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경기도 재정에 비상등이 켜졌다. 경기도가 2025년 한 해 동안 발행한 지방채는 9430억 원이다. 지방채 발행 한도 9460억 원의 99.6%에 해당한다. 각종 기금에서 일반회계 등으로 옮겨 사용한 재원도 약 5588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노인장기요양과 학교급식, 산후조리비,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등 상당수 민생사업은 올해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됐다. 예산담당부서의 분석대로라면 올해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추경까지 필요한 상황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한 배경이다. 추 지사는 현재의 세입·세출 구조를 방치하면 2~3년 뒤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지사와 고위공직자의 업무경비를 줄이고 일회성·선심성 행사와 불요불급한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반복적으로 추진된 연구용역과 민간위탁·대행사업을 다시 살펴보고 공공기관의 조직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위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대응에 나선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선언만으로 비상 상황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가 내놓은 숫자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감을 강조하는 말보다 재정 악화의 경위와 책임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일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20년 만에 지방채를 발행했다. 한도에 사실상 근접한 9430억 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5월에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개정했고, 이후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각종 기금의 약 5588억 원을 통합계정으로 옮겨 일반회계 등에 활용했다.
남북교류와 평화협력 사업을 위해 조성한 남북협력기금 384억 원 가운데 340억 원이 통합계정에 예탁돼 남은 기금은 44억 원 수준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지방채를 발행하고 기금까지 동원했는데도 올해 필요한 예산을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면 그동안의 재정 운용이 적절했는지부터 되짚어야 한다.
지방채 발행 자체를 무조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규모 기반시설을 조성하거나 경기 침체기에 민생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전략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문제는 빚을 내서 확보한 재원이 어디에 사용됐고, 어떤 효과를 냈으며, 앞으로 어떤 재원으로 상환할 것인지다.
기금 활용도 마찬가지다. 긴급한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여유 재원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가능한 선택이다. 하지만 특정한 목적을 갖고 조성한 기금을 다른 회계로 옮겨 사용했다면 해당 기금의 본래 사업이 위축되지 않았는지, 예탁금 회수계획은 마련됐는지,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이 이뤄졌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민생사업 예산의 공백이다. 경기도가 밝힌 미편성 예산은 노인장기요양 약 1234억 원, 도교육청 유치원·초·중·고교 급식비 약 548억 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운영지원 약 291억 원, 산후조리비 약 80억 원, 친환경 우수 농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약 34억 원이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지원 약 29억 원, 가족돌봄수당 약 14억 원,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육성 약 10억 원도 마지막 3개월분이 편성되지 못했다. 하나같이 도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사업이다. 예산 부족으로 중단되거나 축소될 경우 그 부담은 고령자와 산모, 어린이, 농민, 돌봄가정,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돌아간다.
본예산은 원칙적으로 한 해의 행정을 운영하기 위한 계획이다.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9개월분만 편성했다면 나머지 3개월분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함께 있었어야 한다. 추가 세수가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에 의존했는지, 추경 편성을 전제로 한 것인지, 다른 사업의 불용액이나 집행잔액을 활용할 계획이었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12개월 동안 집행해야 할 사업을 9개월분만 편성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예산은 실제보다 건전해 보일 수 있다. 당장 본예산의 수입과 지출은 맞출 수 있지만 부족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밀릴 뿐이다. 결국 추경에서 재원을 보충하지 못하면 사업 축소나 지급 지연, 시·군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추 지사는 이를 ‘미완의 미생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예산이 만들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산담당부서가 부족 가능성을 언제 인지했는지, 당시 집행부가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도의회에는 어떤 자료가 제출됐는지, 예산 심의 과정에서 부족분이 제대로 논의됐는지가 공개돼야 한다.
경기도 재정위기의 또 다른 축은 취득세 의존 구조다. 경기도 설명에 따르면 2022년 약 11조 원이었던 취득세 수입은 올해 8조 원 수준으로 줄었다. 약 30% 감소한 규모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면 세수가 늘지만 거래가 얼어붙으면 수입이 급격히 줄어드는 구조다.
전체 예산은 약 41조 7000억 원이지만 경기도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약 3조 5000억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복지사업과 국비 매칭사업, 시·군 조정교부금 등 사용처나 부담 규모가 이미 정해진 재원이라는 설명이다.
3기 신도시에 대한 기대도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경기도는 공공임대주택 비율 확대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직접개발 방식 등에 따라 당초 6500억 원으로 예상했던 취득세 수입이 23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보다 약 4200억 원이 감소하는 셈이다.
세수는 줄어들지만 교통과 소방, 도로, 기반시설에 대한 경기도의 부담은 남는다. 대규모 개발로 인구가 유입되면 행정 수요와 복지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신도시 조성이 경기도 재정에 어떤 수입과 지출을 가져오는지 사업지구별로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첨단산업 유치에 따른 세수 배분 문제도 있다. 경기도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전력과 용수, 교통망 확충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더라도 기업활동에서 발생한 법인지방소득세는 해당 시·군에 귀속된다. 경기도가 기반시설 투자에 상당한 역할을 맡으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세입을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라면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
복지비 증가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경기도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49%에 이르고, 현재의 증가세가 이어지면 6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도 전체 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고령인구는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경기도 고령인구 증가율은 연평균 6.8%로 전국 평균 5.4%보다 높다는 분석이다.
