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나라 바깥에서 들여온 무서운 빚으로, 그대들이 잔치를 벌이던 세상이 끝난 시대이다. 한 세대 전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새마을 운동이니 조국의 근대화니 하는 명목으로 피 같은 노동을 했었다.
그 턱없이 낮은 임금으로 이루어진 것이 소중한 민족 자본이다. 그것을 단 한번의 금융 위기로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순식간에 수십 년을 피땀 흘려서 만들어진 민족의 자본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시대이다.
그렇게 팔릴 만한 것은 모조리 헐값으로 다 팔아 놓고도, 이젠 외환 보유고가 높으니 우리 경제는 끄떡없다고 큰소리치는 '얼빠진' 정치인들이 나라를 경영한다고 거들먹거리는 시대이다. "병신 같은 놈들. 소 팔고 땅 팔아 대학 공부시켜 놓았더니, 먹물 든 놈들은 결국 나라 팔아먹는 짓밖에 못해"라고 욕을 들어도 싼 시기가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기이다.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70%나 되는데 농업은 예외냐?"라고 큰 소리를 치며 농업마저도 개방하려다가, 얼마 전 한 농민에게 크게 얻어맞고는 지금 좀 얼얼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땀의 수고로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실업에 허덕이는 인구가 넘쳐난다고 하지만, 3D업종은 여전히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 그러면서 땀 흘려 일하는 농민을 존경할 줄은 모른다.
땀방울의 소중함을, 허리 숙여 일하는 수고로움이 어떤 것인지 알지도 못할 뿐 아니라, 그런 일을 하느니 이 경제난에도 차라리 실업을 택하겠단다. 우리 나라의 최대 약점은 바로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같이 손에 흙이나 지저분한 것 만지기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폼 나는 일만 하려 하니 실업율이 저리도 높아지는 것이다.^
외국인 회사에서 오라고 하면 정신을 못 차리고 뛰어간다. 그 회사에서 하는 일이 나라를 팔아먹는 일이든, 무슨 일이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많이 벌어서 폼 나게 쓰는 것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저 남보다 앞서기만 하면 되는 것인 줄 알고,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달려가기만 한다. 방향을 잡을 줄도 모르면 공부는 대체 왜 했을까?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70%라고? 그건 도시식의 삶의 방식 때문이다. 허영과 사치만으로 그 많은 대외 의존도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눈높이를 낮추고 일을 나누고 힘들고 적은 임금의 일을 기꺼이 할 각오만 되어 있다면 대외 의존도는 훨씬 낮출 수가 있다. GNP가 삶의 의미인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경제에 대한 신앙 때문이다.
경제 발전이 아니면 삶이 퇴보한다는 것이야 말로 현대의 가장 큰 미신이다. 많이 쓰고 많이 소비하는 것이 행복한 것과 무슨 상관일까. 6·25 후의 그 어려운 시기도 지나온 사람들이 바로 우리 민족이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모두가 열심히 살아왔고, 희망을 가져왔다. 단지 그 희망이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보자는 것이었다는 것이 우리 민족의 비극이었다.
또 다른 미신은 잘 살기 위해서는 강한 나라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미국식 문화, 미국식 사고, 미국식 경제 체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온 것이 문제였다. 그들이 우리에게 강요한 세계 금융 시스템에 강하게 편입되면서, 결국 오늘날 우리는 경제 정책을 조정할 주권마저 상당 부분을 잃어버렸다.
진정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일방주의적인 세계화가 아니라 사람을 사랑하는 법, 남의 나라 사람들의 노동과 자원을 수탈해서 우리가 이익을 벌지 않고 같이 공존하는 것, 일부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남의 나라의 평화를 침범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런 것들을 일상적으로 자행하는 나라가 있다면 그에 대해 저항하는 용기이다.
남의 나라를 압제하기 위해서 쳐들어가 놓고 자신들의 아들들의 목숨 값이 아까워질 땐, 아직도 싼 값으로 약한 나라 사람들의 목숨을 살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모든 나라가 반대하는 일을 저질러 놓고는 그에 대한 뒷처리를 감당 못해, 또 다른 나라에 대한 협박을 통해 자신들의 귀찮은 일을 덜어보려는 사람들에게 저항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머릿속에 신자유주의적 사고 방식이 가득 물든 도회인들, 특히 정치인들은 잠시라도 농촌으로 내려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먼저 땀방울의 수고로움을 배워야 한다. 그들에겐 단지 수치적인 계산으로만 보이는 노동이란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배워야 한다. 그리고는 아직도 농촌에 남아있는 '후진적인' 그네들의 인심을 배워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가 경쟁에서 이기고 남보다 잘 되는 것만이 아니란 것을 배워야 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무지렁이 같기만 하던 사람들이,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대가 어떻게 변하여가도,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고집스러움을. 그리고 하루하루 허리가 휘어지는 노동이 있기에, 저녁에 편안하게 하루의 눈을 감는 그 평화로움을. 그리고 그들에게마저 시름을 가져다주는 허영과 겉멋에 길든 삶에 대한 반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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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식 아오지 탄광처럼 국내 어느곳에 집단 농장 만들어 그곳에서 의무적으로 일정기간 피땀흘려 농사짓게하는 법은 없을까? 그리고 매일 농사 지으며 느낀 점을 A4용지 최소 4장씩 매일 써내라고 하면 어떨까? 말은 잘들 하는데 글은 잘 쓸까?
허허. 별 생각 다하는구만.
위와 같은 생각 안나는 세상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