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2026년 3월 4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역 코레일 회의실에 수도권 7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군포시를 비롯해 용산구, 영등포구, 금천구, 안양시, 동작구, 구로구 등이다. 장소는 서울 한복판이지만, 이들이 던진 메시지는 각 지역의 가장 오래된 도시 문제를 관통한다.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의 조속한 발표 촉구’에 군포시 하은호 시장도 이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7개 지자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경부선 서울역~군포 당정역 구간을 철도 지하화 대상 노선에 반드시 포함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단순한 구호나 선언이 아니라, 특정 노선과 구간을 명시한 요구였다.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특별법 제정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아직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가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행사 일정은 간결했다. 추진경과 공유와 인사말, 공동성명서 서명, 기자 질의응답, 그리고 야외 현장 이동 후 사진 촬영 등, 주관은 철도지하화 추진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용산구청이었다. 그러나 이 짧은 일정에 담긴 시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군포시의 경우 철도 문제는 10년을 훌쩍 넘긴 숙원사업이자, 도시 구조 전반을 가르는 핵심 현안이기 때문이다.
군포시는 경부선과 안산선이 교차하는 도시다. 금정역을 중심으로 경부선은 군포의 동서를, 안산선은 남북을 가른다. 철도는 이동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도시를 분절시켰다. 선로를 사이에 둔 생활권 단절, 소음과 진동, 개발 제한은 오랜 기간 ‘불가피한 조건’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군포시가 철도 지하화를 도시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설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공동성명의 직접적 배경에는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발표 지연이 있다. 2024년 1월,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특별법이 제정되며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다. 이후 같은 해 3월부터 5월까지 수도권 7개 자치단체장은 수차례 회의를 열고 공동건의서를 제출했다. 법은 만들어졌고, 지자체는 제안서를 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군포시는 그 사이 자체적인 준비를 이어왔다. 2024년 10월 ‘군포시 철도 지하화 및 상부개발 추진전략 용역’에 착수했고, 2025년 3월 중간보고를 마쳤다. 같은 해 5월에는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2차 사업, 즉 종합계획 제안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행정 절차상으로 볼 때 군포시는 ‘요청만 하는 지자체’가 아니라, 계획과 자료를 갖추고 대응해 온 지자체에 가깝다.
시민 참여 역시 이어졌다. 2025년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시민 결의대회가 열렸고, 국가계획 반영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는 10만2,193명이 참여했다. 이 서명부는 국토교통부에 제출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군포시 인구 대비 상당한 참여율이다. 철도 지하화가 특정 지역 개발을 넘어, 도시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은 이날 공동성명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하은호 군포시장은 “지상철도는 도시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지역 단절과 소음 등 환경 문제, 토지 활용의 비효율과 같은 다양한 도시문제를 초래해 온 것도 사실”이라며 “철도 지하화를 통해 상부 공간이 공원·상업·문화 공간으로 조성돼 도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되기를 시민들이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포시 사업계획의 핵심은 분명하다. 경부선과 안산선의 동시 지하화다. 금정역은 두 노선이 교차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부선만 지하화할 경우 안산선 지상 구간이 병목으로 남는다. 도시 구조상 부분적인 지하화는 단절 해소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군포시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군포시는 국가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군포 구간의 두 노선이 함께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사업 규모도 작지 않다. 경부선은 금정·군포·당정 구간 4.84km, 사업면적 45만㎡, 총사업비 약 4조6천억 원으로 제시됐다. 안산선은 산본·수리산·대야미 구간 7.75km, 면적 60만㎡, 사업비 3조2천억 원 규모다. 추진기간은 경부선이 2025년부터 2042년까지, 안산선은 2038년까지로 계획돼 있다.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세대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다.
이런 대규모 사업에서 ‘종합계획’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국가계획 반영 여부는 재원 조달 방식과 단계별 추진 일정, 지자체의 역할 범위를 좌우한다. 종합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지자체의 전략은 구상 단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 용역 보고서도, 시민 서명도, 모두 ‘대기 상태’로 남는다.
이번 공동성명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했다. 지자체들은 “준비는 진행 중이지만, 결정은 국가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7개 자치단체장이 함께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별 지자체의 요구가 아니라, 수도권 핵심 철도 축 전반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다.
군포시 입장에서 이번 기자회견은 단순한 연대 행사가 아니다. 금정역이라는 구조적 특수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자리였다. 경부선과 안산선의 동시 지하화가 국가계획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군포시 철도 지하화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이는 ‘더 많은 요구’라기보다, 사업의 구조적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조건에 가깝다.
과제도 남아 있다. 총사업비가 7조 원을 넘는 대형 사업인 만큼, 재원 분담 구조와 사업성, 단계별 추진 우선순위에 대한 설명은 앞으로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상부 공간 활용 역시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현실적인 수요 분석과 공공성 확보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 종합계획 발표 이후가 오히려 더 중요한 이유다.
당초 정부는 2025년 말까지 철도지하화 대상 노선을 포함한 종합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사회는 기대와 불확실성 속에 종합계획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경부선 서울역부터 군포 당정역까지 이어지는 약 32km 구간은 수도권 핵심 철도 축이다. 이 구간이 지하화될 경우, 도시 단절 해소와 생활환경 개선은 물론 상부 공간을 활용한 녹지 조성과 도시 발전 기반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동성명은 그 가능성을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상기시키는 자리였다.
철도는 도시를 통과하지만, 도시는 철도 위에서 살아간다. 지하화는 단순히 선로를 묻는 작업이 아니라, 단절된 도시를 다시 잇는 과정이다. 군포시가 철도 지하화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빠른 이동이 아니라, 더 온전한 도시를 위한 선택이다.
4일 용산역에서 울려 퍼진 공동성명은 당장 답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질문은 분명해졌다. 준비를 마친 지자체와 참여한 시민 앞에서, 국가는 언제 결론을 내릴 것인가. 군포시 철도 지하화의 다음 단계는 이제 ‘종합계획’이라는 이름의 국가 결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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