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타이밍에 딱 맞는 노회한 대중외교
마하티르, 타이밍에 딱 맞는 노회한 대중외교
  • 김상욱 대기자
  • 승인 2018.08.29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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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국’처럼 여기는 중국에 대한 노련한 외교는 한국에선 불가능 한가

▲ 지금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어, 동남아의 주요 강국인 말레이시아와의 본격적인 대립구도를 가져갈 수 없는 처지이다. 결국 마하티르 총리는 이러한 상황을 십분 활용한 마하티르 총리의 요구를 떨떠름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양해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뉴스타운

“우리는 새로운 식민주의를 보고 싶지 않다”

5일간의 중국을 방문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난 8월 20일 베이징에서 리커창(李克強) 중국 총리와 회담을 마친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갑자기 이 같이 말했다.

이미 총리를 지낸 후 은퇴까지 했다가 90세가 넘어 다시 말레이시아 총리에 오른 마하티르 총리는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거침없이 ‘하이킥’이라도 하듯 말레이시아에 대한 경제 침투를 꾀해온 중국을 견제하는 발언이 바로 ‘신식민주의(新植民主義)’이다.

전임자인 나집 라작 전 총리가 중국을 등에 업고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건설(ECRL)과 천연가스관 건설 등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자급을 차입해 시작한 프로젝트 2건을 취소시켰다. 감당할 수 없는 국가 채무 부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임 총리는 이와 관련 부정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국 기자에 따르면, 옆에 서있던 리커창 총리는 오만상을 찌푸린 표정으로 그저 듣고만 있었다고 한다.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 이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회담에 임한 마하티르 총리는 다시 “신식민지주의(新植民地主義)에 반대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었다.

이번 마하티르 총리의 중국 방문의 주요 목적은 시진핑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현대판 실크로드라는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와 관련된 사업 취소를 부드러운 외교적 수단을 동원 통보하려는 것이었다.

나집 라작 전 총리 정권과 중국 측이 다양한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 5월에 총리직에 다시 오른 마하티르 총리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공사 중단을 선언했다. 이미 착공을 한 말레이시아 동해안 철도 등에 대해 계약 불이행에 따른 막대한 위약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위약금의 감면도 중국 측에 요구하는 것도 방중 목적의 하나였다.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측은 마하티르 총리의 발언과 요구에 대한 큰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어, 동남아의 주요 강국인 말레이시아와의 본격적인 대립구도를 가져갈 수 없는 처지이다. 결국 마하티르 총리는 이러한 상황을 십분 활용한 마하티르 총리의 요구를 떨떠름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양해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93세의 노회한 정치인이 국제정세의 변화와 중국의 속사정을 꿰뚫어 보고, 가장 유리한 타이밍으로 전격 중국을 방문, 자국에 최대의 이익을 확보하는 노련미 넘치는 솜씨를 보였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본격화된 미중 무역 마찰은 이미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가하기 시작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피하려는 중국은 그동안 주변국에 대한 고압적인 태도를 고쳐 순차적으로 관계 복원에 나서고 있다. 인도와의 관계 복원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리 순조롭지는 못하다.

또 중국은 여름철 들어 가장 많이 노력을 기울인 일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다. 특히 역사문제에 있어 중국 관영 매체들의 대(對)일본 비난 빈도수는 급감한 상태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 상하이사범대학에서 8월초에 개최 예정이었던 옛 일본군 성노예(Sex Slavery, 이른바 위안부)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을 취소시킨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심포지엄 개최 직전 중국 외교부는 “일본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산당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 제품의 미국으로의 수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일본 시장을 확보해야 하고, 잘되면 중국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정부와 무역마찰을 겪고 있는 일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공동투쟁을 하고 싶다”는 속내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

특히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의 외교팀은 중국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즉 ‘마치 속국’처럼 대하는 중국에 대해 한국 정부가 그렇게 나약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다시 한 번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마하티르 총리의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는 외교솜씨가 한국에서도 불가능한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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