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노역을 가능하게 한 것은 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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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노역을 가능하게 한 것은 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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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착관계가 심해지면 부정부패와 비리 발생

▲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게 내려진 일당 5억원의 노역이 전국민적인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일명 황제노역으로까지 불리면 이를 판결한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광주지역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러한 판결을 한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사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한 언론에서도 판결의 결과와 함께 이런 결과를 내놓은 사법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벌써부터 발빠르게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노역판결과 관련하여 노역일당을 최대 300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이번주내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빠른 후속조치와 한목소리를 내며 비난할만큼 사안이 심각한 것이다. 

작년에 갑을논쟁으로 벌어진 우리사회의 불편한 면모들이 또 다시 불거진 셈이다. 왜 일반시민들에게는 5~10만원의 노역일당을 책정하면서 누군가에게는 특혜를 줄 수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향판이라고 불리는 지역법관제도 한 몫을 했다고 본다. 지역법관제도는 전국 법원으로 순환근무하지 않고 일정한 지역에서 부임하여 퇴임할 때까지 근무하는 법관제도이다.

법관들도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기 때문에 지방에 근무를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역의 토호라고 불리는 그 지방의 지배세력들과의 유착관계로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경우도 있다. 금번의 경우가 딱 향판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예라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판결을 낸 판사나 변호를 한 변호사가 모두 한 지방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향판들로 보인다. 판사는 29년간 광주와 전남지역에서만 법관생활을 하였고, 마찬가지로 허회장의 변호사 2명은 30년 가까이 광주‧전남에서 판사생활을 한 후 퇴임하여 변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지역법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도권 지역으로 보임되지 않는다.

수도권이 워낙에 인기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법관생활을 지방에서 보내는 것이 많다. 그래서 한 지역에 30년 이상 근무한 경우들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허회장이 경영한 대주그룹도 광주에 기반을 둔 기업이다. 그리고 허회장의 부친이 37년간 광주‧전남에서 판사로 근무했고, 사위는 현직 판사로서 광주지역에서 근무해오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기준으로 권역별 지역법관 비율은 대전 38%, 대구 46%, 부산 31%, 광주 27%였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참 신기할 정도로 모여 있는 것이다.

이런 향판들이 모두 다 잘못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법조인으로서 때로는 지역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황을 알 수도 있고, 지역 사회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키워질 수 있다. 그러나 달이 차면 기울어지는 법. 이런 유착관계가 심해지면 부정부패와 비리가 발생되게 된다.

법조인과 지역의 유력인사들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사례가 있었다.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등 신종어를 만들며 각종 향응과 접대, 뇌물성 선물 등을 받은 법조인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이 법정에 서게 되면 대부분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진짜로 대가성이 없었던 것인지는 주고받은 당사자들의 양심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은 처해진 상황에 무척 약하다. 교도소에서 교도관과 죄수의 역할을 가짜로 정한 채 행해진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에서 인간이 얼마나 상황에 따라 다른 면모를 나타내는지 보여준다. 그러니 공정한 판결이 필요한 판사들에게는 되도록 유혹이 될 만한 상황은 피하는 것이 낫다.

향판제도도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또 잦은 전보 인사에 따른 재판의 효율성 저하 방지를 위해 만들었으면, 그에 대한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재판의 효율성을 말하면서 국민의 상식 밖의, 법의 정의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판결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허회장에 대한 판결문에서 “818억원 세금 추징금을 낸 점, 개인 재산을 출연해 그룹 회생에 힘쓰고 지역경제 피해를 최소화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지역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 대가가 일당 5억원의 큰 호의를 배풀만큼 대단한 일인지 국민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또한 잊을 만하면 터지는 법조계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예방차원의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법조인들이 감시의 사각지대에 서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 대법원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지역법관 문제라고만 보기 어려우며 지역법관들의 명예도 고려해야 한다.”

명예도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법조인들은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판결을 하기 위해 존중받는 권리들이 있다. 그런데 법조인들이 그런 상황을 개인의 이해만을 위해 사용한다면 그 이해를 얻음으로써 더 큰 것들을 잃게 될 것이다. 명예를 지키려면 우선적인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

글 :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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