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약해 빠진 남자 이재용? 결국 굴복했나
너무 약해 빠진 남자 이재용? 결국 굴복했나
  • 조우석 주필(평론가)
  • 승인 2021.01.26 1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우석 칼럼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행에 빠진 사람은 누구일까? 역설이지만 삼성 부회장 이재용이 그 중 한 명이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 총수에서 급전직하해서 지금 감옥에 수감된 처지인데, 이 과정에서 그가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평범한 우리네들보다 훨씬 클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하면서 그를 바로 법정구속시키고 말았다.

이 재판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뒷말이 나오고 있는데, 분명한 건 우선 하나가 재판부가 지독하게 사악하다는 점이다. 판사란 재판을 진행하는 사람이지 주제넘게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노력을 하라 하지 말라거나,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라 하지 말라는 등의 엉뚱한 경영 훈수를 둔 것부터 참으로 어이없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 의뢰를 국내 최대의 로펌인 김앤장에 하지 않고 로펌 태평양에 맡긴 것부터 삼성으로서는 패착이었다는 소리도 나오는데, 자 지금 제 관심은 그런 게 아니고 이재용이란 남자에 쏠려있다.

그가 과연 우리가 기대했던 남자, 위기의 상황을 담대하게 넘기는 남자가 맞는가하는 문제제기인데, 특히 최후진술을 들어보면서 답답증이 커졌다. 최후진술, 그건 비유컨대 질 안 좋은 뒷골목 건달에게 붙잡혀 무릎이 꿇린 상태에서 살려달라고 목숨을 애걸하는 모양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마음 짠하지만, 이재용의 저자세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는 "오늘 저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두 번 다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며 그야말로 싹싹 빌었고,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가진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고 또 했다. 20분 진술 내내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한 대목도 여러 번이었다. 저는 그날 방청석에 최후진술을 지켜봤던 분으로부터 직접 얘기 들었는데, 한마디로 그건 최후진술이 아니었다. 살려달라고 울며 불며 판사들 발 아래에 엎드린 목불인견의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혹시 새디스트가 아닌가 싶고, 그게 맞지만, 난 이재용에게도 할 말이 있다. 이재용이란 남자 알고 보니 너무 약해 빠져 문제란 지적을 하고 싶은데, 여러분 중에 이재용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실 적이 있나요? 그날 방청했던 분에 따르면 이재용은 특히 목소리 자체가 강단있고 안정감과 경륜이 느껴지는 것에서 멀었다. 변성기 이전의 소년 같은 느낌? 여리고 취약한 멘탈이 느껴졌다는데, 저는 그게 당혹스러웠다. 군대로 치면 이재용은 휘하에 장군 수 십, 수 백 명을 포함한 실병력을 거느리고 있는 슈퍼맨인데, 막상 그는 한없이 나약한 소년가장 같은 느낌부터 준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재용의 최후진술은 한국경제의 앞날과 관련해 비관적인 생각을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2년 6월 선고를 때린 직후 판사가 “피고, 할말 있습니까?”라고 물었는데, 그때도 이재용은 고개를 푹 떨군 채, “아네, 없습니다”라고 했다는데, 그 또한 답답하다. 그건 이재용이 어필을 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날린 것이다. 그때 단호한 표정과 자세로 양형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도 됐다. 아니면 기업인에게 이런 대접을 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뭔가 한마디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걸 못한 게 이재용이다. 실은 거의 4년 전인 2017년 5월 그 국정농단 재판 당시에도 이재용은 최후진술을 했는데, 이번 최후진술은 4년 전의 그것과도 사뭇 대조적이다. 당시에 이재용은 이번 울며 매달리는 모습과 달리 한결 남자답고 의연했다.

일테면 “나는 이병철 손자나, 이건희 아들이 아닌 선대 못지않은 기업인으로 인정 받고 싶다”고 자기의 비전을 털어놓았고 “건방지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그 꿈을 이루는데 자신이 있다. 때문에 대통령을 포함한 누구에게 뇌물을 주며 경영승계를 부탁할 생각 자체가 없다. 믿어주십시요”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런 이재용이 채 4년이 안 되는 사이에 딴판으로 변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재판 과정에서 삼성에 흠집이 생기고 총수의 멘탈이 휘청거리는 장면이라고 저는 해석한다.

사실 삼성은 재판과정에서 무노조 삼성 경영의 원칙을 스스로 폐기했다. 원하는 형량을 받기 위해서 재판부에 갖다 바친 것인데, 그런 조직의 또 하나가 바로 준법감시위원회다. 그건 좌빨들이 삼성 경영에 간여하고 내부를 휘저을 수 있는 합법적 조직을 저들에게 상납한 꼴에 불과했다. 그리고 여기에 이재용은 4세 경영 포기까지 약속했다. 사실 문재인 정권이 원하는 목표는 삼성 해체라는 것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데, 그쪽으로 흘러가는 듯해서 안타깝다. 비유컨대 지금 상황은 삼성그룹이 고개를 넘다가 호랑이를 만나서 급한 김에 팔뚝 하나를 뚝 베어서 내놓았는데, 호랑이는 허벅지에 이어 몸통까지 마저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꼴이다.

방송 말미 이재용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솔직히 당신에게 난 꽤 실망을 했다. 물론 정치투쟁을 하라는 게 아니다. 다만 원컨 원하지 않건 당신은 이 나라 재계를 넘어 지구촌 기업 전체의 상징적 인물의 한 명인데, 우리가 바라는 진짜 사나이 이재용에서 멀었다는 걸 재삼 밝힌다. 이어 다음 방송에서는 이재용이 약속하고 또 약속했던 투명경영의 허구성을 경제학적 근거에서 밝히겠고, 4세 경영 포기는 그 자체가 현명치 않겠지만, 동시에 이재용의 월권일 수도 있다는 걸 지적할테니 많은 관심 바란다.

※ 이 글은 26일 오전에 방송된 "너무 약해 빠진 남자 이재용? 결국 굴복했나"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관련기사

핫이슈포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