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충원에 김정은의 조화라니 제정신인가
국립현충원에 김정은의 조화라니 제정신인가
  • 석우영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4.08.20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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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계신 애국 호국 영령들이 통곡할 일이다

▲ ⓒ뉴스타운
새민련 박지원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다. 박지원은 김대중 정권 시절 북한과 유달리 인연이 깊은 인물이었다. 김대중 정권 시절 햇볕정책을 한참 펴 나갈 무렵, 정치권과 세간에서는 북한에 무한정 퍼주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 소문은 2002년 국정감사 때 본격적으로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시는 김대중 정권 시절이었으므로 박지원은 용케도 의혹의 중심에서 비켜갔지만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자 사정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4년, 당시 국회 다수당이던 한나라당은 대북퍼주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결과,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법이 발의되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여 특별검사팀이 구성되고 본격적인 대북송금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었다.

당시 정치권에서 적당하게 절충하여 정치적으로 끝날 것이라 여겨지던 것과는 달리 노무현 대통령의 전격적 특검 승인은 한나라당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여졌고, 민주당 내에서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반발을 부르기도 했지만 특검은 시작되었다.

이렇게 해서 구성된 특검팀은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현대가 대북 7대 사업권 구입 명목으로 4억 5천만 달러를 북한 정부에 몰래 불법 송금한 사실을 밝혀내었고, 그 중 1억 달러는 정부의 정책지원금이라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결국 비공식적으로 송금을 한 것이 밝혀진 것이다. 정부의 정책 지원금은 바로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에 박지원은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현대에도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었고 추가적으로 현대의 비자금 150억 원이 드러나는 등 현대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자 당시 현대 회장이자 사건 핵심 인물인 정몽헌 회장이 현대 계동 사옥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이 사건 관계자들이 줄줄이 징역을 선고받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그 외에도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이 수감되었다. 대신 이들은 몇 년 후 참여정부의 결정으로 특별사면되었다. 이처럼 박지원은 북한과는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김대중의 측근이었다.

박지원 의원이 엊그제 북한 땅을 밟았다. 박지원 의원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자존심이 있었다면 적어도 체면과 국가관 정도는 지니고 있어야 했다. 물론 박지원 자신은 국가관이 철철 넘쳐나고 있다고 강변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눈에 비친 박지원의 언행을 보면 배알도 없고 체면도 없는 정치인으로 보는 시각도 다수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 땅 개성공단까지 찾아가서 김정은의 조화를 가져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고래(古來)로 내려오는 미풍양속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장례문화와 제례(祭禮)문화는 유독 엄격하게 따지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관습이다. 설령 수하의 부모가 상을 당했을 때도 상주(喪主)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지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도 상가(喪家) 방문을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 조화를 보내거나 부의를 인편으로 보내는 것이 전래의 풍습이다. 제례 역시 마찬가지, 천리 길, 만리 길에 떨어져 사는 형제자매나 친척이라도 꼭 제사를 지내는 장소로 방문하여 제례를 지내는 것이 또한 우리의 전통적인 관습이다. 

개인사의 상조 예법도 이럴 진데 단위가 국가 급으로 격상되면 예법과 절차는 더 엄수해야하며 격식에서도 그에 걸맞는 격을 갖추어야한다. 엊그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5주기가 있었다. 햇볕정책으로 재미를 잔뜩 본바 있는 북한 독재정권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지 김정은의 조화를 보낼 테니 받으러 오라고 한다고 하여 박지원을 포함한 김대중 정권 핵심요원들이 앞 뒤 생각도 없이 덜컥 개성공단으로 달려갔다. 만약 개성공단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판문점으로 받으러 오라고 했을 것이다. 만약 그랬을 경우에도 이들의 행태를 보면 판문점으로 단박에 달려갔을 것이다.

북한이 김정은의 선전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제스츄어라고 해도 좋고 만에 하나 진정으로 추모를 하고 싶었다고 해도 좋지만, 굳이 조화를 보내고 싶었다면 정식 절차를 통해 우리 측 정부 주무부처인 통일부를 통해 판문점이나 제3의 장소에서 전달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도 북한은 정부 공식 채널을 무시하고 김대중 라인을 일부러 불렀다. 북한이야 국가라고 칭할 수 없을 정도로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절차와 예의를 무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그렇다 치더라도 절차와 예의를 따져보지도 않고 조화를 받으러 오라고 하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얼씨구나 좋다하고 받으러 가는 박지원과 그 일행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치인인지 참으로 경박하기 짝이 없었다. 

박지원 외에도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 등 5명이 갔으나 그 자리에 갈 자격이 있는 사람은 친자인 김홍업 외는 전부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북한은 이러한 장면을 김정은 독재자에 대한 홍보와 북한주민들을 상대로 체제우위 선전에 적극 활용할 것이다. 김정은 장군이 조화를 보낸다고 하니 남한 사람들이 북한 땅 까지 달려와서 굽신거리며 받아갔다고 선전의 도구로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

정치적으로 노회한 박지원이 이런 점을 모를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박지원이 북한 땅을 넘어간 것은 이미 재마저도 사라지고 없는 햇볕정책을 되살리고자 하는 얄팍한 노림수와 자신의 존재가치를 한층 높일 정치적 셈법에 따른 행동인지도 모른다. 

북한의 내심은 의외로 간단하다. 조화(弔花)정치를 통해 햇볕정책만이 남북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을 박근혜 정부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임동원이 바로 햇볕정책의 설계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당 대남 비서이자 북한의 통일전략을 주도하는 김양건이 직접 내려 온 것만 봐도 당근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읽혀진다. 당근이란 바로 5.24 조치의 해제를 지칭할 것이다. 그랬기에 야당의원인 박지원에게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내용에 불만을 토로했을 것이다. 

북한은 정부가 제시하는 남북 고위급 회담은 외면하면서도 박지원 의원에게는 정세에 불만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로 나오라고 하자 김양건은 박지원을 통해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혔다. 북한은 늘 이런 식이었다. 따라서 북한이 보낸 조화는 정치적인 산물이었을 뿐, 진실성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이런데도 김정은 명의의 조화는 국립현충원 김대중 추모행사장에 마련된 붉은 카펫 위에 단독으로 진열해 놓았다. 기가 찰 일이다. 적군과 싸우다 전사한 애국영령들의 혼이 깃든 현충원에 적국 수장의 이름이 기재된 조화가 서 있다니 지하에 계신 호국영령들이 통곡을 하고도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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