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재작년 11월에 대입수능고사를 무사히 마치고 나니 그동안 아들의 수발을 드느라 덩달아 꼼짝을 하지 못했던 우리부부 역시도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아들 때문에 여름휴가도 못 갔으니 가을여행이라도 갑시다~"
낙엽이 흐드러진 가을길을 달려 공주와 예산, 그리고 홍성을 지나 간월도에 도착했다. 지천인 싱싱한 해산물과 푸른 바다는 도시에서의 매너리즘적인 일상의 나른함을 일거에 씻겨주는 카타르시스의 극치였다.
썰물 때는 육지였다가도 밀물이 되면 금새 물에 잠기는 고도(孤島)가 되는 간월암은 백미였다. 어리굴젓을 사서 연육교를 건너 태안군으로 접어들었다. '끝내주는' 맛을 자랑하는 꽃게탕에 저녁을 먹고 나니 땅거미가 대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1박 할 요량으로 여관을 고르는데 아내가 "기왕이면 최근에 지은 곳을 찾아라"는 특명(?)을 내렸다. 그래서 고르고 골라서 가장 외양이 근사한 이른바, 러브호텔에 들어섰다. 출렁이는 물침대도 있었고 조그만 냉장고에는 공짜 드링크도 두 병이나 넣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 러브호텔에서 우리 부부는 약간은 묘한 감흥을 느끼며 또한 신혼시절의 열정을 되살리며 "☞@-_-@!#$%^^&*_+| ☜" 아무튼 잘 잤다. 이튿날 아침이었다. 전날 밤의 과음으로 인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고있던 나를 아내가 목욕탕에서 긴급호출하는 게 아닌가.
목욕탕의 문을 열어보니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운 욕조안에서 아내는 손으로 자신의 나신(裸身)을 벅벅 밀고 있었다. "빨랑 나가서 이태리타올 (때타올) 좀 사 와요!" 공처가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옷을 꿰 입고 밖으로 나가서 때타올을 사왔다. 그러자 이번엔 옷을 벗고 들어와서 등을 밀라는 것이었다. "이거야 원, 내가 여행을 온 건지 마누라 때를 밀어주러 온 건지 당최 모르겠네..."라고 궁시렁거리면서도 나는 엄처의 하명에 복종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집에 돌아오니 아들이 "여행은 즐거우셨어요?"라고 물었다. 그 질문에 아내는 지극히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으나 나는 땡감 씹은 얼굴로 함구해야만 했다. 마당의 감나무에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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