의 대표적인 예가 대만의 TSMC 이다. 수평분업의 기본은 중립을 지키는 것인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이 중립성을 흔들어 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세계 반도체 생태계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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