복지비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낭비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 고령화와 돌봄 수요 증가는 행정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비 보조사업이 늘어나면 경기도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지방비도 함께 증가한다. 중앙정부가 사업을 확대하면서 지방정부에 과도한 재정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함께 따져야 한다.
경기도가 제시한 첫 번째 비상조치는 도지사와 고위공직자의 업무경비 감액이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상징성은 있다. 하지만 전체 재정 부족 규모와 비교하면 업무경비 절감만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얼마를 줄이고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수치로 보여줘야 한다.
일회성·선심성 행사와 불요불급한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방침도 기준이 중요하다. 어떤 행사가 일회성이고 어떤 사업이 선심성인지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면 정치적 필요에 따라 감액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사업의 목적과 집행률, 수혜 대상, 성과지표, 유사·중복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관행적으로 반복된 연구용역과 민간위탁, 대행사업을 재평가하겠다는 방안도 구체화해야 한다. 최근 3년 또는 5년간 발주한 연구용역의 명칭과 예산, 계약방식, 수행기관, 결과물 활용 여부를 공개하면 불필요한 용역을 가려낼 수 있다. 민간위탁과 공공기관 대행사업도 연도별 예산과 집행률, 성과평가 결과를 도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조직과 인력 재배치 역시 단순한 인원 감축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현장 안전과 돌봄, 소방, 보건, 교통처럼 도민 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분야의 인력까지 일률적으로 줄이면 행정서비스가 약화될 수 있다. 조직 효율화는 기능이 중복된 부서와 관리조직을 먼저 점검하고 필요한 현장 인력은 보강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정위기를 사회적 약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추 지사가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 반드시 확보해야 할 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힌 것은 재정개혁의 중요한 원칙이다. 이 약속이 지켜지려면 보호 대상 사업의 명단과 필요 재원, 확보 방안을 감액추경안과 함께 공개해야 한다.
경기도의회 책임도 가볍지 않다. 예산과 결산을 심의하고 지방채 발행과 기금 운용을 감시하는 것은 도의회의 핵심 역할이다. 9430억 원의 지방채 발행과 5588억 원의 기금 활용, 민생사업 3개월분 미편성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제기했고 어떤 보완책을 요구했는지 도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재정 비상 선언이 전임 행정을 겨냥한 책임 공방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과거의 잘못이 있다면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밝히고, 현재 집행부가 맡아야 할 책임도 피하지 않아야 한다. 지방채와 기금 운용, 세입 결손, 계속사업 부족분이 언제부터 예상됐는지를 연도별로 정리하면 책임의 범위를 가릴 수 있다.
경기도는 지방채 발행 사업별 내역, 기금별 예탁 규모와 회수계획, 9개월분만 편성된 사업 목록, 감액추경 검토 대상, 최근 5년간 취득세 전망과 실제 수입의 차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출연금과 대행사업비, 행사·축제, 홍보비, 연구용역, 민간위탁 예산도 같은 기준으로 점검해야 한다.
31개 시·군과의 협의도 중요하다. 도비 보조사업이 갑자기 줄어들면 시·군은 사업을 중단하거나 자체 예산으로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 재정 여건이 좋은 도시와 그렇지 못한 지역 사이의 행정서비스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감액 대상과 규모를 결정하기 전에 시·군별 영향 분석을 실시해야 한다.
추 지사가 요청한 지방소비세 확충과 기업 유치 세수의 합리적 배분, 국고보조사업 지방비 부담 개선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과제다. 다만 중앙정부의 제도 개선만 기다릴 수는 없다. 경기도 내부에서 줄일 수 있는 지출과 반드시 지켜야 할 지출을 구분하고, 사업별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
재정위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지출 구조를 조정하지 못하고 지방채와 기금에 의존했다면 문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위기를 이유로 민생사업을 한꺼번에 줄이면 재정의 숫자는 맞출 수 있어도 도민의 삶은 무너질 수 있다.
이번 재정 비상 선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무엇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민생사업 부족분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지방채는 언제 어떤 재원으로 갚을 것인지, 기금은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구체적인 시간표를 내놔야 한다.
경기도 재정은 집행부만의 돈이 아니다. 도민이 낸 세금이고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비상 상황이라는 무거운 표현을 사용했다면 그에 걸맞은 자료 공개와 책임 있는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도지사 업무경비를 줄이는 장면보다 중요한 것은 9430억 원의 지방채가 어디에 쓰였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재정개혁을 선언하는 말보다 필요한 것은 7700억 원 감액추경의 기준과 민생예산 3개월분을 채울 방안이다. 지금 경기도가 지켜야 할 것은 재정지표만이 아니다. 노인과 어린이, 산모와 농민, 돌봄가정과 대중교통 이용자의 평범한 일상이다.
기자 한마디 "경기도 재정 비상 선언의 진정성은 고통을 누구에게 나눌지가 아니라, 낭비를 어디에서 먼저 걷어내고 민생을 어떻게 끝까지 지켜낼 것인지 숫자로 증명할 때 확인될 수 있다."
본지는 후속보도를 통해 경기도가 2025년 발행한 지방채 9430억 원의 사업별 사용처와 상환계획, 각종 기금에서 통합계정으로 옮긴 5588억 원의 세부 내역을 확인할 예정이다. 민생사업 3개월분 미편성 과정과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추경 검토 대상도 살펴보며 재정위기의 원인과 책임, 도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