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호 0번 신구범'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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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호 0번 신구범'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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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면, 이왕이면 애국정당을 찍어주고 0번당을 찍어주자. 최소한 0번당을 찍으면 죽을 때 끽소리는 하고 죽을 수 있다. 대한민국이 살아나는 길은 무조건 한국당에 기대는 미몽에서 깨어나 웰빙당의 돼지들보다 우리가 바로 국가를 구하는 전사였음을 깨닫는 일이다.

1. 그 해 여름의 제주도지사 선거

2. 제주도지사 후보자들의 4.3시각

3. 기호 0번 신구범

4. 이번에는 누구를 찍을 것인가

 

1. 그 해 여름의 제주도지사 선거

지난 2018년 6.13지방선거는 박근혜 탄핵의 여파로 민주당 돌풍이 불면서 민주당이 압승한 선거였다. 제주도지사 선거에도 민주당 바람이 불어 닥쳤다.

당시 제주도지사는 원희룡이었지만 원희룡 지사는 새누리당으로 지사에 당선 된 후 탈당을 거듭한 끝에 6.13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곧 민주당의 돌풍에 휩쓸릴 것으로 보였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3파전으로 보였다. 무소속 후보 원희룡, 한국당 후보 김방훈, 민주당 후보 문대림 등 세 후보의 각축전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민주당 후보는 너무 연약했다. 각종 추문이 터져 나왔고 유세전이 벌어질 때마다 그의 무능력이 드러났다. 그렇다고 한국당 후보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한국당 후보도 민주당 후보와 비슷해서 소신도 색깔도 없었고 무능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6.13 제주도지사 선거는 원희룡 후보의 '거저먹기'였다. 민주당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판에서 어리버리한 경쟁자들만 모인 덕분에 원희룡은 당선되었다. 무소속 원희룡 53.2%, 민주당 문대림 39.1%, 녹색당 고은영 3.39%, 한국당 김방훈 2.98%, 바른미래당 장성철 1.38%였다. 한국당의 치욕적인 참패였다. 제주도에서 한국당 후보 지지율 2.98%는 충격적이었다.

더군다나 한국당은 직전 선거에서 제주도지사를 배출했고, 당시 거대야당이자 제1야당의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대생 비슷한 후보가 나온 녹색당에도 뒤지는 지지율이 나왔다. 이런 판국인데도 한국당 제주도당에서 자살했다는 사람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놓고도 도당 관계자들은 목구멍에 밥은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한국당 김방훈 후보의 참패는 예견된 바였다. 보수다운 공약은 눈을 비비고 찾아봐도 없었고 민주당이 깔아놓은 판에서 민주당 따라 하기만 있었다. 4.3공원에 가서 4.3폭도들의 묘비에 절을 올리고, 4.3유족들에 대한 배상, 4.3특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등, 이런 것들은 모두 민주당이 만들어놓은 공약이었다. 그럼에도 한국당 후보는 이에 대한 이의제기나 반대 소리를 내기는커녕 민주당 따라 하기, 민주당 거들어주기만 하는 x맨 후보였다.

아, 한국당의 김방훈 후보는 민주당 공약을 자기가 내걸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기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러나 결과는 양쪽으로부터의 외면이었다. 민주당도 찍어주지 않았고 한국당도 찍어주지 않았던 한국당의 후보자여, 아, 역사를 모르던 자여, 그 결과가 2.98%였다. 도대체 김방훈에게 도지사 선거에 나서라고 옆구리를 찔렀던 그 참모는 누구였더란 말인가. 언제쯤에나 당신의 자살 기사를 볼 수 있단 말인가.

2. 제주도지사 후보자들의 4.3시각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에 출마했던 후보들은 모두 제주4.3을 보는 시각에서 좌파성향이었다. 민주당 후보나 한국당 후보가 다를 바가 없었고 현직이었던 원희룡 후보 마찬가지였다. 제주도지사 후보들의 제주4.3 문제에서 가장 악질적인 것이 '제주4.3특별법 개정안 통과 촉구'였다. 4.3특별법 개정안은 여러 버전이 2017년 국회에 제출되어 있었고 여러 가지 독소 조항들 때문에 국회에 계류 중이었다.

