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나도 뭔가를 주고 싶다
스크롤 이동 상태바
가을 단상..나도 뭔가를 주고 싶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가을에 고마운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바람이 흔들고 지나가는 길목엔 흔적이 남는다. 소나무가 빼곡한 곳에 주차한 차들 지붕에는 솔잎이 떨어져 와이퍼 사이를 메우고 솔방울도 내려와 있다.

봄에 꽃잎을 매달고 달리던 차들은 알록달록한 낙엽들을 지붕에 얹고 달린다. 비가 흩뿌리고 난 뒤에 습기는 접착제가 되어 보도 위에도 공원길에도 손님처럼 찾아와 있다. 성글게 진 낙엽들이 납작하게 엎드려 있는 광경이 낯설지 않은 계절 가을이다.

오랜만에 올라가 본 옥상에서 바라본 앞산은 많이 변해 있었다. 흉내내지 못할 색색으로 몸을 치장한 나무들이 어쩐지 인간사를 닮아 있는 것 같아 바라보고 또 보았다.

초록을 빛내던 아카시아 잎들은 여름을 떠나 보내기 아쉬운 듯 덜 찬 갈색으로 마지막 달콤한 햇살을 움켜쥐고 있다.

풋고추와 깻잎들이 자리한 곳에는 연두 빛 배추와 열무가 촘촘히 돋아 있었고 한 철 푸르렀던 고춧대는 구석에서 말라가고 있었다. 먼 듯 가까운 듯 보이는 북한산의 암벽도 달리 보이는 것은 내 마음의 행로 때문이겠지만 아무튼 가을은 눈에 보이게 가까이 와 있었다.

일년이 또 이렇게 가겠구나. 찬바람 몰아치고 달력은 또 다른 옷을 갈아입고 나이는 한 살 더 두툼해지겠구나.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하지만 스산한 가을 바람 앞에서는 무참해지는 기분을 달랠 길이 없다. 그런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어 낼 수 있는 것은 누군가 나를 기억해 주고 선물해 줄 때가 아닌가 싶다.

갑자기 쌀쌀해 진 날 저녁 아는 언니의 초대를 받아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서 한 보따리를 받았다. 보따리 속에는 친정에서 보냈다는 오돌토돌한 은행 한 묶음과 푸른 잎이 살아있는 무 한 개 도토리 가루 한 묶음이 들어 있었다.

뭔가 주고 싶어 찬장과 냉동실을 수시로 열어보는 맘씨 고운 언니를 만나고 오는 날은 친정엄마나 큰언니를 보고 온 듯한 따뜻함에 찬바람도 상쾌하게 맞는다.

오늘은 울 엄마의 숱한 손길을 거친 뽀얀 고춧가루와 고소한 참깨와 참기름이 가을 선물이 되어 왔다. 장독대 앞을 간질이던 감나무에 달린 단감들도 더러는 푸르고 더러는 노란 옷을 입고 엄마의 딸집에 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받는 자연의 결실이며 엄마의 정성 앞에서 조금씩 철이 드는 것일까? 감사하다는 생각보다 앞서는 아린 맘이 솟구친다. 태풍 앞에서 땡볕 아래서 오래 오래 참고 견딘 엄마와 함께 한 곡식들이 소중한 가족 같다.

은행을 볶고 도토리묵을 쑤어 놓고 단감을 깎아 놓으니 풍성한 가을 한 편이 온 집안을 가득 메운다. 그립고 보고싶은 사람들의 얼굴도 함께 와 있다.

난 이 가을에 고마운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으려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기획특집
가장많이본 기사
칼럼/수첩/발언대/인터뷰
방송뉴스 포토뉴스
오피니언  
연재코너  
지역뉴스
공지사항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뉴스타운TV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