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 연구성과 상용화 본격화…첨단소재 산업 거점 도약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연구성과를 실제 제품과 양산으로 연결하기 위한 포항시의 산업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 역시 올해 그래핀 상용화 기술로드맵을 내놓고 실증과 초기 수요 창출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포항은 생산·분석·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K-그래핀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기업 주도형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포항시는 7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회 포항시 그래핀산업육성위원회’를 열고 그래핀 산업 육성 로드맵과 상용화 실행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포항시 그래핀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설치된 법정위원회다. 배용수 포항시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 이태우 한국그래핀학회 회장, 박형규 포스텍 교수 등 산업·연구 분야 전문가와 시의원 등 모두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논의의 초점은 기술개발 자체보다 개발된 그래핀을 기업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맞춰졌다. 참석자들은 수요기업이 요구하는 성능과 품질을 기준으로 실증과제를 발굴하고, 소재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구조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래핀은 얇고 가벼우면서 전기·열전도 특성이 뛰어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방열소재, 배터리, 센서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높은 연구 수준과 별개로 균일한 품질의 소재를 안정적인 가격으로 생산하고, 수요기업의 규격에 맞춰 실제 양산 제품에 적용하는 과정은 상용화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산업정책 과제로 다루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7월 8일 ‘그래핀 상용화 기술로드맵’을 공개하고 수요기업·공급기업·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그래핀 산업화 네트워크’ 운영에 착수했다. 정부는 우선 그래핀의 높은 열전도성을 활용한 방열 분야에서 시장을 만들고 이후 활용 범위를 첨단산업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앞서 정부는 우리나라가 상당한 연구투자를 통해 그래핀 원천기술을 확보했지만 디스플레이 방열소재 등 일부 분야에서 시제품을 공급하는 수준으로, 사업화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에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의 협력 프로젝트와 상용화 기술개발을 통해 연구성과가 시장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산업계의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 국내에서 처음 열린 ‘글로벌 그래핀 기술교류회’에는 유럽의 그래핀 전문기관을 비롯해 7개국 110개 수요·공급기업이 참여했다. AI 반도체와 모빌리티, 항공우주 등에서 열 관리와 경량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그래핀의 실제 산업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포항시는 이러한 정부 정책과 연계해 그래핀 산업을 연구 중심에서 실증·사업화 중심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시가 마련한 로드맵에는 그래핀 산업 생태계 고도화와 실증·표준 인프라 구축, 수요 중심 생태계 확대, 글로벌 혁신환경 조성 등 4대 전략과 10대 과제가 담겼다.
핵심 기반 가운데 하나는 ‘K-그래핀 파운드리’다. 포항시와 경북도,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은 올해 산업통상부 산업혁신기반구축사업에 선정돼 2030년까지 총 143억 원을 투입해 그래핀 2차원 나노소재의 생산부터 특성 분석, 소자·시제품 제작과 사업화까지 지원하는 실증 인프라를 구축한다.
반도체 파운드리가 기업의 주문에 따라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처럼 K-그래핀 파운드리는 기업이 필요한 그래핀 소재와 공정을 시험하고 시제품까지 제작할 수 있는 공동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은 제조공정과 분석 데이터를 통합하는 AI 플랫폼을 구축해 공정 최적화와 품질 예측, 수율 개선도 지원할 계획이다.

포항시의회에 보고된 계획에 따르면 시는 이와 별도로 2027년부터 그래핀실증지원센터 건립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래핀 관련 기업 집적과 연구·실증시설을 연계해 연구개발부터 양산 전 단계까지 지역 안에서 지원하는 산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첫 후속 조치도 예정돼 있다. 포항시는 오는 14일 ‘K-그래핀 상용화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나노융합기술원, 포항테크노파크 등 지역 혁신기관과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공정 실증과 시제품 제작, 장비 공동활용뿐 아니라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공동사업 발굴, 정부 연구개발사업 기획 등을 추진한다.
그래핀 산업에서 포항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연구성과와 시설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실제 구매기업 확보와 반복 생산을 통한 품질 안정화, 원가 경쟁력, 표준화와 인증 등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기업이 실증 이후 양산과 매출 단계까지 진입하는 사례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향후 산업정책의 성과를 판단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배용수 포항시 부시장은 “그래핀 산업의 경쟁력은 우수한 연구성과를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사업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산·학·연·관의 역량을 결집하고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상용화 방안을 마련해 포항을 그래핀 첨단소재 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그래핀 정책의 무게중심을 연구개발에서 실증과 초기시장 창출로 옮긴 가운데 포항 역시 143억 원 규모의 파운드리 구축과 기업 협의체 운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으로 포항의 그래핀 전략은 연구기관과 장비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실제 제품 출시와 수요기업 확보, 관련 기업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되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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