4.3특별법 개정안에는 험악하고 위헌적인 독소조항들이 많지만 그중에 하나는 이런 것도 있었다.

“제주4·3사건의 진실을 공연히 부정·왜곡하거나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증오를 고취시켜서는 아니 된다. 이를 위반하여 증오를 고취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문구와 숫자는 개정안 제출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다시 말해서, 제주4.3에 대해서 폭동이라 부르거나 폭도라고 호칭했다가는 감옥에 보내겠다는 조항이었다. 나는 10여년 이상을 4.3바로잡기에 투신해온 사람이다. 4.3특별법이 통과된다면 나는 감옥에 갈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지난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어느 후보자를 찍든 간에 나를 감옥에 보내겠다는 후보자를 찍을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투표자였다. 그 2018년 여름에 나는 김방훈보다 더욱 비극적인 인물이었다.

4.3 때문에 감옥에 가는 것은 둘째 문제였다. 나는 제주4,3을 바로잡기 위하여 중앙의 보수단체들과 연합하여 수년째 4.3집회와 4.3세미나, 가두집회, 일인시위 등 4.3운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입으로는 4.3폭동을 주장하고 제주4.3을 바로잡자 외치면서, 막상 선거에서는 4.3항쟁을 인정하고 4.3애국동지들을 감옥에 보내겠다는 후보자에게 표를 주는 것은 자기 부정이자 배신이었다. 자기 부정을 넘어 그건 50후반의 인생에 대한 삶의 부정이었다.

캄캄한 하늘에 한줄기 서광도 있었다. 당시 제주도에서는 보수인사들이 결집하여 '제주4.3진실규명도민연대'를 설립하여 4.3특별법 개정안 발의에 대한 저항에 나서고 있었다. 그 단체의 상임대표가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였다. 그리고 단체 내부 일각에는 신구범 상임대표를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항상 도사리고 있던 터였다. 그렇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는 법이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3. 기호 0번 신구범

신구범 대표가 출마하게 된다면 제주도지사 후보들 중에 신구범은 가장 선명한 정통보수의 후보자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4.3을 바로잡겠다는 유일한 후보자였으니 금상첨화였다.

신구범은 제주도에서 '삼다수'를 만든 사람이다. 중동에서는 석유가 펑펑 나오지만 제주에서는 지하수가 펑펑 나온다. 석유는 먹을 수 없지만 삼다수는 먹을 수 있었다. 석유는 고갈되지만 삼다수는 비가 올 때마다 지하에 축적된다. 석유보다 더 좋은 삼다수를 만들어낸 사람이 신구범이었니,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신구범 출마에 대한 분위기가 익어가자 신구범 출마를 요청하는 지지자들의 기자회견도 열렸다.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는 신구범의 답변 기자회견도 열렸다. 제주 정가가 출렁였다. 원희룡도 다급히 신구범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선거는 코앞이었고 여러 가지 사항들이 미비했다. 아깝게도 최종적으로 신구범 출마는 보류되거나 연기되었다.

신구범 출마는 보류되었지만 나는 제주도 인사들에게 그래도 신구범을 찍을 것을 독려했다. 원희룡을 찍는 것이나 한국당 후보자를 찍는 것은, 우리를 감옥에 보내겠다는 사람을 우리가 찍는 것이니 자살하는 격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의 주장은 번번이 저항에 직면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에 도지사를 넘겨 줄 수는 없잖으냐는 가장 기초적인 논리였다.

2018년의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나는 나를 감옥에 보내겠다는 사람에게 표를 주거나 아니면 투표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투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4.3을 항쟁이라고 하고 4.3폭도들에게 절을 올리는 좌빨성 후보들에게 투표를 하지도 않았다. 나는 후보자들의 명단이 나열된 기표용지 맨 위에 자필로 '기호 0번 신구범'이라 쓰고 신구범에게 한 표를 주었다.

