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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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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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반가사유상/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캡처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반가사유상/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캡처

개천에서 용(龍)이 났다. 원래 도롱뇽이었지만 몸이 커지면서 환골탈태해 용이 되었다. 가재와 잉어들은 아직 그를 용이 아니라 몸집이 커진 도롱뇽이라 부른다.

지금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위치한 인식의 포지션이다. 아시아를 보면 더 그렇다. 한국의 급부상에 놀란 일본은 배가 아파 미칠 지경이고, 베트남은 언젠가 콧대를 꺾어 놓고 싶은 전투 상대이고, 타이완에게는 등 돌린 배신자이면서 여전히 한 수 아래 나라다. 그들의 이런 감정은 현실과는 무관하다. 단지 인식의 문제다.

너무 빨리 선진국이 돼서 그런 게 아니다. 단지 과거사 때문도 아니다. 그럼 무슨 까닭인가? 한국인들의 오만(傲慢)한 태도 때문이다. 아마도 아시아인들에게 물어보면 한국인이 중국인 다음으로 오만하다고 답할 것이다. 나의 해외 출장이나 여행 경험으로 보면 거의 확실하다.

그들은 우리를 인정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고, 또 선망의 대상으로 보지만, 인정하거나 존경하지는 않는다. 엄청난 반도체 등 IT 경쟁력과 문화와 스포츠, 음식, 국방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차지했지만, 그 모든 빛이 오만의 그림자에 가려졌다. 모든 국가에는 자신들의 경쟁국이나 인접 국가에 대한 혐오 심리가 있다. 그런 혐오에 기름을 붓는 것이 바로 우리의 오만이다.

이 오만함이란 무엇인가?

단지 동남아시아에 관광 가서 뿌린 팁과 교만한 태도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이 느끼는 오만함은 우리 과거와 현재의 격차에서 오는 괴리를 보고 있다. 한국인들은 신라, 고구려 때부터 스스로 아시아 강국이었다고 여기지만, 그들은 그런 역사를 알 길이 없다. 단지 지독하게 가난하던 나라, 그것이 그들이 보는 우리의 원래 모습이다. BTS나 국립중앙박물관, 케데헌만으로 채울 수 없는 괴리가 과거와 현재 사이에 있고, 또 그들과 우리 사이에 있다.

더 알려야 하고, 그 이전까지는 겸허해야 한다. 아무리 알려줘도 오만한 동안 그들의 인식에 충족되지 않거나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외교부, 그리고 민간단체를 포함한 모든 라인이 나서서 좀 더 낮은 자세로 진심 어린 대외 정책과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단지 세계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무 빨리 성장한 나라로서의 진실을 설파하기 위함이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어떤 민족인지, 세계 유일의 인공문자 한글과 금속활자가 어떻게 발명되었는지, 왜 아시아에서 가장 체격이 크고 피부가 흰지, 수천 년 동안 강대국 틈에서 영토와 언어, 문화를 잃지 않고 어떻게 자신을 지켜 왔는지를 이해시켜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아시아인들에게 베풀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유럽이나 아메리카는 그다음에 봐도 늦지 않다.

지금의 오만은 독이다. 그것은 베트남전에서 세운 잔혹한 전과와 반도체를 빼앗긴 일본과 중국 수교 때 타이완과의 의리를 배반한 과거를 일깨우는 독인 것이다. 정치인들이나 방송 패널들은 남의 나라에 대해 함부로 말하고, 비하적으로 표현한다. 그것이 한국의 우월성을 대변한다고 믿는 것인가?

전쟁으로 가루가 된 나라를 일으켜 세워 70년 만에 선진국을 만든 신화(神話)를 졸부(猝富) 이야기로 만들고 싶은가? 그렇지 않다면 태도와 방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의 진짜 역사와 잠재력, 그리고 참모습을 인식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략적이고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가 겸손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 세계적인 핫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사유상에는 삶에 대한 번뇌와 미래에 대한 깊은 사유가 함께 담겨 있다. 그 표정에는 옅은 미소가 흐르고, 아주 약간 허리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과 미륵불의 고민은 무관한 걸까?

그런 자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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