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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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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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도 그 구름은 하늘에 있었다

나는 지금 구름을 보고 있다. 하얀 구름이 하늘에 스쳐가는 것을 바라보는 게 나는 참 좋다. 시원하게 장대비가 내린 뒤의 하늘에는 온통 푸름이 가득하다. 그 푸른 하늘에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시절에 내가 바라보던 바로 그 흰 구름들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목을 빼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오늘따라 하늘에는 여러 층의 구름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하늘 높은 곳, 그래서 보다 하늘의 푸름에 가까운 곳에는 깃털같이 부드러운 조그만 구름들이, 점점이 수를 놓듯이 흩어져 있다. 그 구름들은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면서 종일토록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흘러간다기보다는 그 한없는 부드러움으로 말없이 하늘을 지키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보다 아래쪽의 구름들은 훨씬 빨리 움직인다. 그래서 시시각각으로 구름들의 모양이 바뀌어간다. 하얗고 뽀얀 구름들이 뭉쳐서 덩어리져 흐르다가, 때로는 그 구름들이 서서히 흩어지기도 한다. 조금씩 옅어져 가는 그 하얀 구름의 덩어리들은, 푸른 하늘 속으로 희미하게 흩어져 마침내 구름의 아예 모양을 잃고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바다와 땅에서 뽑아져 올라간 수증기가 모인 것이 구름이다. 무더운 여름날. 이글거리는 땅에서 어른거리며 하늘로 올라가던 그 여린 기운들이, 하늘에서 한없이 모이고 또 모여들면 저렇게 하얗고도 멋진 구름이 된다. 그리고 그 구름들은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때로는 하늘을 울리는 우뢰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자신이 올라온 땅에 다시 비가 되어 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비가 내리고 난 다음 날의 하늘에 곱게 단장을 한 제 모습을 다시 드러내기도 한다. 말갛게 갠 하늘에 하얗게 흘러가는 저 구름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다시 흩어져서 눈에 보이지 않는 수증기의 형태로 돌아가기도 한다. 나는 지금 그렇게 구름이 서서히 제 형체를 잃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흩어져가는 구름은 마침내 수증기로 돌아가서 보이지 않게 된다. 나는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다.^

어릴 적에도 하늘을 쳐다보는 것을 좋아했었다. 오랫동안 고개를 꺽어 하늘을 올려보면 목이 아팠다. 그래서 집 마루에 대자로 누워서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보곤 했었다. 그 시절에는 구름의 모양들이 변하는 것이 신기했었다. 구름에는 토끼모양도 있고 사람모양도 있고 온갖 것들의 모양이 있다고들 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면, 정말 그런 모습들이 나타나는 것 같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도 하늘을 쳐다보는 나의 버릇은 여전하다. 단지 하늘을 뒤덮고 있는 뿌연 스모그 때문에 번번이 실망을 하게 될 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하늘을 보는 빈도가 조금은 줄어든 것 같다. 그러나 한강을 건너다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는 것을 바라보기라도 할 때는 하마터면 사고를 낼만큼 넋을 놓고 바라보는 것은 여전하다. 오늘같이 하늘이 맑을 때는 사무실 창 너무로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보는 것 또한 변함없는 하늘에 대한 그리움이다.

지금도 유난히 하늘보기를 좋아하는 나의 마음속에 아직도 어린시절의 내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훌쩍 커버린 덩치에 어린시절의 모습을 아직도 많이 간직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세월과 세월 속에 담겨진 삶의 사연들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늘 흐르는 세월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흘러가는 구름을 보는 습관과 하늘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하지만 내가 느끼는 것이 달라졌다. 하늘을 그리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는데, 내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내 마음에 남긴 구구한 사연들이 다른 것을 보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어린시절처럼 구름 속에 희미하게 나타나는 신비롭고 기묘한 모양들을 보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그윽한 눈동자로 구름들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세상의 이치를 읽고 있는 것이다.

푸른 하늘의 신선함. 하늘에 천천히 흐르는 구름의 평화로움. 세상사의 복잡함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아름답고 평화로운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구름의 질감에서 느껴지는 한없이 부드러운 느낌 같은 것. 나는 요즘 하늘을 바라보면서 그런 것들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런 느낌에 오늘을 살아가는 내 모습을 투영시키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조그만 수증기들이 모이고 모여 저 거대하고 아름다운 구름이 되듯이, 사람들도 조그만 힘을 합치면 커다란 함성을 낼 수 있지는 않을까. 커다란 덩어리를 이루는 저 구름이 모양을 바꾸며 뭉글뭉글 변해가듯이, 그렇게 시대적 요청과 상황에 따라 사람들의 삶도 자연스럽게 바뀌어가야 하지 않을까. 나는 요즘 구름을 바라보며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 내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사실은 내 마음에 든 생각들의 반영인 것이다.

오늘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다시금 구름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다본다. 그 거대한 구름의 한 조각이 서서히 흩어져서 사라져 가는 것이 보인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언제까지나 모이고 뭉치고 거대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만은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흩어져 같다. 저 큰 구름이 수증기에서 왔듯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아름다운 모습을 만든 후에는 모든 것이 다시 수증기로 돌아가기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 아름다운 세상에서 다시 만나서, 또 다시 멋진 구름으로 만날지 모르는 일이 아닌가. 그리고 또 다른 수증기들이 또 다른 모습으로 내일의 하늘을 물들일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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