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에 물든 우리말-(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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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에 물든 우리말-(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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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리 갔다리(いったりきたり)

지난번 M-tv 연속극에서 중견배우 K씨가 극중 어머니역을 맡았는데 극중 딸들이 엄마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엄마인 K씨는 딸들에게 왜<왔다리 갔다리>하냐고 나무란다.

이 말을 들으니 내 어렸을 적(왜정치하) 생각이 난다. 동네 이웃공장에 불이 났을 때 왜경(倭警)이 나와 질서 통제를 했는데 불구경을 나온 한국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며 거치적거리자 욕설을 퍼부었다.

<고노야스라 나제 왓다리 갓다리 스루까?(このやつらなぜ行いったり来きたりするか =이놈들아 왜 왔다 갔다 하느냐?)라는 왜경의 질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후 70여 년 만에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이 말은 한국인을 비하한 일본말도 우리말도 아닌 우리말과 일본말이 뒤섞인 기형(奇形)어이다. 우리말의 <왔다갔다>를 일본어로 직역하면 잇다리기다리(いったりきたり-行ったり来たり)인데 변형 어를 쓴 것이다.

결국 우리말의 <왔다 갔다>의 역순인 <갔다 왔다>로 순서가 바뀐 것이며 본디 일본어의 잇다리기다리(行いったり来きたり)란 말은 <갔다가 되돌아오다.>와 <갔다 왔다하며 서성이다.> 또는 <기(氣)가 빠졌다가 다시 돌아오다.>라는 말로 쓰인다.

왜경은 한국인이 알아듣기 쉽게 <왔다>와 <갔다>의 끝에<리-り>라는 조사(助辭)를 붙여 기형어를 만든 것 인데 일제하에서는 통용됐으나 해방 후에는 사라진지 오래된 말이다.

그 후 간혹 우스갯소리로 장난기 어리게 말하는 이도 있지만 점잖은 자리에서는 통용되는 말이 아닌데 뜬금없이 극중에서 튀어나와 당혹스러웠다.

이 말이 작가의 글에서 나온 대사인지 배우의 애드립(Adlib)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여간 순수 우리말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애드립이란 배우가 판에 박힌 대사 외에 재미삼아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임의 대사인데 이 역시 범주를 벗어나면 실수하게 마련이다.

그 옛날 원로 코메디언 B씨가 극중 장면에서 음식점 종업원역을 맡았을 때 손님이 <갈비탕>보통을 시키자 B시는 주방을 향하여 줄인 말로 <홀에 갈보하나요..>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흔히 물냉면을 <물냉>, 비빔냉면을 <비냉>이라 했으니 갈바탕 보통을 <갈보>라 한 것 이 큰 흠은 아니겠지만 우리말에선 욕된 말이다. 작가의 대사가 그런지 연기자의 애드립이 그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바른 말은 아니었다.

어찌 이와 유사한 말이 이것뿐이랴 우리가 하는 말 중에는 순수 우리 것이 아닌 합성어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과거 일본의 침략근성이 담겨진 말들은 우리와 가까이 하기가 껄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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