신구범은 2018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최소한 한 표나 최대 서너 표를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출마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거대야당의 조직을 동원하고 거액의 선거 비용을 쓰면서도 2.98%을 얻은 후보에 비하면 출마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표가 나온 신구범은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게다가 그 아름다운 모험이 상황종료가 아니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면 더욱이 말이다.

4. 이번에는 누구를 찍을 것인가

제주도지사에 원희룡 후보가 당선된 덕분으로 제주4.3은 더욱 왼쪽으로 치달렸다. 광주에 이어 제주4.3도 트라우마 치유 사업이 시작되고, '제주4.3진실규명도민연대'는 제주도에서 사회단체 등록이 거부되었다. 원희룡의 사회단체 등록 거부는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에 이어 두번째다. 화해와 상생을 방해하는 단체라는 것이 거부 이유였다. 결국 원희룡을 찍은 4.3운동가들은 제 발등을 찍은 것이다.

2020년부터 고교 교과서에는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방해한 빨갱이 폭동이 아니라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무장봉기'로 기술된다. 빨갱이 세상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원희룡에게 표를 찍어준 대가였다. 이제 곧 원희룡을 찍은 사람들이 감옥에 갈 날도 멀지 않았다. '기호 0번 신구범'을 찍으라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대가가 될 것이다.

2018년의 제주도지사 선거는 2020년의 국회의원 선거와 비슷하다. 이리를 쳐다보고 저리를 쳐다봐도 표를 줄 곳이 없다. 이리 찍어도 망하고 저리 찍어도 망할 판이다. 보수통합은 요원하고 가짜 보수팔이들은 횡행하고, 그렇다면 차라리 '0번당'에게 표를 찍어주자. 정당투표는 군소 애국정당에게 표를 몰아주자. 인물투표에는 기표용지 위에 기호 0번과 자기 동네의 애국인사 이름을 쓰고 그 사람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자. 어차피 망하는 세상이라면 싸우는 애국전사들에게 한 표를 주자, 그들에게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주자. 항복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를 북돋아주자.

이 주장에 가장 기초적이고 유아적인 항변이 날아든다. 그렇다면 사표를 만들라 말이냐, 그렇다면 민주당 좋은 일만 시키라는 것이냐. 등등의 항변이다. 어차피 한국당은 틀렸다, 황교안은 제주도의 김방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조건 한국당에 묻지마 투표하는 것이 사표가 되고 민주당을 도와주는 이적표가 된다. 노무현 시대부터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문재인 시대까지 무조건 한국당에만 투표하고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그것 때문에, 묻지마 투표했던 당신 때문에 나라는 망국으로 치닫는 중이며 세상은 빨갱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기호 0번 지만원, 기호 0번 신구범, 기호 0번 손상윤, 가만 둘러보면 우리 주위에는 열렬한 애국전사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한국당은 애국전사들과 유린된 채 '자기들끼리만의 리그'를 즐겨왔다. 이번에도 무늬만 보수당인 한국당의 들러리 역할만 할 것인가. 우리의 애국운동은 한국당을 위한 한갓 선거운동이 아니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에는 군소 애국정당과 기호 0번당에게 투표하여 우리의 애국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하자. 그들에게 가시밭 애국운동이 보람찬 길이었음을 상기시켜 주자.

0번당을 찍어도 망하고 한국당을 찍어도 망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면, 이왕이면 애국정당을 찍어주고 0번당을 찍어주자. 최소한 0번당을 찍으면 죽을 때 끽소리는 하고 죽을 수 있다. 이왕 망하는 바닥이라면 꿈틀이라도 거리고 망할 수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 살아나는 길은 무조건 한국당에 기대는 미몽에서 깨어나 우리가 우리에게 투표하여 우리가 직접 나서서 싸울 수 있음을, 웰빙당의 돼지들보다 우리가 바로 국가를 구하는 전사였음을 깨닫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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